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살충제 제한" 발표 - 전세계 식량 작물 63%가 꿀벌 꽃가루받이에 의존
사라지는 꿀벌들 - 바이러스·기생충·기상악화… 휴대폰 전자파 탓이라는 설도
꿀벌 떼죽음으로 인한 '농업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에서 지난겨울(작년 12월~올해 2월) 전체 꿀벌의 31%, 양봉용 벌통으로 따지면 80만통이 감소했다고 미 농무부가 7일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감소에 해당한다. 양봉 농가가 지난해 벌통 1개에서 거둬들인 벌꿀 양은 25.4㎏으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NYT는 전문가 말을 인용해 지난겨울과 같은 꿀벌 개체 급감 또는 기상이변이 또 일어나면 작물 재배에 필요한 꽃가루받이(수분·受粉)가 불가능해지는 농업 대재앙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CCD(Colony Collapse Disorder·군집붕괴현상)'라 불리는 꿀벌종(種) 소멸 현상은 2006년 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처음 시작됐다. 최근까지 이어진 연구에서 그 원인은 복합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생충·바이러스·농약·기상 악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고, 휴대전화 전파가 꿀벌을 신경계 마비로 숨지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CCD로 인해 미국과 유럽, 대만, 호주 등지에서는 매년 겨울 꿀벌이 네 마리 중 한 마리꼴로 종적을 감추고, 양봉업자들은 봄·여름·가을에 애써 개체 수를 복구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벌이 사라지면 단순히 벌꿀 생산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작물 가운데 63%가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 나머지는 다른 곤충이나 새, 바람 등에 의존한다. 특히 아몬드는 꿀벌 없이는 농사 자체가 불가능하고, 사과와 블루베리도 꿀벌 의존도가 90%에 이른다.
유럽연합(EU)은 적극적으로 꿀벌 보호에 나섰다. EU는 최근 곤충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의 살충제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보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씨앗 표면에 묻히는 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곤충 외에 포유동물에는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분무식으로 대량 살포하는 다른 살충제로 대체할 경우, 전체 환경에는 오히려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꿀벌 연구 전문가 댄 커밍스는 "꿀벌 보존을 위해 더 많은 연구와 자금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