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체 있다 해도 광속 UFO 아니고선 못 만나
美 백악관 "인류와 만난 증거 없다" 공식 발표에
국내선 "지구중심 사고" vs "외계인 없다" 시각차
"지구 밖에 생명체가 있다거나 외계인이 인류와 만났다는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
미국 백악관이 7일(현지시간) 인류의 오래된 궁금증에 관한 공식 답변을 내놨다. '외계 생명체에 대해 아는 사실을 모두 알려 달라'는 청원이 백악관 인터넷 민원 사이트(We the People)에 올라오자 여기에 답한 것이다. '만난 증거가 없다'는 말로 외계인이 우주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은 열어 놨지만 화끈한 대답을 원했던 이들에겐 실망을 안겼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전문가의 시각 차는 뚜렷하다. 이웅상 한국창조과학회장(명지대 자연교양학부 교수)은 "백악관의 말과 달리, 외계인이 우주 어딘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지적설계연구회에서 활동하는 도명술 한동대 생명과학부 교수도 "외계인을 만났다거나 미확인비행물체(UFO)를 목격했다는 말은 네스호에서 괴물을 봤다는 것과 비슷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대기 성분을 들었다. 지구의 대기는 산소, 이산화탄소가 많이 섞인 산화성 대기다. 이런 대기 상태에선 생명을 이루는 물질인 유기화합물이 산화돼 없어진다. 지구와 비슷한 별이 있어도 그곳은 생명이 탄생할 조건이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 1952년 당시 미국 시카고대 교수였던 해럴드 유리는 별의 대기가 환원성 대기(메탄, 암모니아, 수소)일 때 아미노산이 자연적으로 합성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물질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를 넣어 다시 실험을 했을 땐 아미노산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웅상 회장은 "외계인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진화론적 사고에서 나온 가능성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끓는 물과 심해에서 사는 박테리아만 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은 매우 폭 넓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반박했다. 산화성 대기라는 조건만으로 생명체가 출현할 수 없다고 예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생명의 조건이 필수요소가 아닐 수 있음을 뜻한다. 실제 지난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견한 비소 박테리아가 이를 증명했다. 이 박테리아는 사는 데 필수적인 6대 원소(수소 탄소 산소 질소 황 인)중 하나인 인 대신 독성을 갖고 있는 비소를 써 살아가는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외계 생명체가 있다는 가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많다.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유기화합물은 그 중 하나다. 이 물질은 별 사이에 있는 성간가스와,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서 관찰된다. 올해 2월에는 백조자리 근처에서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을 가진 행성 54개가 발견됐으며, 그중 몇몇은 액체 상태의 물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09년 NASA가 쏘아 올린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이 지역을 4개월간 관찰한 결과다.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인 '세티 코리아' 조직위원회의 이명현 사무국장은 "조건만 맞으면 생명체가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변용익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우주 전체에서 보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이 수 억 개는 있을 걸로 추정한다"며 "그 중에서 지구에만 생명이 나타나 진화했다고 말하는 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외계생명체가 있을 거라 여기면서도 "인류가 외계인과 접촉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거리는 4.3광년이다. 미국이 현재 개발 중인 가장 빠른 비행기 '팰컨 HTV-2'는 마하 20(시속 약 2만 1,000㎞)의 속도로 난다. 그러나 이 비행기를 타고 소리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가도 가장 가까운 별에 도착하는 데 204억년이나 걸린다. 이명균 교수는 "외계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별은 이보다 훨씬 멀리 있다"며 "외계문명이 아주 뛰어나 빛의 속도로 나는 우주선을 개발하지 못한 이상, 인류와 외계인의 만남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