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ll me what the rain knows
안산에 있는 어느 카페를 운영하던 이지혜라는 여자분이 있었다. 언젠가 상담을 하러 와서, 64년 용띠인데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아 술장사를 해서 부모를 모신다고 했다. 나 또한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고생을 많이 한 처지라 서로 알고 지냈다.
목은 괜찮은데 장사가 잘 안되어 하루에 2만원씩만 내고 장사를 해 보라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이지혜씨는 거의 공짜라고 할 만큼 좋은 조건에 술집을 인수받아서 무척 자신만만하게 재기르 다짐했다. 나 때문에 좋은 일 이 생긴 것 같다며 개업할 때 고사 좀 지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시간이 안 나 일단 기도나 하라고 일렀다.
차일피일 미로고 있었는데 한 열흘쯤 지났을까, 이지혜씨가 나를 찾아와서는 장사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맨날 가게에서 싸움이 벌어지는데 , 그것도 맥주 한 병 먹다 괜히 시비가 일어 싸움판이 되질 않나, 지나가던 사람이 들어와서 싸움을 걸어 난리를 치질 않나 도대체가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듣다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간단히 준비를 해 놓으라고 보내고는 그날 밤 가게 영업이 끝난 새벽 3시에 기도를 시작했다. 한참 고사를 지내다 보니까 영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바로 천도재로 돌려버렸다.
이지혜씨를 불러 천도재를 시작했는데 조상은 아니었다. 이 터에 남아 있는 혼령인가 생각하면서 재를 올리는데 누가 언뜻 비치더니 몇 번 자리를 맴돌다가 휙 사라졌다. 사람의 몸에 실린 상태가 아니어서 누구인지 잘 앗 수는 없었다. 대화를 안하고 그냥 사라져 버려서 어떤 혼령인지 모르겠지만 혼령이 나타났다 갔다고 하자, 구경 왔던 옆집 룸살롱 주인이 놀라며 전에 있었던 사건을 말해주었다.
몇 년 전에 룸살롱에서 폭력배끼리 싸움이 났는데 패거리 중 한 명이 불리하니까 옆집인 이 카페로 도망을 왔다가 그 자리에서 칼을 맞아 죽었다는 것이엇다. 그러고 보니까 그 이후부터 새로 영업만 시작하면 싸움이 나서 벌써 여러번 주인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이지혜 씨도 넘겨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찌됐든 고사겸 천도재를 지낸 다음부터는 장사가 잘 되었고, 며칠 뒤 이지혜씨 꿈에 웬 젊은 남자가 나타나 고맙다고 하면서 " 난, 이제 갑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이 경우는 이지혜씨 몸에 직접 들어간 것이 아니고 지박령이라고 해서, 자신이 죽은 터에 영이 머물다고 손님들 몸에 순간 실렸던 것이다.
술먹은 사람에게 휙 실려서 평소 때 일삼던 욕설을 해대고 부소고 던지는 행패를 부린 것인데 , 말하자면 '내가 이 터에 있의 너희는 다 나가라'는 식으니 유령의 집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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