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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축정립과 극이동
시솽반나 열대 풍경

한반도가 더워진다…아열대 진입설의 진실?
[매일신문 2008-09-06 10:33]
'서기 208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3℃ 이상 높아졌다.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아시아는 수시로 홍수와 산사태로 신음하고, 방글라데시와 베트남 해안가 저지대는 수위가 높아진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고온과 강수량의 급변 탓에 농작물 생산량은 크게 줄었으며, 전 세계 해안지역의 30%가 바닷속에 잠겼다. 아프리카의 기아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도 고온과 물 부족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알프스 스키장은 폐쇄된 지 오래고,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생태계는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전 인류 중 1억2천만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11억~32억명이 물부족을 겪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양서류는 멸종했고, 산호의 백화현상으로 바닷속 풍경은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아열대는 이미 시작된 것일까?

앞서 이야기는 공상과학소설 줄거리가 아니다. 지난해 4월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공개한 보고서 내용이다.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가 금세기 안에 인간생활과 생태계에 미칠 위험에 관한 4차 보고서다. 이 같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한반도에 적용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무려 5℃ 이상 올라갈 전망. 태풍과 홍수 등 기상이변은 일상 다반사가 됐다. 1990년대 6천억원, 2000년대 2조7천억원에 이르던 기상이변 피해액은 수십조원대로 치솟았다. 폭염에 지쳐 숨지는 사람은 서울에서만 연평균 300~600명에 이른다.

기상청은 지난해 3월 '2071~2100 전국 아열대 기후 예측도'를 통해 산악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2071년에는 아열대 기후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대로 변한다는 이야기다. 2071~2100년에 한반도 기온은 지난 30년간에 비해 4℃ 이상 오른다. 서울도 일본 오키나와처럼 아열대 기후로 바뀐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제주를 비롯한 남부지역 일부가 아열대 기후라고 말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기상관측소 76곳 중 무려 20곳에서 월평균 기온 10℃ 이상을 기록한 기간이 8개월을 넘었다. 이미 전국 대부분 지역의 월평균 기온은 4~10월까지 7개월간 10℃를 넘는다. 11월 기온이 관건이라는 뜻. 봄, 여름, 가을철 기온만 놓고 봤을 때 한반도는 아열대적 기온특성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아열대로 단정짓기는 곤란하다. 아직 겨울철에 혹한이 몰아치면서 전국을 얼어붙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장마'가 사라진 것도 아열대적 특성으로 보인다. 1948년 기상청이 생긴 이후 60여년 만에 기상예보상 '장마'라는 용어가 사라지게 된다. 기상청은 최근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장마철이 끝나도 한반도 전역에 비가 많이 내려 장마 예보가 무색해졌다. 내년부터는 장마의 시작과 끝을 예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여름철을 아예 '우기(雨期)'로 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장마는 6, 7월 차가운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따뜻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면서 형성된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며 비를 뿌리는 것이다. 최근 들어 장마전선 자체가 쉽게 소멸되고 변동도 심해졌다. 우기는 열대 및 아열대 지방에서 강수량이 많고 비가 오는 날이 집중되는 시기를 말한다.

◆생태계 변화도 심상치 않다.

지역별로 열리는 봄꽃 축제는 시기를 조절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벚꽃이나 산수유, 철쭉 등은 개화시기가 예년에 비해 보름 이상 빨라지면서 축제가 열릴 즈음에는 꽃이 지는 해프닝이 곧잘 벌어진다. 숲속 나무들도 바뀌었다. 남부 해안에 있던 동백나무가 중부 내륙에서도 살 수 있게 됐고, 호남지역에서 주로 자라던 왕대나무는 서울까지 올라왔다. 나무가 고위도 쪽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기후대의 이동속도를 쫓아가지 못해서 산림생물이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열대성 기후가 북상해 삼림이 연간 0.25㎞ 이동하면 2100년에는 한반도 면적의 16%나 되는 3만6천㎢의 숲이 사라지며, 연간 약 4조5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대구와 경북 일대가 주산지이던 사과는 강원도 영월, 인제, 양구 등에서도 재배될 정도이고, 단감 재배지도 갈수록 북상하고 있다. 한라봉과 감귤은 제주도를 떠나 경남 및 전남지역에 뿌리를 내렸고, 국내산 열대과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딴 곳에 있다. 평균 기온이 2℃만 올라도 한반도 대부분 지역에서 품질 좋은 후지 사과 재배는 힘들어진다. 쌀은 더욱 심각하다. 한반도 기온이 2.6℃ 오르면 쌀 수확량이 현재보다 60%가량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고온이 될수록 품질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가 되면 현재 자포니카 품종이 아닌 열대 품종인 인디카로 쌀농사를 지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업도 심각한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2007년 상반기 어업생산 통계'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수온 상승으로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와 고등어 등은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30% 이상 늘었다. 반면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35t에 그쳐 아예 자취를 감춘 셈이 됐다. 동해수산연구소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강원도와 경북 동해안 일대에서는 과거 남해안과 제주 해안에서 잡히던 아열대성 어종인 강담돔·독가시치·자리돔·철갑둥어 등이 잡혔다.

독성 해파리가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발견되면서 여름철 피서객 피해는 물론이고 양식장에도 연간 수백억원씩 피해를 입히고 있다. 동해안에서는 아열대에 서식하는 희귀어종이 잇따라 잡힌다. 강릉에서는 보라문어와 길이 2m가 넘는 초대형 갯장어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양양에서는 아열대 지역에 사는 초대형 노랑가오리가 대거 잡히는 등 희귀어종 출현이 잇따른다.

철새들도 변하고 있다. 왜가리와 백로, 황로, 물꿩 등 대표적인 여름 철새들은 텃새로 변하고 있다. 가을이 돼도 제비가 강남으로 떠나지 않고 겨울철에 눌러 산다. 봄철 철새의 이동시기는 한달 이상 앞당겨졌다. 그만큼 따뜻해졌다는 이야기다.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는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처음 관찰된 미기록 조류를 69종으로 집계했다. 특히 붉은부리찌르레기·검은이마직박구리 등 11종은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북상한 아열대 조류로 꼽혔다. 과연 한반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대로 진입한 것일까?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 아열대란?=아열대는 '월 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한 해에 8개월 이상 지속되고,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18℃ 이하이면서 얼음이 얼지 않는 기후'를 말한다.

♠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 "아열대 전환론은 무책임한 발언"

"여름철 기상과 생태계에서 아열대적 징후를 보인다는 말과 한반도가 아열대로 바뀌었다는 말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어떻게 두 가지를 혼용할 수 있습니까? 일부 학자들이 무책임하게 아열대라는 말을 사용했거나 아니면 언론에서 상황을 왜곡·과장 보도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한반도는 결코 아열대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아열대와 냉온대의 중간단계인 '난온대'라고 봐야 합니다."

생태계 중 식물사회 변화를 주로 연구하는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51) 교수는 한반도의 아열대 진입 논란에 대해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온대와 열대 사이에는 온도대에 따라 난온대와 아열대가 존재하며, 이 두 가지는 삼림식생, 즉 주로 자라는 나무의 종류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가령 산불 등으로 산림이 파괴된 뒤 조성되는 2차림에서 아열대는 사계절 푸른 '상록 활엽수림'이 그대로 재현되지만 난온대는 온대림의 특징인 '하록 활엽수립', 즉 여름철에만 푸른 활엽수 숲이 조성되며, 우리나라가 바로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아열대는 타이완부터 일본 오키나와 제도에 걸쳐 존재하며, 난온대는 일본 남부 규슈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쪽 혼슈 중부까지, 우리나라는 제주도와 울릉도, 한반도 최남단 해안지역에 분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록 강물이 얼지는 않더라도 냉해가 발생하는 지역이 어떻게 아열대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아열대의 기후적 특성 중 하나가 연중 비가 많고, 서리가 내리지 않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겨울철마다 냉해가 발생한다는 것. 만약 여름철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는 대구가 아열대 도시라고 한다면 도심에 차나무, 동백나무, 바나나를 심어서 얼어 죽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마가 사라졌다고 해서 여름철 집중 강우 뒤에 찾아오는 갈수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 교수는 "지구의 기후변화는 온난화와 함께 강수 패턴의 변화로 나눠서 봐야 하는데, 한반도의 기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강수 패턴은 아열대와 전혀 다르다"며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풀은 집중 강우 뒤에 강한 복사열과 함께 찾아오는 갈수기에 번성하는 식물인데, 이런 '워터 스트레스(water stress)' 상황 속에서 강아지풀이 번성한다는 자체가 아직 아열대 강수패턴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2070년 이후 한반도가 아열대로 변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아열대가 아닌 난온대가 한반도 전역에 걸쳐 확산된다는 것이 맞는 말이고,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개마고원 이남 저지대가 난온대적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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