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토요일 오전 6시,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호놀룰루시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는 비상사태를 알리는 경고음임에 틀림없었다.
TV를 켰더니 난리가 났다. 새벽 1시쯤 칠레에 8.8의 강진이 발생, 그 여파로 하와이 섬에 오전 11시쯤 쓰나미가 들이닥친다는 것이었다. 1990년대 칠레 지진으로 하와이 빅아일랜드 섬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렸고, 100여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이런 전력 탓에 우리 가족처럼 와이키키 해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떨어졌다.
하와이 각 섬별로 쓰나미 도착 시간까지 예고됐으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쓰나미의 충격이 얼마나 될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했다. 얼마나 큰 파도가 들이닥칠지, 그 충격은 얼마나 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정말 무서웠다. 도둑이 들어온다는 것은 알아냈으나, 그가 얼마나 흉악한지는 모른다는 말 같았다. 변화로 발생할 충격의 정도와 그 충격이 어느 곳을 강타할지 예측하기 힘든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려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긴 흐름으로 미래를 예상할 수는 있어도,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고 주장한다.
2008년 여름, 미국서 발생한 경제위기가 그랬다. 어차피 알 수도 없는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쓰나미의 충격을 예측하기 보다 쓰나미가 닥쳤을 때 피해가 클 취약지역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당대의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일일 수도 있다. 때로는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이나, 재수 없는 말만 하는 사람으로 취급될 수도 있다.
미래 예측이 쓸 데 없는 기우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측을 해야 하는 이유는 새벽에 느닷없이 사람들을 깨우는 사이렌이 이 사회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쓰나미는 없었으나, 우리 가족은 사이렌 소리 덕분에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 있었고, 우리를 맞아준 친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