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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혹은 유령

 

죽은 영혼의 도시를 떠나는 새들...


귀신 혹은 유령
귀신에 관한 명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그리고 귀신은 정말 무섭고 두려운 존재일까?
아니 원점으로 돌아가 귀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귀신을 보았다는 많은 증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증명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가?
정답은...

귀신은 인류 공동의 문화전승물이다. 사람 사는 곳 치고 귀신이 나지 않는 곳이 없다.
세계 도처의 귀신들은 대체로 무시무시하고 어둠 속에 살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
한국에서는 귀신, 중국에서는 퀘이, 일본에서는 오니로 불리는 이 귀신들을 한자리에 소환해본다.

귀신 흔히 죽은 사람의 넋을 이르는 한국 민간신앙 속의 영적 존재. 원한에 사무쳐 이승을 헤매는 원귀인 경우가 많다.
귀신은 썩은 것, 어둡고 탁한 것, 음습한 것을 좋아한다. 사람에게도 붙는데 원기가 왕성한 자에게는 붙지 않고 허약한 자에게 붙는다. 양기를 싫어하고 음기를 좋아하는 탓에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잘 붙는다. 귀신은 한을 풀어주면 저승으로 가기도 하지만, 악질 귀신은 `신명'의 힘으로 내치거나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야 하며, 아주 강한 귀신에 대해서는 회유책을 쓰기도 한다.

퀘이(귀鬼) 중국의 귀신. 중국인들은 죽은 이의 넋을 선한 것과 악한 것으로 나누고, 앞엣 것을 `셴(신神)'이라 하고 뒤엣 것을 퀘이라 한다. 퀘이는 정상적으로 매장되지 못하거나 합당한 제 사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혼령이 변한 악령이다. 영계에 오를 수 없기 때문에 세상을 방황하며 재난, 질병, 죽음을 가져온다.

오니 일본의 귀신.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초자연적 괴물이다. 8척이 넘는 키에 온몸에 털이 무성히 나 있으며, 머리에 두개의 뿔이 있고, 커다란 입에 날카로운 어금니가 튀어나와 있다. 허리에는 호랑이 가죽을 차고 있으며 커다란 쇠몽둥이를 들고 다닌다 . 한국의 도깨비와 유사하나 훨씬 포악스럽다.

사탄 기독교 성서상의 타락천사. 악마 혹은 마귀(devil)와 동의어로 쓰인다. 사탄은 귀신보다 한 계급 위에 존재하는 신적인 존재로서 악한 영의 왕이다. 자기 밑에 있는 귀신을 통해 사람의 몸을 점령하여 그들을 괴롭히거나 병들게 할 수 있다. 이 사탄이 타락하기 전 천사였을 때의 이름이 루시퍼이며, 마태복음에서는 벨레제불로 부른다. `파리떼의 왕'(파리대왕) 혹은 `똥의 왕'이란 뜻의 벨레제불은 <구약성서>에서는 `바알즈붑'으로 나온다.

흡혈귀(뱀파이어) 피를 빨아먹는 귀신. 이단자나 범죄자 또는 자살한 자 가운데 흡혈귀가 된다. 인간의 피를 마시기 위해 주로 박쥐의 모습으로 밤에 나돌아다니는 흡혈귀는 새벽이 되면 무덤이나 흙이 가득 찬 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흡혈귀에 피를 빨려 죽은 자 역시 불사의 흡혈귀가 된다. 흡혈귀 전설은 슬라브 지방이나 헝가리에 주로 퍼져 있는데, 가장 유명한 흡혈귀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드라큘라다. 영국작가 브람 스토커가 1897년 쓴 고딕 소설의 주인공인 드라큘라는 흡혈귀 이야기를 확산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편 고스트(ghost), 디먼(demon), 스피릿(spirit) 등 우리말의 귀신이나 유령을 뜻하는 영어단어들은 많다.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도 그중의 하나다. 한데 폴터가이스트는 귀신이나 유령의 존재를 의심하는 서양의 심령학자들조차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실재의 현상'으로 믿고 있다. 그 증거들이 너무나도 뚜렷하기 때문에'불가사의한 초자연의 현상'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폴터가이스트는 쉽게 말하면'귀신들의 장난'이다. 사물이 공중을 날거나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가 하면, 인적이 없는 곳에서 돌이 날고, 해머로 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858년 최초의 기록이 나타난 이후 폴터가이스트현상은 수천가지의 예가 보고돼 있다. 그같은 현상의 과학적 근거를 입증하기 위해 직접 목격했다는 학자들도 많지만 물론 아직까지 꼬투리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에너지를'심령(心靈)'과 결부시켜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만들어낸다는게 비교적 '과학적'인 견해고, 상당수의 심령학자들은'마술(魔術)'이라는 생각에서 별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귀신관(鬼神觀)'은 폴터가이스트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폴터가이스트현상을 체험했다는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그'장난'의 주인공을'실체'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서양과는 다르다.

우리의 전통적'귀신관'은 네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째는 밤에만 나타나 행동한다는 것, 둘째는 사람 모습을 가지고 사람과 똑같은 짓을 할 수 있다는 것, 셋째는 둔갑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넷째 는 특출한 초인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귀신을 봤다”는 경험담에 대해서는'당사자의 불안정한 심리가 만들어내는 기이한 환각'으로 설명하는 학자들이 많다. 요컨대'귀신체험'에 과학이 개재될 수는 없다는 논리다.그렇다면 최근 귀신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나 책들이 대단한 인기를 모으는가 하면 하루 평균 50여건에 달하는 귀신체험담이 방송사에 몰리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돼야 할까. 한 학자는'어수선하고 불안정한 사회상을 반영하는 일시적 현상'이라 진단하고 있다지만 이는 역시 순서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세상이 어수선하기에 인간의 직관력이 귀신에 대한 관심을 증대했다든가 혹은 귀신들의 영향력이 세상을 어수선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어쨌든 귀신은 그 존재유무의 증명성을 떠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98년 9월 17일 대만에서는 세계 7개국초청 "小靈" 귀신의 약칭-선발대회를 가졌다.
대만에서는 전통적으로 매년 음력 7월 한달간은 귀신의 달로써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달로 여행이나 출국 자동차 매매 무역 등 많은 부분의 성사나 거래가 거의 없는 달이기도 하다. (우리의 윤달과는 반대로 인식하면 됨)

대만의 전통적인 종교는 정령숭배로 인간이 죽으면 몸은 소멸되어 없어지지만 영은 연기와 같이 공중에 떠나닌다고 믿는 사상이며 특별히 음력 7월은 온갖 모양의 귀신들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믿는 연고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벤트성 행사나 `다큐멘터리'를 자처하는 귀신 이야기나 인터넷에 범람하는 귀신이야기 등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지만 사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물과 사건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에 의해 기록된 것은 훨씬 오래전부터였다.

대표적 예가 중국의 고전으로 남북조시대 동진 초기의 사학자이며 문학가인 간보(干寶·?~336)가 편찬한 '수신기'이다. 수신기는 귀신을 비롯해 `있을 법하지 않은 신비하고 괴이한 온갖 사건'을 집대성해 놓은 `다큐멘터리'이다.
불과 두어 줄에 그치는 짧은 글에서부터 콩트 길이의 제법 긴 것에 이르기까지 500여 개의 장에 실린 사연은 환생, 예언, 마법, 이민족의 건국설화, 심지어는 외계인의 출현까지로 다양하고 다채롭다. 그러나 아무래도 주종은 귀신 이야기가 되는데, 그 귀신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명확히 가르는 서양식 이분법에서와는 달리 삶에 밀착한 귀신들이다. 억울하게 죽은 이가 복수를 하는 것은 보통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혼인을 맺기도 하고, 착오로 저승 문턱에 갔다가 돌아오던 사람끼리 정분이 나기도 하며, 어수룩한 귀신을 속여 팔아 돈을 챙기는 이까지 있다.'수신기'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거짓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동명왕의 고구려 건국설화를 비롯해 많은 일들이 정사(正史)에 실려 있으며, 권선징악의 교훈과 구성 및 수사학상의 기법 등은 후세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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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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