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공기를 통해 사람 간에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닭, 오리 등 감염개체와 접촉하지 않고 호흡만으로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가능해지면 팬데믹(대유행) 현상이 발생해 엄청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후 조류인플루엔자로 죽거나 폐사한 조류는 수억 마리에 이르며, 인간 감염자 약 600명 중 332명이 사망했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메디컬센터의 분자바이러스학자인 론 푸시에 교수 연구팀은 21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H5N1 바이러스 게놈(유전체)의 5곳을 변형시킨 변종바이러스로 족제비과 페럿 실험을 실시한 결과, 공기로 인한 감염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염개체와 직접 접촉해야만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다는 기존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는 연구 결과이다.
푸시에 연구팀의 보고서는 미국 국립바이오안보자문기구(NSABB)가 테러리스트에 의해 생체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논문의 일부 내용 삭제를 요구해 관심을 모아 왔다. 실험실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H5N1 변종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경우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NSABB의 주장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