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도 정령이 깃들어 있을까?
식물이 바라본 사람은 우주에 흩뿌려진 별과 같은 존재
식물과 인간의 대화 나무에 어떤 정령이나 정기가 들어있다는 상상은 누구라도 한번쯤 해볼만한 생각이다. 일본 와세다 대학의 미와 요시유키 교수 연구실에서는 매년 맹그로브 나무가 우거진 원시림에 직접 가서 잎사귀나 줄기의 생체전위를 측정하고 있다. 그런데, 연구원 모두들 암묵적으로 나무 곁에 다가가서 그런 측정을 하는 것을 꺼려한다. 혹시 나무로부터 후환이 두려워서인가? 그런가하면 손으로 만지거나 커다란 거목을 껴안고서 나무의 정기를 흡수하려는 사람들도 실제로 있다. “예쁘다. 예쁘다”고 말하자 화초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었고, “힘내라, 힘내라”고 소리치자 시들어 가던 화초가 이에 화답하듯 생기를 되찾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나무를 자른 사람이 다음날 그 부근을 지나자 주변의 나무들이 반응을 나타냈다는 등의 사례가 조사됐다. 이 같은 사례들이 사실이라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비언어적인 코드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요시유키 교수는 “지금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식물이 내보내는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는 코드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실제로 자연은 균일한 단일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서로 다른 공간으로 구성됐다는 사실은 지금까지의 과학적 논리로는 좀처럼 설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식물과 인간의 대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상을 객관화하는 자연과학적인 방법과는 달리 상호주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관점을 바꾼다고 식물과 인간의 대화원리가 쉽게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식물의 생명논리는 인간의 그것과 전혀 다를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한다.
사람의 마음과 음악에 반응하는 식물 30여 년 전 벅스터는 거짓말탐지기로 관엽식물의 잎사귀에 전극을 연결해 실험을 하였다. 인간이 그 식물에 해를 가할 의식을 품거나 혹은 그 식물부근에서 살아있는 새우를 뜨거운 물에 넣어 죽였을 때, 그 반응으로 잎사귀의 표면전류가 현저하게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그 밖에도 소위 ‘벅스터 효과’라고 불리는 이와 유사한 실험이 다수 보고된 바 있다. 또한 락(rock)과 클래식음악을 동시에 들려주었을 때 식물이 클래식음악의 스피커방향으로 생장한다는 보고도 그 중 하나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음악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농장을 방문해 보면 모차르트 음악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0년 전쯤 요시유키 교수는 케이포크라는 관엽식물의 잎사귀표면에 전극을 설치한 뒤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생체전위변화를 측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음악의 곡조에 따른 변화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으나 아악의 북소리에는 현저한 변화를 나타냈다. 반복되는 북소리에 따라 펄스형태의 생체전위 변화를 나타냈다. 또 북춤가요의 경우 마치 사람이 손뼉을 치듯이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생체변화를 나타내는 잎사귀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잎사귀에서 나타나는 반응은 사람들이 대화할 때 몸짓이나 뇌파가 동조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것은 잎사귀들 사이에서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는 부류간에 통신회로가 형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고 요시유키 교수는 설명한다. 또 다른 실험으로, 저주파음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방에 사람을 들여보낸 뒤, 잎사귀 표면의 전위변화를 직접 소리로 바꿔 사람에게 들려주면 뇌파의 스펙트럼분포가 약간 변화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이것은 잎사귀표면의 전위 변화(잎사귀파)와 뇌파의 상관관계에서 식물이 인간의 심리변화 탐지기로도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식물의 주변 환경 감지능력 몇 년 전부터 이 결과를 토대로 요시유키 교수는 음악가인 가미즈씨와 함께 멀리 떨어진 원시림에서 발생하는 잎사귀파를 도시 주거공간에 가청음으로 바꿔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실험을 진행시켰다. 어쩌면 가까운 장래에 도시주거공간이나 우주선 안에서 소리의 삼림욕을 즐기거나 식물과 인간의 협연 콘서트를 듣는 것이 반드시 꿈같은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뿌리나 줄기는 장애물을 피해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뇌나 감각기관이 없는 식물이 어떻게 장애물의 존재를 알 수 있을까? 또한 뿌리는 땅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 전체의 형태나 구조가 균형있게 자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요시유키 교수는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뿌리 주변의 전위(電位)분포를 여러 환경에서 측정하였다. 주변 영향을 최대로 줄이기 위해서 뿌리 주변의 이온물질(칼슘, 수소 등)을 동일하게 하였다. 그 전위는 미세하게 뿌리 축 방향을 따라 나선형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뿌리 끝 부분이 어떤 방향으로 자라는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뿌리가 자라는 방향에 장애물을 놓아두고 전위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관찰하였는데, 뿌리가 장애물에 접근함에 따라 전위가 새롭게 변하고 그리고 자라는 방향이 바뀌었다. 이 전위분포는 장애물을 미리 감지하는데 사용될 뿐만 아니라, 주된 뿌리에서 다른 옆 뿌리를 만들 때 그 위치를 결정하는 데에도 관여한다. 이 일련의 연구결과는 주어진 여러 가지 환경에 대해 식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자체적으로 생성하고 그 환경에 적합하게 성장하는 것을 시사한다. 사람도 식물처럼 일종의 에너지 장(場)을 만들지 않을까? 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어떤 사람과 불편한 관계이다’ 라는 것은 식물뿌리처럼 사람 근원에서 만드는 에너지장의 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한 싱싱한 식물일 수록 더 강력한 전위를 만들 듯이 내면이 건강한 사람도 강한 에너지장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나무도 상황의 변화를 인식한다. 식물과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두 그루의 포플러를 화분에 각각 심었다. 한 그루에 상처를 내면 상처가 난 포플러뿐만 아니라 그 옆의 것도 잎사귀에 포함된 탄닌이나 페놀농도가 함께 증가한다. 이 결과는 잎사귀가 벌레의 습격을 받으면 대기 중에 화학물질을 방출하여 주변의 나무로 하여금 방어체제를 갖추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일치한다. 그리고, 원시림에서 나무의 공간적 배치는 격자형태로 심어진 인공림에 비해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원시림의 이런 조화로운 질서를 어떻게 모방할 수 없을까? 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요시유키 교수는 약 250 그루 나무의 생체전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측정장치를 개발하여 후지산에 있는 원시림에서 실험했다. 그 결과 원시림에 있는 모든 나무의 생체전위가 변화하는 패턴이 일정하지 않고 제각기 모두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숲에서 나무를 베거나 인간이나 기계가 그 숲 속으로 들어올 때 그 근처의 있는 수목의 생체전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옆의 나무로 전달되고 전달되어 멀리 떨어져 있는 나무에서도 그 생체변화는 측정되었다. 이는 나무들이 일종의 정보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무도 상황의 변화를 인식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