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게 금을 입힌 장식물 - 전기 사용 가능성 시사
맹성렬 /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과정
"찬성"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고고학자 오귀스트 마리에뜨는 이집트 고고국의 초대국장으로
부임해 발굴작업을 지휘하던 중 기자 대피라미드 근처에서 금도금 장식물을 발견했다.
고대 세계에서 제작된 금도금 제품은 자주 발견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도금은 두텁고 불균일해 형편없는 수준을 보인다.
중세 연금술사들이 개발한 대표적인 금도금 방법은 아말감을 이용한 것이다.
금을 수은에 녹여 아말감을 만든 후
이를 주물 표면에 입히고 열로 수은을 증발시켜 금만 남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아무래도 금박의 두께가 두껍고 균일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정밀분석 결과 대피라미드 근처에서 발견된 금도금 장식물은
전기 도금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얇은 두께와 광택을 지닌 것으로 판명됐다.
그렇다면 이집트 구왕국 시대에 이미 전기 도금이 이루어졌다는 말인가?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이
대피라미드의 환기창 안에서 발견된
철제판에서도 확인됐다.
이 철제판 역시 얇은 금도금이 돼있다.
사실 인류가 전기를 처음 사용한 것은
1800년 무렵 이탈리아 과학자 볼타가 전지를
발명하기 훨씬 이전부터였다.
이보다 2천년 전 이라크에서는
연금술사들이 진흙 항아리와 구리편, 철심, 아스팔트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형태의 전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에 전기가 사용됐다면,
이보다 더 이전에 전기가 사용되지 않았으리란 법이 없지 않은가?
실제로 기원전 2천5백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식기는
오늘날 전기 도금한 것보다 더 얇고 윤기가 나는 금도금이 돼있다.
즉 인류는 문명이 시작되던 초기부터 이미 전기를 사용해 금도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 공통적으로 존재했던 이런 기술은
아마도 이들 두 문명에 영향을 끼치고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초고대문명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임에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