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3 18:40
캐나다에서 돼지들이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신종플루가 사람에게서 돼지로 전염된 첫 사례로, 역시 멕시코에 다녀온 농장 직원에 의해서다. 캐나다 양돈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사람-동물 간 변종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CTV 등 캐나다 언론들은 2일 서부 앨버타 지역의 양돈 농장에서 H1N1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들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식품검역청(CFIA)은 지난달 12일 멕시코여행을 마치고 앨버타로 돌아온 이 농장 노동자에게서 돼지들에게로 바이러스가 옮아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캐나다 검역전문가 브라이언 에반스는 “이 노동자는 14일 농장에 복귀했을 때 인플루엔자 감염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며 “감염자는 별다른 치료 없이 완쾌됐지만 돼지들에게로 바이러스가 옮아갔다”고 말했다.
신종플루는 조류와 돼지,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전염되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돼지는 이 농장 2200여마리의 10%에 해당하는 200마리가량으로 파악된다. 병에 걸린 돼지들도 대부분 병세가 호전되는 단계이지만 일단 격리조치를 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모두 85명의 감염환자가 확인돼 멕시코,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감염자 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신종플루 확산 이후 처음으로 보고된 돼지 감염 사례다.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다시 사람에게서 동물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대규모 확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바이러스가 돼지-사람-조류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의 혼합종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조류 인플루엔자(AI)를 일으키는 H5N1 바이러스와의 결합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미 AI를 일으키는 H5N1에 감염된 돼지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돼지의 몸은 여러 바이러스들의 혼합이 일어나는 용광로로 알려져 있어, 변종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감염된 돼지의 고기를 먹어도 바이러스는 전염되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식품을 통해 전달된다는 증거도 없다. 캐나다 검역청은 “돼지고기는 분명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양돈업계는 파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앨버타 양돈협회도 “수출에 잘못된 타격을 입힐까 걱정하고 있다”며 “특히 살아 있는 돼지의 미국 수출길이 막힐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집트 정부는 돼지 30만마리의 살처분을 지시했고, 중동국가들을 중심으로 돼지 도살이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돼지 살처분은 인플루엔자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한 데 이어,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무역기구(WTO)도 2일 “바이러스가 식품을 매개로 전파된다는 증거가 없다”는 성명을 냈다.
<구정은기자 ttalgi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