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빛을 지표 삼아 자신의 집으로 똥을 굴려 이동하는 쇠똥구리. 출처 | 커런트바이올로지 |
ㆍ남아공·스웨덴 연구진, 실험서 밝혀
땅에서 똥을 굴리는 쇠똥구리의 눈은 먼 하늘 은하수를 향해 있었다.
쇠똥구리가 은하수에 의지해 길을 찾는다는 사실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웨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고 BBC가 24일 전했다. 길이 2㎝도 되지 않는 이 풍뎅잇과 곤충이 달도 없는 칠흑 같은 밤에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똥 경단’을 집까지 무사히 가져가는 비결은 하늘 위의 빛무리였다.
사람과 새, 물개 등은 별을 보고 방향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곤충에서 이 같은 행동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야행성인 쇠똥구리가 별빛이 강처럼 흐르는 은하수를 알아보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똥 경단을 경쟁자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똥더미에서 직선거리로 빨리 멀어져야 한다. 은하수는 이 직선 경로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쇠똥구리들이 똥 경단 위에서 ‘춤’을 추면서 해와 달, 편광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하지만 달도 뜨지 않은 밤에 이들이 어떻게 길을 찾는지는 궁금증으로 남아 있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밤하늘을 투영한 실험실에서 쇠똥구리의 행동을 관찰했고, 은하수의 뿌연 빛만 있을 때에도 길을 잘 찾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은하수를 가리거나 밝은 별빛만 보여주었을 때는 쇠똥구리들이 길을 잃었다.
연구를 주도한 스웨덴 룬드대 연구원 마리 데크는 “쇠똥구리들은 겹눈을 갖고 있어서 하늘의 가장 밝은 별들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의 세계에서 은하수는 ‘인도하는 빛’으로 추정된다. 귀뚜라미개구리는 달 없는 밤에 단 두 방향으로만 이동하고, 나방 같은 다른 곤충류도 별빛을 지표 삼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런트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