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AI, 골든타임 놓쳤다
http://m.news.naver.com/read.nhn?sid1=102&oid=448&aid=0000192103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책 발표 도중 얼굴을 만지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농식품부는 13일 0시부터 48시간 동안 전국에 ‘스탠드스틸’을 발령했다. 뉴시스
아베 총리, 확진 2시간 후 대응 지침
#1. 11월 28일 오전 8시35분쯤 일본 아오모리현의 가축위생보건소에 신고가 들어왔다. ‘아침에 오리 10마리가 죽어 있는 걸 발견했다.’ 1만6500여 마리 식용 오리를 키우는 농장 관리인의 긴박한 연락이었다. 방역당국 직원이 현장을 찾아 폐사한 오리를 대상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간이검사를 했다. 결과는 ‘양성’. 같은 날 니가타현에서도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골든타임 놓친 한국 철새 탓만..
10월 말 대학 연구팀에서 AI 바이러스 검출
그 사이 구멍 난 국내 방역 체계를 뚫고 AI는 빠르게 확산했다. 11월 30일 현재 경기도와 충남·충북·전남·전북·세종까지 6개 시·도로 번졌다. AI에 뚫리지 않은 지역은 제주도와 경남·경북 지역뿐이다. 최초 농가 AI 발생 이후 2주 만에 전국 13개 시·군 47개 가금류 농가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살처분된 오리·닭 수는 212만2000마리에 이른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1월 29일 ‘역학조사위원회 AI 분과위원회’을 열어 이번 AI 최초 감염원을 철새라고 발표했다.
역학조사위원회 측은 “이번 고병원성 AI H5N6형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중국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철새를 통해 유입됐다”며 “지역별 최초 발생농장은 대부분 주변에 철새 서식지와 농경지가 있어 야생 조류 분변에 오염된 차량 또는 사람에 의해 유입되거나 쥐·텃새 등 야생 조수류의 축사 침입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새 탓만 하기엔 상황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닭·오리 농장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농장과 농장 간 감염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11월 29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는 “이번에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폐사 등 임상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며 “초기 강력한 방역대책 추진과 가금 농가의 자율 방역 강화와 신속한 신고 등을 당부한다”고 발표했다.
‘강력한 초동 대응’이 중요하다지만 벌써 농가 AI 최초 발생 이후 2주 넘게 지났다. 전문가들은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갔다고 지적한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번과 같은 고병원성 AI는 한 번 번지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 전 예방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데 타이밍을 놓쳤다”며 “지금과 같은 ‘바이러스 따라가기식 대책’으로는 추가 피해 방지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10월 28일 충남 천안시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대학 연구팀에 의해 검출된 적이 있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10월 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됐을 때 정부에서 비상 방역 체계를 갖추고 차단 방역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대규모 피해는 예방할 수도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백순영 카톨릭대 의대 미생물학 교수는 “이번 AI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최초로 발생한 유형으로 방역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체 감염 같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두고 지금이라도 철저한 차단 방역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