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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과 윤회세계

오성을 찾아온 백악산의 야차


*
야차(夜叉)란? 산스크리트 야크샤(Yaka)의 음역으로 약차(藥叉)라고도 쓴다. 볼 수 없고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고 있어 두려워할 귀신적 성격을 가졌는데, 공양(供養)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재보(財寶)나 아이를 갖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후에는 귀신(鬼神:羅刹)의 하나로 여겨졌고, 불교에서는 불교를 지키는 신으로 되어 있다.


스물 안팎에 등과한 오성 이항복은 한음 이덕형과 더불어 사심(私心)없이 국사를 돌봤다. 어느날 이항복이 이덕형을 찾아가서
어지러운 나라 일을 걱정했다. 아무튼 그때 백악산(白岳山)에 이상한 서기가 서리는 것을 보았다.

(이때가 동서로 당파가 나뉘어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하던 시절이다. 에궁~ 당파가 나라와 백성을 잡는다. 지금도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하는 꼬락서니가 꼭 그때 그 모습이다.)

그후 며칠이 지난 후 오성의 집으로 이상한 사나이가 찾아왔다. 키가 구척 장신은 되어 보이는 그 사나이의 몰골을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흉측했다. 때와 먼지가 범벅이 된 해진 옷과 부서진 갓에다 눈곱마저 잔뜩 끼어 그 형용이 말이 아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신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풍겨 코끝이 아플 지경이었다.

오성은 그러한 고통을 마음으로 삭이며 사나이에게 상좌(上座)를 권했다.
"편안히 앉으십시오."
(이 정도는 나가야 뭘 해먹지...맨날 명분과 허례에나 목숨거는 고루한 자칭 선비네님들과는 격이 9만리는 다르다. 암튼 이 정도면 오성대감의 국량이 장난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당^^;)

사나이는 오성이 권하는 상좌를 사양하며 말했다.
"높으신 명성을 익히 들었습니다만 뵙기가 늦었습니다."
"과분한 말씀이오."

"여쭙기는 황송하오나 이몸은 인간이 아니오이다. 실상은 백악산의 야차(夜叉)올시다. 일전에 한음 이(덕형)공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감동되는 바 있기로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서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대체 무슨 말씀이오?"
"좌우를 물려주시오면......"

오성은 곁에 있는 사람들을 물러나게 하였다.
"내년 임진년에는 큰 난리가 일어날 것이요. 조정이 문란하여 하늘에서 시험을 내린다 하오."
"이 사람도 항상 하늘이 노여워하실 것을 근심하여 왔습니다."
"올바로 보셨습니다. 과연 명년에는 개벽 이래의 큰 난리가 날 것이라 합니다."
"으음....."

"아무도 앞날을 근심하시는 분이 없었는데 한음 공과 대감이 걱정하시는 고로 일부러 찾은 것입니다."
"장차 이 일을 어찌 한단 말이오?"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중흥의 일은 대감과 한음 공이 하실 것이지요." (싸우는 넘들 따로, 문제를 끌러내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원..암튼 이후부터는 인사人事의 문제로 떨어졌당.)
"하늘의 뜻이라면 인력(人力)으로야 어떻게 할 수가 없겠지요."

야차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리더니.
"하늘의 뜻이니....." 하기도 하고 또,
"대감과 한음 공이....."
하다가 그냥 울고 돌아갔다.

그때 마침 오성의 조카 되는 이가 옆방에서 이 이야기를 모조리 들었다.
"숙부님, 야단났습니다그려."
"야단났네, 야단....."

그 후 오성은 다시 한음을 만나서,
"큰일났네."
"무슨 큰일인가?"
"임진년에는 자네가 영상이 된다 하니 영상인 자네의 책무가 무거울 것이네."
"그럴라구."

과연 임진년이 되니 왜놈들이 쳐들어와 큰 난리가 터졌고, 난리가 터지기 직전에 한음은 영의정이 되었다. 두 사람은 우수한 인재를 두루 천거하여 국사를 수습하는 데 전력하였다. 임진왜란의 만고풍진 속에 한음과 오성은 선조의 두팔과도 같았다. 그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다시 말할 것도 없었다.



* 전세임진 그때라도 오성한음 없었으면
옥새보전 뉘가할꼬 아국명현 다시없다.

- 수운가사의 '안심가'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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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등록일 :
2009.07.03
19: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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