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지구 종말론은 2012년 12월에 지구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설이다. 최근 이를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2012'가 개봉되면서 이 같은 2012년 지구 종말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에도 2012년 지구 종말론은 여러 가지 버전으로 존재해 왔다. 노스트라다무스의 그림 예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있는 지구 최대 화산의 폭발, 그리고 초강력 태양폭풍 등이 그것.
하지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2012년 지구 종말론은 정확성을 자랑하는 고대 마야의 달력,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에 의한 지구 충돌과 같은 천문학적 이론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어 사람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과연 이 같은 근거들은 과학적 타당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2012년 지구 종말론을 주제로 한 설들은 상당히 많았다. 노스트라다무스의 그림 예언에서 제기된 지구 종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있는 지구 최대 화산의 폭발에 의한 지구 종말, 초강력 태양폭풍에 의한 지구 종말, 그리고 주역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타임 웨이브 제로가 예언한 지구 종말 등이 바로 그것.
노스트라다무스의 그림 예언을 요약하면 대략 이런 것이다. 지난 1982년 로마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새로운 예언서가 발견됐는데, 종말론 지지자들은 이 예언서에 있는 암호 같은 그림 몇 장에 주목했다.
그림 속의 어린 양은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희생양을 의미하며, 이것이 곧 지구의 종말을 뜻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3개의 달과 1개의 태양 그림은 각각 세 번의 월식과 한 번의 일식을 의미하는 만큼 이 모든 것이 발생한 이후, 즉 2012년에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주역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타임 웨이브 제로 역시 2012년 종말을 예언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미국의 과학자 테렌스 메케나는 주역을 수리적으로 분석해 시간의 흐름과 64괘의 변화율을 그래프로 표시하고, 이 그래프를 타임 웨이브 제로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이 그래프가 4,000년에 걸친 인류사의 변화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프가 상승한 시기에는 영웅이 등장하거나 새로운 국가가 탄생했으며, 그래프가 하강한 시기에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이 그래프는 어느 시점에서 0이 되는데, 그 날이 바로 12월 21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2012년 지구 종말론이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의 한 TV 프로그램이 2012년 지구 종말과 관련한 내용을 방영했다. 유카탄 반도에서 출토된 마야의 달력이 기원전 3114년 8월 시작해 2012년 12월 21일 끝난다는 것. 또한 머지않아 태양계 밖에 있는 행성 X가 지구에 근접하거나 충돌할 것이라는 얘기도 방영됐다.
무책임한 불안감 조성이라며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방송을 본 대다수 시청자들은 공포감에 휩싸이게 됐다. 여기에 2012년 지구 종말을 다룬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2012'가 개봉되면서 2012년 지구 종말론 열풍에 불을 지르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구 종말론 공포로 인해 심각한 사회문제까지 야기되고 있다. 지구 종말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콘퍼런스와 행사가 열리는가 하면 휴대용 식수정화기 등이 불티나게 팔리며 '2012 현상'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는 지구 종말 여부를 묻는 청소년들의 e메일이 수천 통이나 쏟아지고 있으며, 그 중에는 지구 종말이 오기 전에 자살하겠다는 내용도 상당수 있다.
지난 10월 15일에는 열기구를 띄우고, 그 안에 6살 난 아들이 타고 있다고 자작극을 벌인 30대 남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TV 토크쇼에 출연, 돈을 벌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밝힌 그가 돈이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지구 종말에 대비하기 위한 지하벙커를 짓기 위해서였다.
마야 달력이 예언하는 지구 최후의 날
2012년 지구 종말론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고대 마야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달력이다. 마야 달력이 지구 종말론의 단초가 된 것은 이 달력이 오는 2012년 12월 21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마야 달력은 정교한 역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진법을 사용한 마야 달력에서 하루는 1킨(Kin)이고, 20킨은 한 달인 1위날(Uinal)이 된다. 또한 1년은 1툰, 20툰은 1카툰, 그리고 20카툰은 1박툰(baktun)이 된다.
마야 달력의 1툰은 18위날 더하기 5킨이 된다. 즉 18위날은 360킨인 만큼 여기에 5킨을 더하면 365일이 되는 것이다. 이는 1년을 18개월로 나누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오늘날 현대인이 쓰는 그레고리력보다 정밀하게 365일을 계산한 것이다.
고대 마야인은 그레고리력을 기준으로 대주기가 5,125년 단위로 운행된다고 계산했다. 그리고 400년을 한 주기로 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것이 바로 박툰이다.
그레고리력 5,125년을 마야 달력으로 환산하면 5,200툰이 되고, 이를 400툰 단위로 나누면 13박툰이 된다. 고대 마야인은 13을 두렵고 신성한 숫자로 믿어왔으며, 마야 달력의 시작일인 B.C. 3114년 8월 13일로부터 13번째 박툰이 끝나는 날이 바로 A.D. 2012년 12월 21일이다.
고대 마야인은 사람의 몸을 신성시여겨 목 1, 어깨 2, 팔꿈치 2, 손목 2, 골반 2, 무릎 2, 발목 2 등 신체 각 마디의 수를 합한 13을 '사람의 수'라고 외경하고 전 인류의 시간이 13 박툰이 끝나는 시점에 소멸한다고 믿었다.
고대 마야 사람들은 마야 달력이 시작된 시점을 '0박툰.0카툰.0위날.0킨'이라는 뜻의 '0.0.0.0'으로 표기했는데, 이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B.C. 3114년 8월 13일이다. 13박 툰은 그로부터 '13.0.0.0'이 되는 날이며, 이를 재차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A.D. 2012년 12월 21일이 되는 것이다.
특히 마야 달력으로 13박툰에 14만4,000을 곱하면 187만2,000일로 계산된다. 14만 4,000은 1박툰의 날짜 수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한 것이다. 이는 B.C. 3114년 8월 13일을 원년으로 해 A.D. 2012년 12월 21일까지의 날짜를 총합한 것과 같다.
이처럼 마야 달력이 설정한 세상의 최후가 바로 2012년 12월 21일이라는 게 종말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날이 지나면 세상에는 인류도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
행성 X와의 충돌로 인한 지구 종말 가능성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인 니비루 행성과 지구의 충돌설 역시 2012년 지구 종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2월 일본 고베 대학의 천문학 교수인 무카이 다다시 연구팀의 발표로 알려진 것인데, 니비루 행성이란 수메르 사람들이 쐐기문자로 쓴 내용 중에 등장하는 신(神)이 사는 행성을 의미한다.
다다시 연구팀의 발표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이 행성을 로마숫자 X를 따서 행성 X라고 이름 붙였다. 행성 X는 지구 지름의 4배이고, 질량은 지구의 23배에 달하며, 3,600년을 주기로 태양을 공전한다고 다다시 연구팀은 주장한다.
연구팀이 주장하는 행성 X와 지구의 충돌설 요지는 이렇다. 명왕성 궤도 바깥쪽인 카이퍼벨트에 있는 이 미확인 행성이 지구로 돌진해 오고 있어 지구에 근접하거나 충돌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충돌하는 시기가 바로 2012년이라는 얘기다.
연구팀은 또한 행성 X가 설령 지구와 충돌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자기장을 지닌 이 행성으로 인해 지구 자기장의 플러스(+)극과 마이너스(-)극이 바뀌어 현재 23.5˚ 기울어져 있는 지축이 똑바로 설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이럴 경우 지구 자기장에 영향을 줘 자전 축에 변화를 초래하거나 자기장 교란으로 대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자연재난도 빈번해져 대규모의 화산폭발, 지진, 쓰나미, 폭풍, 그리고 대홍수가 발생하고 심지어 기후변화로 지구의 사막화 및 냉각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연구팀의 발표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행성 X가 지구에 근접해 태양의 황도를 통과하면 태양의 흑점들이 불규칙한 형태로 집중돼 지구의 20배 이상으로 부풀었다가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후 태양의 흑점들은 연쇄 폭발을 일으키고, 지구는 대량의 자외선과 방사능에 노출된다는 것. 그리고 이때 발생한 태양풍으로 인공위성을 비롯한 지구의 모든 시스템이 파괴되고, 생태계는 불길에 휩싸여 지구 문명이 순식간에 초토화될 것이라고 종말론자들은 말한다.
행성 일직선 배열과 웹봇이 예언한 종말론
이밖에도 2012년 지구 종말을 거론하는 설은 다양하다. 행성 일직선 배열도 그 가운데 하나. 대략 2만5,800년마다 한 번씩 일어나는 행성 일직선 배열은 은하계 중심, 태양,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이는 천문학적 정렬 현상을 말하는데, 이것이 2012년에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로 인해 은하계의 공전 축이 변하게 되고, 그 파괴력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 전 세계를 종말로 치닫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1999년 지구 종말론을 예언했던 프랑스 출신의 점성가 노스트라다무스 역시 '그랜드 크로스(Grand Cross)'라는 행성 배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가 말한 행성 배열은 우주 공간에서 십자가 모양을 이루는 것이다.
웹봇 역시 2012년을 지구 종말 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웹봇은 전 세계 인터넷상의 모든 자료를 모아 핵심적인 단어들을 조합한 뒤 주식시장의 변동을 데이터로 분석, 그래프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웹봇은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를 예측해 왔다. 실제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01년 9월 11일 테러나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등이 일어나기 전에 주가폭락을 예고한 바 있어 신빙성을 얻고 있다. 이런 웹봇이 2012년을 마지막으로 그 이후를 예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종말론자들은 이처럼 웹봇이 2012년 이후를 예측하지 못하고 멈춰버린 것을 두고 지구 종말론을 예언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인류 역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분석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