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튀니지·리비아 유혈시위 격화…정국 '시계제로'
연합뉴스 입력 2013.07.28 10:42 수정 2013.07.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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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튀니지·리비아 유혈시위 격화…정국 '시계제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아랍의 민주화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또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폭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들 나라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독재·반정부 운동을 대표한다.
튀니지는 2010년 말 이른바 '재스민 혁명'으로 아랍의 봄을 촉발시켰고 이집트는 이 바람을 이어받아 2011년 2월 '현대판 파라오'로 불린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를 종식시켰다.
리비아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비화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최장수 독재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독재자를 몰아낸 이들 국가에서는 민주 선거를 통해 이슬람계 정당들이 권력을 잡고 '새 시대'를 약속했지만 잇따른 실정, 전임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독재적 통치 방식으로 또다시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최근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대규모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튀니지 역시 야권 지도자 암살을 계기로 이슬람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져 정국이 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집트, 무르시 축출 이후 유혈사태 계속
이집트에서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이후 군부가 주도하는 과도정부가 들어섰지만 무르시 찬반 세력의 집회로 사상자가 잇따르면서 정국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27일(현지시간)에는 카이로 외곽 나스르시티에서 무르시의 복귀를 요구하는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 세력의 시위를 이집트 경찰이 무력 진압해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의료진들은 75명이 숨지고 최소 1천명이 다쳤다고 파악하고 있지만 무슬림형제단은 최소 120명 사망에 부상자는 4천5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도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무르시 지지자들과 군부 옹호 세력이 충돌해 7명이 숨지고 194명이 다치는 등 이틀간 이집트 곳곳에서 모두 8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난 8일 이집트군의 발포로 50여명이 숨진 뒤로 최악의 유혈사태다.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부통령이 "과도한 폭력과 죽음을 규탄하며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정부와 무르시 지지세력 모두 강경한 태도를 보여 또다른 충돌이 빚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경찰의 실탄 사격을 비난하면서 앞으로 이틀간 군부 과도정부에 반대하고 무르시 복귀를 요구하는 집회를 전국적인 규모로 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집트 내무부는 실탄 발포 사실을 부인하며 "폭력 사태를 조장하는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조속히 해산할 것"이라고 맞섰다.
◇'야권 지도자 암살' 튀니지 정국혼란…이집트 재연 우려
튀니지에서는 지난 2월에 이어 또다시 야당 유력 지도자가 암살되면서 혼란이 재연됐다.
지난 2월 좌파 정치연합체 대중전선의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가 무장괴한의 총격에 숨진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세속주의 성향의 야당 정치인 무함마드 브라흐미가 자택 앞에서 괴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이들의 암살은 이슬람 성향의 정부에 반발해온 야권에 불을 댕겼다.
브라흐미의 가족이 그의 암살 배후에 이슬람주의 집권당인 엔나흐다당이 있다고 비난하는 가운데 수도 튀니스에서는 25일부터 수천명이 내무부 청사 앞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브라흐미의 국장이 치러진 27일을 전후로도 정부 찬반 세력의 집회가 잇따랐다.
경찰은 이들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소속 의원 52명도 브라흐미 암살에 항의하는 표시로 26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의회의 해산과 국가구제정부의 구성을 요구했다.
이처럼 이슬람주의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튀니지 역시 이집트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튀니지는 2년 전 민주화 시위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이후에도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세력이 정치적 견해와 실업 등 경제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 리비아서도 대규모 반정부·반이슬람 시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동부 벵가지에서도 27일 대규모 반정부, 반이슬람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전날 있었던 리비아의 대표적 활동가 겸 변호사인 압둘살람 알 무스마리의 피습, 사망 사건이 발단이 됐다.
알 무스마리는 지난 2011년 카다피 정권 축출 이후 세를 확장한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 세력을 공개 비판해 온 인물로, 벵가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시위대들은 알 무스마리를 공격한 배후가 바로 무슬림형제단이라고 주장하면서 트리폴리와 벵가지에 있는 무슬림형제단의 정의건설당(PJC) 사무실을 공격, 창문을 깨고 집기를 약탈했다.
정의건설당뿐 아니라 리비아 최대정당인 국민연합(NFA) 사무실도 공격을 받았다.
시위에 이어 벵가지 인근의 한 교도소에서는 폭동이 일어나 죄수 1천여명이 탈옥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탈옥한 죄수들 가운데에는 전임 카다피 정권에 협력한 인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계 당국은 대규모 시위와 교도소 폭동에 연관성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알리 제이단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한 상황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부처의 수를 줄이는 개각을 조만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 미국 등 국제사회 '우려' 표명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우려의 뜻을 표하며 이들 국가에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집트는 지금 중추적인 순간에 있다"며 "2년 전 시작된 혁명의 '최후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며 지금 현재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또 "폭력은 화해와 민주화를 향한 노력을 저해하고 지역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집트 당국은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존중할 법적·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고 "이집트 과도 정부는 평화로운 사태 해결과 국민 보호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폭력은 정치적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대화를 촉구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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