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세계의 구조
신명이란?
요즘 세태는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으려고 하는 극단적인 과학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도 음양(태극)의 원리로 설명하자면 감성으로 대표되는 정신이 최저점에 와 있는 반면에 과학적 이성으로 대표되는 물질은 최고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명(또는 귀신)이란 인간이 죽어 하늘과 땅의 신도세계에서 속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하늘과 땅의 속사람은 밝음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신명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상을 다녀간 인간은 누구나 천지의 속사람인 귀신인 것입니다(『증산도의 진리』 373쪽). 인간의 죽음은 몸의 정기가 고갈되어 혼과 넋이 분리되는 사건을 말합니다. 상제님은 인간의 죽음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주십니다.
● 죽고 살기는 쉬우니 몸에 있는 정기(精氣)를 흩으면 죽고 모으면 사느니라. (道典 10:45)
그러면 이러한 신명들은 어떠한 체계를 갖추어 존재하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신도세계의 구조
동양과 서양은 신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릅니다. 이것은 문화가 싹트고 뿌리내린 삶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어서 서양에 유학도 많이 보내죠. 이들 유학생들이 고국에 돌아와 정치, 경제, 과학 등의 분야에서 의욕적으로 시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선진국 제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시행착오도 많았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죠. 똑같은 공학모델이라도 입력되는 자료가 다르면 출력물도 다르다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하는 것입니다. 입력되는 자료란 각 문화적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이라 하면 서양의 유일신 사상의 영향을 받아서 우주와 인간을 빚어낸 초월적인 창조신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상제님의 도법을 공부해보면 천지간에는 형형색색의 수많은 신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됩니다.
● 천지간에 가득 찬 것이 신(神)이니, 풀잎 하나라도 신이 떠나면 마르고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떠나면 무너지고, 손톱 밑에 가시 하나 드는 것도 신이 들어서 되느니라. 신이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道典 4:62)
상제님 말씀에 의하면 천지간에는 인격적인 신명들도 있지만 만물에 깃들어 있는 비인격적인 신들도 무수히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증산도 도전』을 보면 상제님은 모든 신명들을 인정하시고 그들을 천지공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신 기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면 상제님과 신명들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신도세계도 인간세계와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간세계에서 한 국가의 대통령이나 일반 국민의 인간적 존엄성은 같으나 그 권한과 위격이 다르듯이 상제님은 우주의 주재자로서의 위격位格과 도격道格만 다를 뿐 신성神性이라는 근본은 동일한 것입니다. 즉 일원적 다신관입니다.
그러면 이런 수많은 신들이 어떠한 체계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상제님은 하늘나라가 모두 9층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이에 송환이 여쭈기를 “하늘 위에 무엇이 있는지 그것만 알면 죽어도 소원이 없겠습니다.”하니 상제님께서 “하늘이 있으니라.”하시니라. 송환이 다시 여쭈기를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습니까?” 하니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있느니라.” 하시매 또 여쭈기를 “그 위에 또 있습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또 있느니라.” 하시며 이와 같이 아홉 번을 대답하신 뒤에 “그만 알아 두라. 그 뒤는 나도 모르느니라.” 하시니라. (道典 4:117)
● 하늘도 수수 천리고, 수많은 나라가 있어. 이런 평지에서 이렇게 사는 것하고 똑같다. (道典 5:280)
● 하늘에도 나라가 있고 나라마다 각 고을마다 다 장수가 있느니라. (道典 5:368)
또한 상제님 말씀 속에서 이 신도세계가 인간세계와 같이 나라, 고을 단위로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일러서 증산도 안경전 종정님께서는 ‘우주도 상제님을 정점으로 한 거대한 조직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신도세계는 ‘환상’속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세계와 음양의 짝을 이루는 조직체입니다.
현대과학은 모든 물질이 프랙탈(fractal)이라는 구조로 이뤄졌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부분이 전체를 구성하는데 부분의 모습과 전체의 모습이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세한 원자의 세계로부터 거대한 우주의 공간에까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공자는 이 프랙탈의 원리를 ‘근취저신近取諸身 원취저물遠取諸物’이라고 표현을 했죠. 가깝게는 우리 몸에 있는 형상과 원리가 우주 만물에 깃들어 있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을 거대한 우주를 축소시켜 놓은 소우주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음양은 만물이 이뤄진 근본 원리이고 프랙탈은 음양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현상을 과학이 발견한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