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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核폭탄보다 위험하다?… 점점 현실화하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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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의 한 장면으로, 남자 주인공인 대필 작가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가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목소리:스칼렛 요한슨)를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는 인공지능(Aartificial Intelligence)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남자의 와이셔츠 포켓 안에 있는 작은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통해 그 남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남자가 인터넷에서 선택하는 것들을 통해 취향과 성격을 알아차리고, 남자가 사용하는 단어나 요구했던 것들을 통해 그가 듣고자 하는 말이나 미래에 원할 것을 예측한다. 비록 형체 없이 ‘목소리’만 존재하는 AI이지만, 남자는 누구보다도 자신을 잘 알고 이해해주는 그녀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인간성, 고독, 기술의 발전 등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일차원적으로 영화 ‘그녀’는 ‘과연 사람이 AI와 사랑에 빠질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난 12일 우회적으로 제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12일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배우자보다 그 사람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케임브리지대와 스탠퍼드대의 공동 연구팀은 8만6220명의 자원자를 모집해 그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분석했다. 동시에 이 자원자들은 성격 특성 조사 문항 100개에도 답변해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통해 분석한 사람의 성격이 실제 성격과 얼마나 들어맞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단 10개의 ‘좋아요’만으로 컴퓨터는 그 사람을 직장 동료 수준만큼 파악해냈다. 70개가 넘는 ‘좋아요’가 있으면 컴퓨터는 친구 수준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알아냈고, 300개 이상의 ‘좋아요’를 가지고는 배우자나 가까운 가족 수준으로 그 사람을 파악했다. BBC 등은 “이번 연구 결과는 ‘정서적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가진 로봇이나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라며 “AI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위협’에 가까운 차가운 미래만 제시됐던 AI 산업의 전망도 점차 온기를 얻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반 AI파’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엘런 머스크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조차 “AI의 잠재력이 큰 만큼 잠재적인 위험을 피하고 편익을 취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지난 12일 발표했다. 이들이 AI 핵심연구기관 중의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생명의 미래 연구소(FLI)’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이 같은 ‘조건부 허용’ 입장을 밝히면서 AI에 대한 인식도 점차 호전되고 있다. 머스크 CEO는 과거 “AI로 인한 피해는 핵무기를 뛰어넘는다”며 반대론을 표명한바 있는데 이 공동서한에서 완화된 태도를 보이면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들은 “AI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AI의 잠재적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밝혔다.

◇“핵무기보다 위험하다” ‘예측 불허’ AI에 대한 회의적 시각 존재

AI에 대한 전망은 ‘전망이 의미가 없다’고 할 정도로 가변적이었다. 다만 저명한 사회과학자와 자연 과학자들 다수가 인간성 훼손, 빈익빈 부익부, 법적 책임 혼재 등을 이유로 AI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지난 11일 FLI는 서한과 함께 ‘건강하고 유익한 AI를 위한 우선순위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AI 산업 및 연구에 대해 단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적시한 이 보고서에는 AI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단기적 ‘부작용’으로 불평등과 실업률 증가, 법적 책임성 부재에 따른 혼란 등을 꼽았다. FLI에 따르면 AI 산업이 개발될수록 소득 수준 격차는 더욱 커질 확률이 높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어떤 때이든 경제적 안정을 위해 꼭 일하지 않아도 되는 집단이 존재했다”며 “AI 기술로 인한 산업 개발이 이들의 소비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더 적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소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쇄 작용으로 실업률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화되며 제조업 분야 등에서 인간이 설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서비스업 쪽의 AI 산업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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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고서는 “무인 자동차, 무인 군수 무기 등에 관련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치명적인 자동화 무인 무기가 ‘인도주의적 법률’을 준수한다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이야기다. FLI는 “자동화 무기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에 있는 군 지휘구조의 책임과 자율성이 통할 수 있을까? 또 인간성이라는 부분이 이런 무기 갈등을 둘러싼 논쟁의 의미 있는 답변이 될까?”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좋은 사회 만드는 데 ‘따듯한 AI’ 활용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작된 AI 기술 개발을 멈추거나 후퇴시킬 수는 없다. ‘위험성은 최소화하고 과실은 극대화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AI가 가져올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편리한 미래 생활’을 차치하고서라도 흥미로운 것은 AI 기술을 통해 ‘제대로 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AI를 통해 오히려 사람들의 생활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예를 들어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민총생산(GNP) 등 형식적으로 된 경제지표 대신에 AI가 각 개인의 실제적 경제 상황을 파악해 ‘오차가 없는’ 지표를 제시해줄 수도 있다. 이를 이용해 사회·복지사업이 더욱 활발해질 수도 있고, AI 산업의 문제로 지적된 잘못된 소득 분배 등도 개선할 수 있다. 금융이나 보험 등 분석전문가도 복잡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파생상품 등의 구조를 AI가 ‘복잡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이미 AI의 영역은 점차 ‘제조업’에서 벗어나 논리와 패턴 인식 등 ‘전문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2003년 전문서비스용 로봇 생산액은 3억 달러였지만, 2011년에는 36억 달러로 연평균 38.6% 증가했다. 미국 연방로봇재단(IFR)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13만4500개의 새로운 서비스 로봇들이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사용되기 위해 추가될 예정이다. 국방, 논리학, 의료, 수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해당 서비스 분야의 AI 산업은 실리콘밸리의 ‘AI 유행’과 맞물려 더욱 부흥할 것으로 예측된다.

FLI는 보고서를 통해 “한 번 개발되기 시작한 산업은 긍정과 부정의 예측과 관계없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AI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나중에 이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인간들이 ‘자신들의 의지’로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AI의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 고려 대상은 ‘통제 가능성’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호킹 박사는 “AI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존폐 위기가 걸려있는 문제”라며 “컴퓨터 과학자, 법률 전문가, 정책 전문가, 윤리학자 등 모든 사회 분야의 사람들이 AI에 대한 미래와 제도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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