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임호준 기자]×××동물로부터 유래된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말 조류 독감이 창궐하면 최대 1억명 가량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돼지에서 비롯된 니파 바이러스 등 그 밖의 인수(人獸)공통 전염병도 지구촌 각지서 유행하고 있다. 3일 질병관리본부 주최로 열리는 ‘인수공통전염병 국제 심포지엄’ 참가를 위해 방한한 국제기구 전문가들을 초청, 2일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미란다 =조류독감이 창궐하면 수주일 내 최소 700만명에서 최대 1억명까지 사망한다는 WHO의 보고를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1957년 아시아 독감과 1968년 홍콩독감 때의 상황을 가정해 희생자 규모를 분석했다. 매년 유행하는 ‘평범한’ 독감도 100만명 정도의 사망자를 내므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인류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러스에 노출돼, 그 바이러스가 발달된 교통 수단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700만명 사망’은 매우 낮게 잡은 수치다.
킴벌 =1997년 홍콩서 처음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학자들은 이것이 대변이(大變異)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의 ‘전 세계적 창궐(global pandemic)’로 이어질까봐 가슴을 졸였는데 다행히도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다. 올 초 발생한 조류독감도 국제적 공조로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화됐다. 그러나 지금도 아시아 지역에선 산발적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하고 있으며,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양치기 소년처럼 공포를 자꾸 확산시킨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재앙은 정말로 임박했다. 세계 곳곳에서 불길한 징조가 포착되고 있다.
허영주 =인류는 과거보다 더 우수한 바이러스 약을 갖고 있다. 각국 공중보건체계와 국제 간 협력 시스템도 그 어느 때보다 잘 갖춰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류독감 등으로 인한 희생자는 과거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인구의 도시 집중, 항공기 등 교통수단의 발달, 가축과 축산물의 전 세계적 이동 등의 이유 때문이다.
미란다 =아시아 국가는 특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등에는 아직도 사람과 동물이 동거하는 가옥형태가 남아 있으며, 실제로 사스도 그 때문에 발생했다. 조류독감의 세계적 대유행도 아시아에서 시작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알귄 =조류독감만 위험한 게 아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동물의 질병이 어느 순간 인간에게 옮겨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선 방역 시스템과 검역 시스템의 정비가 절실하다. 각국의 방역체계는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데 반해 불행하게도 검역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까다롭다는 미국조차 허점투성이여서 걱정이 된다.
허영주 =닭이나 돼지 등을 통해 옮는 인수공통 전염병은 보통의 전염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조류독감의 예에서 보듯 국제사회는 발생 지역의 모든 가축을 살(殺)처분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 농가에선 일정기간 가축의 사육도 금지된다. 가축 등의 수출이 전면 중단될 뿐 아니라 관광산업에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미란다 =WHO에서 2004년초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인한 아시아 국가들의 피해를 옥스퍼드 경제연구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양계업 몰락 등으로 2005년까지 600억~700억 달러(약 70조~8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으며, 관광 수입까지 포함하면 최대 1300억달러(140조원)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계산됐다. 한국도 최대 107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귄 =조류독감 얘기만 했는데 애완동물이 옮기는 그 밖의 인수공통 전염병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에는 쥐나 도마뱀, 이구아나, 거북 같은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가정이 많아졌는데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작년 미국에선 원숭이 두창이 크게 유행했는데, 추적해 보니 서 아프리카 지역서 수입한 애완용 쥐가 중간 숙주였다. 쥐에게는 문제가 안 되는 원숭이 바이러스가 쥐를 매개로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다. 야생동물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숙주 또는 중간숙주가 됨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미란다 =조류독감 등 인수공통 전염병의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개개 국가의 방역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사스도 중국의 방역체계가 조기에 가동됐다면 그렇게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WHO는 현재 베트남, 캄보디아 등 저개발국의 방역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는 국제사회의 협력인데 여기에는 국가 간의 협력뿐 아니라 국제기구 간의 협력도 중요하다. 이 같은 필요성에 따라 WHO는 요즘 세계식량농업기구(FAO), WTO 등과도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국제전염병감시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참석자----------●메리 미란다 WHO 서태평양본부 인수공통전염병담당관
●폴 알귄 CDC 세계이동·검역국 역학담당관
●앤 킴벌 APEC 전염병 감시네트워크국장
●허영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진행·정리=임호준기자)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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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편 45장 3~6절]
때가 되어 괴병이 온 천하를 휩쓸면
3 장차 십 리 길에 사람 하나 볼 듯 말 듯한 때가 오느니라.
4 지기(至氣)가 돌 때에는 세상 사람들이 콩나물처럼 쓰러지리니
5 때가 되어 괴병(怪病)이 온 천하를 휩쓸면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눈만 스르르 감고 넘어가느니라.
6 그 때가 되면 시렁 위에 있는 약 내려 먹을 틈도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