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휴식한 후 우리는 세번째 생애를 찾아 다시 떠났다.
김 : 지금 어디 있습니까?
원 : ‥지금은 15세기입니다‥. 여기는 인도고, 저는 거지입니다. 나이는 마흔아홉‥. 거지지만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 자신의 모습을 얘기하십시오.
원 : ‥아주 마르고 남루합니다‥. 그렇지만 눈빛은 초롱초롱합니다‥.
김 : 가족이 있습니까?
원 : 없습니다‥. 저는 젊을 때 가출했습니다‥. 원래 우리집은 대 가족인데, 인도의 귀족입니다‥.
김 : 이름은?
원 : ‥샨타그라‥. 그 비슷한 이름입니다‥. 저는 벵골지방 출신입니다‥.
김 : 부모님에 대해 얘기하십시오.
원 : 우리집은 지방 호족인데, 막강한 권력을 가졌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권모술수가 싫어서 떠났습니다‥. 저를 정략결혼시키려 했지만 거부했습니다‥.
김 : 아버지의 이름은?
원 : ‥갈‥자로 시작되는 이름입니다.
김 : 몇 살에 가출했나요?
원 : 스물다섯 살 때입니다‥. 미혼이었고, 집에는 어머니와 많은 친척들이 있었습니다‥. 집에는 늘 사람들이 들끓었고‥. 이복 동생들도 많았습니다.
김 : 살던 집은 어떻게 생겼나요?
원 : 엄청난 부와 사치를 나타내는 집입니다.
김 : 왜 가출을 했습니까?
원 : 저는 아버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자식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권력을 제게 넘기려고 했는데요‥.
김 : 성격이 서로 달랐습니까?
원 : ‥아버지의 뜻을 따르려면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저는 시와 꽃을 사랑했습니다.
김 : 다른 형제들은 어땠습니까?
원 : 둘째동생이 제 자리를 노렸습니다‥.
김 : 그의 이름은 뭡니까?
원 : ‥사만타‥ 사만탑니다.
김 : 그때는 몇 년입니까?
원 : 15세기 중반입니다.
김 : 그 당시의 사회에 대해 말해주세요.
원 : ‥부자들은 엄청난 부를 누렸지만‥ 가난뱅이들은 아주 못살았습니다‥. 저는 사회에 대해 환심도 없었고 제 자신의 수행에만 관심이 많았습니다.
김 : 집을 나온 후 줄곧 거지였나요?
원 : 그렇습니다.
김 : 수행과 공부를 위해 뭘 했나요?
원 : 히말라야의 성자들도 찾아가 만났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배웠습니다‥.
김 : 다음의 중요한 장면으로 가겠습니다‥.
원 : (갑자기 목소리가 낮아지고 엄숙해짐) ‥제 수행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 나만을 위한 수행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난 삶들이 저를 평화롭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종교와 수행 생활이 제 영혼을 속박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참 진리는 자기만족이 아니라, 내 삶을 나눔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유익을 구하는 것입니다.
김 : 아까 들리던 그 목소리가 들립니까?
원 :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립니다.
김 :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원 : 계속 거지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60세가 넘었습니다‥.
김 : 그 목소리가 거지에 대해 얘기하는 겁니까?
원 : 아닙니다‥. 지금 누가 제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김 : 들어보십시오.
원 : (낮고 엄숙한 어조로)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 만족을 추구하지만, 오히려 그것은 자기를 속박하고 자기와 관계맺는 사람들을 어렵게 할 뿐입니다. 참된 진리 탐구의 목적은, 그것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발전하고 그 영혼들이 정화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영혼을 맑게 해주지 못하는 수행은 자신을 치장하는 요란한 많은 치장물과도 같으며, 돈 많은 여자들이 허영으로 치장하듯이 자기를 꾸미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더욱더 위험한 것은, 허영에 찌든 사람들은 누가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정신적인 허영은 아무도 지적해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자기 영혼이 피폐되는 줄도 모르면서 병들어 죽어가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가 썩어가고 있는 것을 모릅니다. 참된 수행의 길은 내재된 자신의 깨달음으로, 섬기고 돕고 많은 사람들이 사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예수의 가르침은 참으로 진리의 길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보병궁 복음서에서 예수聖者의 진짜 가르침을 읽어 보십시오. [책나무])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희생입니다‥. 도(道)의 완성은 사랑인데‥ 사랑의 전제는 희생이기 때문입니다‥. 희생하십시오‥. 희생의 모습이 남들 보기에 파계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이단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희생하십시오‥. 희생이 있은 후에야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을 행하는 자만이 도를 이룬 자입니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행하는 모든 노력들은 허공을 울리는 메아리와 같습니다‥. 아무런 열매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원종진 환자 자신을 가리킴)의 생애도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많은 날들을 반복했건만, 깨닫지 못하고 같은 굴레에 속하는 것은 진정으로 섬기는 데 약했기 때문입니다‥. 행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잠시 침묵 후) ‥희생해야 합니다‥. 그것들이 이루어질 때 우리의 영혼들은 보다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본래의 목소리로) 여기서 말이 그쳤습니다.
김 : 지금 보이는 것이 있나요?
원 : 제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김 : 그대로 긴장을 풀고 휴식하십시오.
잠시 후 그를 깨웠을 때, 자신에게 들려오던 목소리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고, 말과 함께 가슴으로도 그 내용들이 전달됩니다‥. 텔레파시라고 할까요. 그 말의 내용에 따라 아주 강렬한 느낌과 영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부드럽고 친근하지만 무게있는 목소립니다‥. 어떤 영적으로 높은 존재가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환청은 이런 식으로 들리지 않는다. 단편적이고 지리멸렬한 내용이 두서없이 지속되고, 내용도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 목소리는 상황에 대한 설명과 그 속에 있는 교훈의 의미를 해설해주고 있었다. 이것은 브라이언 와이스가 묘사했던 '마스터Master'라는 존재의 목소리와 같은 것이었다. '마스터'라는 말은 우리말도 아니고, 공식 명칭도 아니므로 나는 앞으로 이들을 '지혜의 목소리', 혹은 줄여서 '목소리'라고 부르겠다. 무슨 이름으로 불리건 이들은 초월적인 영적 존재들로 생각되며, 성격에서 묘사한 천사의 음성도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들은 진보된 영혼의 지혜로써 우리 영혼의 성장을 이끌어주고 지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수호천사나 수호령이라는 존재들도 바로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에서의 삶은 진지한 것이었지만 자기수행과 깨달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만을 위한 모든 수행과 노력은 아무 열매가 없는 공허한 것이라는 얘기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대승불교의 이념이나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과 다를 바가 없다. 이 환자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꾸며서 하고 예수를 찬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지만, 교리나 종파에 얽매이지 않고 파계나 이단의 모습으로 비치더라도 희생해야 한다는 말은 일반 교회의 상식적인 가르침은 아닐 것이다.
14세기 스페인에서의 삶이 물질적인 것이 치중된 마지막 삶이라는 말은, 곧이어 이어졌을지 모르는 인도에서의 삶에서 정신적 추구를 위해 가출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기적인 수행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더 이상의 성장은 할 수 없었고, 그 생애가 끝났을 때에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반복되는 삶에서 시행착오들을 통해 배우고 자라는 것이 영혼의 의무라는 윤회사상을 다시 한번 뒷받침하는 것이다.
현대의 종교들은 좋은 가르침을 주고 있지만, 사람들의 본능적인 교만과 배타성에 오염된 부분도 적지 않다. 내가 속한 종파가 아니고는 모두 지옥에 가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참 종교인이 아니라 파벌주의자이며 지독한 이기주의자들이다. 세월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기존 종교에 실망하여 뭔가 다른 것을 찾으려고 하는 이유는, 종교인들의 실제 생활 속에서 사랑과 진리의 모습이 아니라 모순과 거짓의 그림자를 자주 보기 때문이다. 지혜의 목소리는 이런 종류의 신앙을 가리켜 '겉만 요란한 장식물'이라고 했다. 진정한 종교는 바로 남들의 성장을 도와주기 위한 희생과 봉사와 사랑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