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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화학무기가 사용된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 개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수일 내 영국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 함께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 타격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유엔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미·영·불, 이르면 수일 내 시리아 공습"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개국이 수일 내에 시리아 화학무기 시설 공습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4개국 정상이 24∼25일 전화통화로 시리아 사태를 논의한 결과 '중대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영국 군 고위층이 타깃 리스트를 작성 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장은 시리아 인근 지중해에 배치된 미국의 이지스함과 영국 핵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쏘거나 전투기를 출격시켜 시리아 화학무기 저장시설이나 군부대 등을 공습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프랑스와 영국은 강경한 어조로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군사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시리아 공격설과 관련해 26일 BBC 라디오4와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외교적 압박은 실패했다"면서 "우리는 군사공격을 할 것인지, 아니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독재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도록 놔둘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날 유럽1 라디오에 출연해 "며칠 안에 군사적으로 개입할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이날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이 확인되면 국제사회의 군사적 대응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터키도 시리아에 대한 국제연대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틴 뎀프시 미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서방국과 아랍국 참모총장들은 이날 요르단에 모여 현지 상황과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등을 논의했다.
◆미국, 유엔이나 나토와 공동 행동 나설 듯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 행동을 결정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함께하는 방안이 우선 고려되겠지만 나토나 아랍연맹과 함께 행동에 나서는 방식도 검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고위 관리는 "유엔은 중요한 수단이어서 계속 대화를 하고 있으나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한 상원의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8일 의회 여름휴회가 끝나는 대로 의회에 시리아에 대한 군사력 사용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이 유엔 조사단의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엔 조사단의 조사가 방해받고 있어 실제 대응은 늦어질 수 있다. 이날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 조사에 나선 유엔 조사단의 차량이 총격을 받았다. 유엔 측은 이번 공격이 화학무기 조사를 늦추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리아 내 종파갈등도 우려된다. 시리아 시민군 세력 상당수가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반미 성향인 데다 이슬람 수니·시아파 간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어 미국이 군사 개입할 때 시리아 내전 사태가 중동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와 이란이 "서방국들은 시리아 사태 개입이 아랍·이슬람권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도 미국의 이 같은 '딜레마'를 잘 알고 있어서다.
송민섭·이진경 기자, 워싱턴=박희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