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가속화→2020년 양서류 멸종→2080년 생물 대부분 멸종 위기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
"지구의 기후변화가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1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 국제회의'에서 환경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이같이 경고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회의는 올해 12월 열리는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총회를 예비하는 성격으로, 2000여명의 환경 전문가들이 참여해 10~12일 동안 개최됐다.
◆환경 전문가들,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고 있다"
회의 마지막 날인 12일 코펜하겐의 회의장에서는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회의에 참석한 환경 전문가들은 "2007년 IPCC 보고서가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정해진 대로 실현되고 있다. 상황은 그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2007년 IPCC의 보고서는 ▲2020년대엔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섭씨 1도 상승하면서 양서류가 멸종하고 ▲기온이 2~3도 오르는 2050년대에는 지구 생물의 20~30%가 사라지고 ▲기온이 3도 이상 오르는 2080년쯤에는 지구 생물 대부분이 멸종 위기에 빠진다는 섬뜩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21세기에 해수면이 18~59㎝ 높아져 저(低)지대에서 홍수가 발생하고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날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속도가 더 빨라져 21세기에 해수면이 50㎝~1m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6년 영국 정부의 위촉으로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스턴 보고서'를 작성했던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Stern) 경(卿)도 12일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다"고 밝혔다. 스턴 경은 2006년 보고서에서 지금 당장 세계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대책에 착수하면 2050년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비용이 20%(약 9조6000억달러)가 들어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스턴 경은 "방치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전 세계 GDP의 50% 이상일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수정했다.
◆정치인들, "환경 재앙이 경제 재앙 되는 것 막아야"
환경 전문가들의 심각한 경고에 정치인들의 호응이 뒤따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Rasmussen) 덴마크 총리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과학적 증거는 현실이며,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9개월 뒤 열릴 IPCC 총회에서 반드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해 협의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80% 이상 줄여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날 영국의 찰스(Charles) 왕세자도 인류가 기후변화의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라질을 방문한 찰스 왕세자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50명의 경제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측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상상하기 힘든 공포가 닥쳐오기 전까지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100개월도 채 안 된다"며 "세계 경제가 최악의 시기에 놓인 시점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만이 미래의 경제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원세일 기자 nie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