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학, 역학으로 본 지축정립[양재학박사님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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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학 박사 (정역 전공) |
'극이동'이란 표현은 영어의'Pole Shift'혹은 'Polar Wandering'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극이동'은 동양이 아니라 서양에서 먼저 얘기되고 연구되어 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동양철학 특히 역철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서양 과학이 20세기 들어 극이동을 말하기 이미 오래 전에,동양에서는 역리(易理) 곧 음양오행 원리를 통해 극이동에 상응하는 지구의 움직임을 뚜렷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주역(周易)과 정역(正易)이라는 일관된 체계 속에 다루어 왔다고 주장한다.
동양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그 후에도 정역(正易)을 10년 넘게 연구하고 있는
양재학 박사를 통해,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구 극이동이라는 지구 변화를 역학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박사님, 최근에 극이동이라는 말과 함께 지구 회전축이 현재의 위치를 이탈하여 새롭게 자리 잡을 것이라는 얘기가 후천개벽설과 함께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역학적 관점으로 볼 때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까? 역철학도 과연 이러한 지구 회전축의 위치 변화를 설명하고 있는지요? |
물론입니다.아니 오히려 역은 과학을 뛰어넘어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 이면의 원리적인 면을 정확히 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에서 밝히고자 하는 핵심은 한마디로 천지일월의 변화원리입니다.
따라서 역이 과학계 일각에서 말하는 극이동을 포함한 지구의 변화에 대하여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런데 역서(易書)가 한문으로 쓰여있고 과학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수천년 전부터 이어내려 오는 것이므로 편협하고 낡은 이론이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우선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음양오행에 바탕을 둔 역(易)을 비롯하여 전통철학에서는 이미 수천년 전에 지구가 둥근 구체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허공 중에 떠 있어 스스로 자전을 하고 또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역학에 바탕을 둔 한의학의 최고 원전 『황제내경(黃帝內經)』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기백이 황제(黃帝)에게 대답하기를
"인간이 볼 때는 땅이 아래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허공에 떠 있는 것입니다."
황제(黃帝)가 또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땅은 어디에 의지하고 있습니까?"
기백이 대답하기를 "大氣가 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서풍조습(寒暑風燥濕)이 서로 갈아들이면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라 하였다.
이러한 황제(黃帝)와 기백의 문답과 아울러 오래전 부터 전해오는
삼천양지설(三天兩地說) 등을 종합하여 고찰해 보면, 고대의 철인들은 역철학적으로 28숙(宿)의 배열에서 지축이 경사된 상(象)까지를 알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정말로 놀랍군요. 그런데 저 자신도 과거 한때 역에 관심을 갖고 주역을 비롯한 관계서적을 나름대로 공부해 보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회전축이 위치를 바꾼다는 등의 내용은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박사님,과학에서 말하고 있는 지구의 극이동과 같은 얘기가 역의 어느 분야에 언급되어 있는지요? |
사람들은 보통 역하면 주역(周易)을 연상합니다.
하지만 역은 그 궁극의 세계를 파헤쳐 들어가 보면 주역에서 시작하여 정역(正易)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요즈음 회자되는 지구의 극이동은 이미 주역에 암시되어 있고 정역에서는 더욱 자세히 밝혀져 있습니다.
지구의 회전축이 위치를 바꿈으로써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시공질서,우주질서가 형성된다고 하는 것은 벌써 2천5백년전의 주역에 암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체계적인 원리로 정립하여 명확히 드러낸 것은 지금부터 150년 전의 정역입니다.
주역에 지구 회전축이 위치를 바꾸며 시공질서가 바뀐다고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니 무척 신기하게 들립니다. 주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요? |
주역은 우주변화원리를 밝힌 책
입니다. 그것도 노골적인 언어보다는 은유와 상징으로 우주의 도비(道秘)를 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역에서 오늘날 천문학이나 지구과학 책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지구의 회전축이 몇 도 기울어져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바뀐다'는 식의 문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주역은 음양오행과 팔괘에 근거하여 우주를 바라보는 나름대로의 논리로 천지일월의 변화를 설명합니다.
따라서 음양오행과 팔괘의 이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주역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천지일월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맙니다.
계사전에 보면 앞으로 지구 일년의 날수가 365일이 아닌 360일로 바뀜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乾之策 二百一十有六 坤之策 一百四十有四 凡三百有六十 當期之日
건지책 이백일십유육 곤지책 일백사십유사 범삼백유육십 당기지일
또 설괘전에는 앞으로 방위가 바뀌게 되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런 구절은 주역의 핵심을 꿰뚫은 사람만이 알 수 있도록 쓰여 있습니다.
역의 세계를 모르는 보통사람이 봐서는 알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혹자는 주역은 어렵기만 한 난해한 책이 아니냐고 생각할 것인데,사실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본래 역(易)이란 글자는 쉬울 이(易, easy)자라는 뜻이 있습니다.
즉 역은 알고 보면 쉽다는 말입니다. 그럼 왜 쉽다는 역을 보통사람들은 어렵다고 하느냐?
그것은 현대인의 사고(思考)구조가 역을 이해할 수 있는 쪽으로 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역은 자주 들어보았는데 정역(正易)은 좀 생소한 말입니다. 정역이 주역과 어떻게 관계가 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
쉽게 말씀드려 주역이란 책은 2천5백년 전에 공자가 쓴 것이고, 정역이라는 새로운 역을 세상에 드러낸 분은 불과 150년 전 김일부(金一夫, 1826∼1898)
라는 한국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주역과 정역 사이에는 2천 4백여 년이라는 시간거리가 있는데,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일관된 맥이 흐르고 있습니다.
김일부 선생은 평생 주역을 공부하신 분인데, 54세에 이르러 2천여 년 동안 아무도 해석하지 못했던 주역의 궁극적 세계를 깨닫게 됩니다.
그 내용은 앞으로 천지의 시공질서가 바뀌어 일년이 360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김일부 선생은 주역에 암시되어 왔던 이것이 왜 그렇게 되는지를 이치적으로 간결한 논리로 밝혀 냈습니다.
이것이 정역입니다. 올바른 비유가 될는지 모르지만 수학문제를 푸는데 있어 주역은 풀이과정을 설명하지 않은 채 해답만 먼저 던졌다면, 정역은 그 해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풀이과정을 해명했다고 보면 이해하기 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