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전 총리의 저택, 왕궁 앞까지….
태국 대홍수 여파로 방콕 전역의 침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콕 중심부를 흐르는 차오프라야강 수위가 계속 상승하면서 외국인들의 방콕 탈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방콕 중심부에 있는 왕궁 앞 광장이 26일 저녁 지표면에서 10~20cm가량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왕궁은 태국 정부가 최고의 중점시설로 지정한 곳이다. 정부는 홍수피해가 왕궁까지 미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번 주말 만조 때에는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상류지역 강물 계속 유입, 주말 만조 때 큰 피해 우려
잉락 총리 "수도 전역 침수 가능성 50%"…교민 피신건
왕궁 인근에는 국방부와 법무부 등 정부기관 청사들이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수도 기능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방콕내 주유소와 은행, 편의점 등 각종 편의시설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방콕 시내를 흐르는 강 수위와 관련해 쑤쿰판 방콕 주지사는 차오프라야강 수위가 25일 해수면 2.4m까지 상승해 1995년의 최고기록(2.27m)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주말에는 강 수위가 제방 높이 보다 10㎝ 더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제방 노후화로 인한 대규모 범람도 우려되고 있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상류지역에서 대규모의 강물이 흘러들고 있어 방콕 외곽의 홍수 방지벽이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방콕 전역이 침수될 가능성이 5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날 저녁에는 방콕 서부와 북부에서 침수지역이 확대됐다. 방콕 서쪽에 있는 잉락 총리의 오빠이자 현재 해외망명 중인 탁신 전 총리의 광대한 저택도 물에 잠겼다. 전날 폐쇄됐던 북부의 돈무앙 공항에는 더 많은 물이 흘러들었다.
태국인과 외국인들도 속속 방콕을 빠져나가고 있다.
방콕내의 시외버스 터미널인 모 칫에는 26일부터 방콕을 빠져나가려는 태국인과 미얀마인 등이 대거 몰려 수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간신히 표를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주재원과 가족, 교민 등이 주로 피신하고 있는 파타야는 벌써 호텔 등 괜찮은 숙소를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방콕의 홍수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면서 "방콕에 체류중인 싱가포르인들은 쑤완나품 국제공항이 정상 운영되는 동안 일정을 앞당겨 출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일본 도요다자동차는 이날 태국 대홍수의 영향에 따른 부품조달 차질을 이유로 29일 북미 4개 공장에서 휴무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인한 일본 자동차업계의 10월 감산 규모는 10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최용오 기자 choic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