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잉(Knowing)의 인류종말 “결정론”을 따를 것인가
영화 노잉(Knowing)은 엄청난 스케일의 재난영화이다.
1959년, 미국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그린 미래의 모습이 타임캡슐에 담긴다. 그로부터 50년 후인 2009년. 타임캡슐 속에서 알 수 없는 숫자들이 가득 쓰여진 종이를 발견한 캘럽은 그 종이를 MIT 교수인 아버지 테드(니콜라스 케이지 분)에게 전해준다. 종이에 적힌 숫자들이 지난 50년간 일어났던 재앙을 예고하는 숫자였음을 알게 된 테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고를 막기 위해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는데…
종이에 적힌 대로 결국 모든 인간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캘럽과 애비 만이 살아남게 된다. 외계인과 함께 에덴 동산의 아담과 이브처럼 둘 만 남게 된 캘럽과 애비, 그 속에서 우리는 인류의 마지막과 동시에 시작을 보게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 노잉(Knowing)은 인류의 종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 시간표대로 일어날 것이며, 인간의 어떠한 자유의지로도 막을수 없다는 종교적 결정론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류의 마지막과 동시에 아담과 이브를 남겨 놓아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심어주는 아주 절묘한 기법을 사용했다.
요즘 인터넷 및 예언가들에 의해 유포되는 지구 종말이 과연 과거에 이미 결정되어 그대로 진행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 될 것인지를 영화 노잉(Knowing)의 키워드인 종교적 결정론을 분석하여 추론해 보고자 한다.
(니콜라스 게이지는 MIT 천문학 교수로서 결정론에 대한 강의를 한다)
사전적 의미로 결정론이란? 인간의 행위를 포함하여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것이 정해진 때와 장소에서 일어나도록 미리 정해졌다고 생각하는 이론이다.
원시시대에 사람들은 육체(肉體)구조에 대해서 어떠한 개념도 가지질 못했으며. 말할 필요도 없이 꿈과 죽음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중세기와 심지어는 봉건시대인 왕정(王政)시대까지도, 사유감각(思惟感覺)은 육체(肉體)활동이 아니라 영혼(靈魂)이 활동하는 것이며, 영혼은 육체와 함께 살다가 죽으며, 죽는 순간에 영혼은 육체를 떠나 그 어떤 곳으로 가서, 거기에서 영혼으로써 또 생존한다고 생각했었다. 이처럼 환상적인 생각에 따른 사고를 바탕으로 종교적인 관념론철학이 성행 하였다. 이렇듯 종교가 모든 일상생활에 녹아있던 당시에 “인간의 행위를 포함하여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것이 정해진 때와 장소에서 일어나도록 미리 정해졌다는” 결정론의 근거도 종교적 계시에서 구하고 있었다.
20세기에 들어와 양자역학이 나오면서 강력한 의미에서의 결정론은 반드시 모든 국면에 일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어, 일이 일어나는 확률만이 결정되어 있다고 하는 ‘확률론적 결정론’이 등장 하게된다. 그러나 과학자들 가운데는 아직도 결정론적 사고방식에 매력을 느끼는 듯한 사람이 있어, 아인슈타인처럼 확률론적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못하여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않은 물리학자도 있고, 양자역학에 결정론적인 해석을 다시 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종교계는 과거의 종교적결정론 사상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적결정론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가 바로 대니얼 데닛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철학적 대변자라 불리는 대니얼 데닛(오른쪽)과 도킨스(왼쪽))
인간이 행하는 모든 일은 앞에 일어난 사건에 따라 결정되므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선택했다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결정론과, 반대로 완벽하게 자기 의지로 혹은 적어도 일부 인간의 행위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자유의지론은 너무나도 상반된 입장이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왜냐하면 결정론이 참이라면 인간의 모든 행위 역시 결정된 것일 수밖에 없으므로 인간의 자유의지는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통념을 완전히 뒤집으며 결정론과 자유의지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나타났고 그 중심에 대니얼 데닛이라는 과학 철학의 거장이 있다. 1980년대 뇌과학 연구가 눈부신 성과를 내면서 더욱 활발해진 결정론 대 자유의지 논쟁에 대니얼 데닛이 나선 것이다.
데닛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자유의지와 도덕을 제공하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이런 논쟁의 의문들에 답하고자 했다. 그는 진화생물학, 인지신경과학, 경제학, 철학에서 이끌어낸 놀랍고도 독창적인 논증을 통해, 우리가 다윈의 추론을 받아들인다면 가장 단순한 생명체로부터 시작해 도덕과 윤리, 자유의 문제를 탐구하는 가장 심오한 인간 사유(思惟)까지 빚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데닛은 전통적인 윤리학을 어떤 다윈주의적 대안으로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윤리학을 그것이 마땅히 있어야 할 토대 위에 올려놓고자 하였다.
데닛은 현대과학의 결정론적인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자유의지와 책임과 같은 윤리학의 전통적 개념 또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이런 윤리학의 중심 주제를 신경과학, 진화생물학, 심리철학의 최신 논의들로 재조명하면서 자유의지와 결정론이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데닛에 따르면 자유의지는 환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객관적 현상이며 이는 자연계에서 우리 인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이라 하였다.
데닛에 의하면, 두뇌는 뉴런으로 구성돼 있고, 신호를 받고 내보내는 뉴런들은 작은 생물학적 로봇이다. 수천억 개 로봇들의 작동 속에서 ‘의식’이 나온다. 손상된 청신경을 실리콘 칩으로 대체할 수 있으므로 그런 방식을 계속 밀고 나가면 결국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다윈주의자라고 비판받아 오기도 했던 데닛은 평생을 인간의식의 신비화에 맞서 싸운 용감한 지식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지능과 의식이 출현했듯, 그와 동일한 과정을 통해 로봇도 지능과 의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데닛에게 인간, 로봇, 침팬지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다윈 알고리즘 혹은 다윈 기계일 뿐이기 때문에 차이점이 없는 존재가 된다.
또한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의식을 너무 신비스럽게 보고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하려 한다며, 우리가 자기의식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우리 의식에는 의식 주체가 없으며 신경 세포들 사이에 일어나는 전기 자극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데닛은 또한 전통적으로 철학의 영역에 속해 왔던 인간의 의식과 자유의지에 관한 문제에 생물학, 특히 진화론과 인지신경학을 적용하는 것을 불안하게 여기는 학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말해왔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에 적대적이라고 비판하는 그들을 향해 오히려 자신의 관점이 사실상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구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만이 인간의식, 창조성, 자유에 대한 우리의 개념에서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키는 유일한 관점이라는 것이 데닛의 생각이다.
데닛이 옹호하는 결정론은 모든 사건은 원인이 있다는 것이지 어떤 사건에 대한 어떤 결과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면 결정론적인 세계에서 여러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데닛은 주장한다. 결정론적인 세계에서 어떤 결과를 피할 수 있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는 뜻이다. 데닛은 이처럼 피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자연계에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생명체는 많지만, 인간은 여러 선택을 비교하고 행동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진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나이키, 코카콜라, 펩시콜라, 스와치, 닛산 등 CF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강렬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그는 <크로우>로 영화 감독으로 데뷔, 한가지 색의 어둠 만으로도 비장하고 음울한 미래를 창조하는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아이, 로봇>으로 명실공히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잡았으며, 흥행성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지닌 몇 안되는 감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영화로 데뷔하기 전에는 INXS, 크라우디드 하우스, 플릿우드 맥, 죠 잭슨, 릭 스프링필드, 커팅크루, 콜린 헤이, 예스 의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나이키,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 펩시콜라, 스왓치, 닛산, TDK, 히다치, 클리넥스, 필립 앤 덥롭 등의 CF로 세계적인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프로야스는 이집트 태생으로 3살때부터 시드니에 살았다. 17살의 나이에 호주 필름 앤 텔레비전 스쿨에 입학해 1학년 재학중 단편 영화 [Groping]을 찍었다.
이 작품은 1982년 런던 필름 페스티벌에서 ‘가장 뛰어난 단편영화상’ 과 시드니 필름 페스티벌에서 그레이트 유니언 최고 단편 영화상, 82 멜버른 필름 페스티벌에서 부메랑 상을 휩쓴다.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수많은 CF를 만들며 쌓인 그만의 훌륭한 영상미를 영화 속에서도 잘 녹여 내는데 판타지가 가미된 SF영화를 주로 작업하며 알렉스프로야스식 영상미를 과시하고 있다. 4월 7일 시사회가 있었던 영화 <노잉 Knowing>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그의 영화 데뷔작부터 개봉을 앞둔 <노잉 Knowing>까지 그의 필모그라피를 낱낱이 파헤쳐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