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것은 무엇이며 죽이는 것은 무엇인가
근화조선에 서광이 비쳐 창생을 구하게 되니 영웅 군자는 동과 서로부터 신선들이 모이는 중에 있다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급히 커다란 꿈에서 깨어나오. 머지 않은 장래, 바로 눈 앞에 화가 있다오.
(槿花朝鮮, 瑞光濟蒼生, 英雄君子, 自西自東集合仙中矣. …
不遠將來目前之禍矣.) (『格庵遺錄』 「末運論」)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공포의 대왕을, 똑같은 시대에 동양의 노스트라다무스라 할 수 있는 격암 남사고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있다.
나를 살리는 것은 무엇인가. 수도가 그것이라. 나를 죽이는 것은 누구인가. 소두무족이 그것이라. 나를 해치는 자는 누구인가. 짐승과 비슷하나 짐승이 아닌 것이 그것이니 혼란한 세상에서 나를 노예 만드는 자라. 속히 짐승의 무리에서 빠져 나온 자는 살고 짐승의 무리에서 늦게 나온 자는 위험함에 액이 더해지는구나. 만물의 영장으로서 윤리를 잃고 짐승의 길을 가는 자는 반드시 죽는도다.
(活我者誰, 三人一夕. 殺我者誰, 小頭無足. 害我者誰, 似獸非獸. …) (『格庵遺錄』 「末運論」)
생명의 정수를 간직한 성스러운 인간으로서 윤리도덕을 져버리고 짐승의 길을 가는 것은, 장차 이 세상을 통째로 쓰러뜨릴 거센 화액이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빠지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새 시대의 새 진리를 잘 닦으며 수도하는 길 뿐이요, 인류를 모두 죽이는 것은 ‘소두무족’, 즉 “작은 머리에 다리가 없는 것”이라 하였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했던 『공포의 대왕』인 이 소두무족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는 후세인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소두무족의 정체를 여러 가지 표현으로 직접 일러주며 훈계까지 곁들이고 있다.
날아다니는 불은 도인을 찾아와서는 들어오지 못한다네. 해와 달이 빛을 잃고 별과 우박이 떨어지니 만 개의 산과 만 개의 바위로 갑옷을 만들어 몸을 보호하는구나. 사람과 비슷하나 사람이 아닌 하늘의 신이 내려오니 하늘불을 아는 자는 살게 되고, 음귀가 발동하는 것을 좇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며, 도를 닦지 못하여 귀신이 혼을 빼가는 병을 알지 못하는 자는 망하게 되는구나.
(飛火不入道人尋. 日月無光星落雹, 山萬岩萬掩身甲. 似人不人天神降, 六角八人知者生. 陰鬼發動從者死, 無道病鬼不知亡.) (『格庵遺錄』 「末運論」)
이 구절을 잘 살펴보면 그가 공포의 대왕을 ‘날아다니는 불’로 또는 그것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라 하여 ‘하늘불’이라 표현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사람과 비슷하나 분명히 사람이 아닌 ‘하늘의 신’이라고 하였다. 즉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공포의 대왕은 천상 영계의 신으로서, 인간의 혼을 빼가는 괴병으로 인류의 생사를 심판하는 장본인인 괴병의 주재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해와 달이 빛을 잃어버리고 어두운 안개가 하늘을 덮는구나. 예전에 찾아볼 수 없는 대천재로 하늘이 변하고 땅이 흔들리며 불이 날아다니다가 땅에 떨어진다. 삼재팔란이 함께 일어나는 이 때에 세상사람들아, 그대들은 때를 알고 있는가.
삼 년 동안 흉년이 들고 이 년 동안 질병이 도는데 돌림병이 세계의 만국에 퍼지는 때에 토사와 천식의 질병, 흑사병, 고혈압과 이름없는 하늘의 질병으로 아침에 살아 있던 사람도 저녁에는 죽어 있으니 열 가구에 한 집이나 살아날까.
(月日無光. 塵霧漲天, 自古無今大天災. 天變地震, 飛火落地, 三災八亂幷起時… 流行溫疫萬國時. 吐寫之病, 喘息之疾, 黑死枯血, 無名天疾, 朝生暮死, 十戶餘一.) (『格庵遺錄』 「 歌辭總論」)
이러한 괴병의 창궐은 인류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초유의 대환란으로서, 천지의 대이변을 동반하면서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하늘과 땅의 크나큰 변화는 앞서 살펴본 노스트라다무스의 이야기와 그 내용이 동일한 것이다. 격암은 천지기운의 변화운동으로 지상에서 는 괴이한 기운이 돌아, 3년 간의 흉년과 2년 간의 대괴병이 전세계의 모든 나라에 엄습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 대괴병은 인간의 지혜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이름 없는 하늘의 질병’이라고 하였다. 즉 한 나라도 빼놓지 않고 지구촌 전체를 강타하는 무서운 돌림병이 갑자기 출현하여, 거센 태풍이 휘몰아치듯 지상의 모든 인간을 휩쓸어 버린다고 격암은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