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암은 모든 종교의 도맥이 단절되어 인간 구원의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다음과 같이 환히 내다보고 있었다.
하늘이 전해준 도덕이 잊혀지고 없어지는 세상이라. 동서의 도와 교가 모이는 신선의 경지에, 말세를 당하여 유교·불교·선도에 어지러이 물들으니, 진정한 도는 찾을 길이 없고 문장은 쓸모없는 세상이라.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읽는 선비라 칭하는 자는 보고도 깨닫지못하는 쓸모 없는 인간이라.
아미타불을 염불하는 도승님네들 말세를 당하여 어지럽게 물들었으니 진도(眞道)를 잃었더라.
염불은 많이 외우나 다 소용없는 때로다. 미륵불이 출세하나 어떤 인간이 깨닫는가. 하상공의 도덕경은 이단이라 주창되니 장차 망할 징조로다.
스스로 선도라 칭하여 주문을 외는 자는 때가 이르렀으나 이를 알지 못하니 한탄스럽기 그지없도다.
서학이 세운 도를 찬미하는 사람들과 조선 땅 안의 동학을 도로써 지키는
사람들도 옛 것에 물들어 도를 잃으니 쓸모없는 인간이로다.(67쪽)
(天說道德忘失世, 東西道敎會仙境。末世汨染儒佛仙, 無道文章無用世。…)
격암은 또 괴병의 죽음으로부터 다시 살려주는 해인을 천상에 계시는 우리의 모든 조상들께서도 지상의 자손들이 알지 못하고 있을까 탄식하고 계신다고 말한다.
먼저 돌아가신 조상님과 부모님의 영혼이 다시 살아서 상봉하리라. 정신 차려서 해인을 알도록 할지라. 무궁조화가 한량이 없도다. 너의 선영 조상들께서도 지상의 자손들이 알지 못하고 있을까 탄식하고 계신다고 말한다.
2. 구원의 사자들은 누구인가
영웅호걸과 현인군자 대관대작 부귀자는 도매금에 넘어가리니 아래에서 위로 구원이 미치는 이치로서 '소울움 소리'를 내는 자가 먼저 살 수 있으리라.(77쪽)
그는 칼날같이 세계구원의 커트라인을 이렇게 잘라 말하고 있다. 구원의 거대한 그물에 걸리게 되는 계층은 억압받는 민중이라는 것이다. 왜 그런것일까?
우주의 대진리는 잘난 자들만을 미워하는 것일까? 단연코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그의 해답은 인생의 하층으로부터 상층으로 향하는 이치로써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인생의 절대적인 어떠한 영적 원리가 있으리라.
그리고 이 구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울음 소리를 내는 자가 먼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치야도래의 일'을 알지라 하엿고, 거듭 반복하여 '소울음 소리를 내라' 하였는데, 여기에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구원의 기밀이 담겨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그 때를 알지 못하니 많이도 죽는구나. 귀신도 덩달아 많이도 죽는구나. 혼은 떠나가니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이 한심스럽도다.(55쪽)
(世人不知接機時, 多死多死鬼多死, 魂去人生恨心事。)
천상의 영계에서는 귀신들도 심판받아 죽는 대변국이라 하였으니 그가 알려주고 있는 천지의 변국이란 노스트라다무스의 말과 같이 천상의 영계에서 살고 있는 조상들과 지상에서 살고 있는 인간 자손들의 2중 심판임을 명백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