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6월 1일 한밤중,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변호사 비달 박사와 그의 부인은 마이프 시를 향해 자동차를 몰고 있었고 바로 뒤의 차에는 친구인 로오캄 부부가 타고 따라오고 있었다. 두 대의 자동차가 샤스콤 시를 막 통과하는 순간 갑자기 비달 박사의 차가 사라졌다.
고속도로는 마침 짙은 안개에 싸여 있었지만 아무리 달려도 비달 박사의 차가 보이지 않자 로오캄 부부가 경찰에 신고하여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졌다. 그러나 고속도로의 어디에서도 비달 부부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2일 후인 6월 3일 로오캄은 멕시코시티의 아르헨티나 영사관으로부터 비달 부부가 영사관에 있다는 국제전화를 받았다.
"내 자신도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영문을 모르겠지만 하여튼 지금 멕시코시티에 있는 건 사실이야."
행방불명되었던 비달 부부는 분명히 멕시코에서 전화를 걸어왔던 것이다.
비달 부부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비달 부부가 샤스콤 시를 통과한 직후 자동차가 돌연 흰 안개 같은 것에 휩싸이는 순간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의식을 찾았을 때는 자동차와 함께 어떤 도로 위에 있었는데 주변의 환경이 전혀 낯선 곳이었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어디냐고 물었더니 멕시코시티라 했단다. 비달 부부는 놀라서 곧바로 아르헨티나 영사관으로 달려가 도움을 청하고 로오캄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샤스콤 시에서 멕시코시티까지는 7,000킬로미터나 되며 가령 열차나 기선을 이용하더라도 이틀 동안에 주파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문제는 자동차를 탄 채 멕시코로 이동되었다는 것이다.
▲ 고향인 페트로비치에 세워진 기념비 앞의 아이작 아시모프 ⓒ
이 사건은 당국에서 철저하게 조사하였지만 비달 부부의 말 그대로였다. 비달 부부가 비행기나 열차와 같은 교통기관을 이용하지 않았는가도 조사하였지만 그런 흔적은 전혀 없었다. 이 불가사의한 사건은 비달 부부가 아르헨티나로 돌아온 다음 '샤스콤 시에서 멕시코까지의 순간이동'이라는 제목으로 매스컴에 크게 보도되었다.
비달 박사의 직업이 변호사로 사건을 조작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물론 추후 조사에서 그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여러 곳에서 밝혀졌으므로 약 7,000킬로미터의 먼 거리를 순간 이동한 이 사건은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 있다.
또 다른 사건도 있다. 1970년 2월 15일 오후 세 시경, 뉴욕 맨해튼 할렘가에서 14세 소년 샘 시몬스와 레너드 라바론이 농구연습을 하고 있었다. 180센티미터의 샘이 덩크슛을 하려고 링을 향해 도약했다. 그런데 그 순간, 농구공을 손에 잡은 채 샘은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레너드는 곧 샘의 집으로 가서 그의 어머니에게 자기가 목격한 사건을 설명했다. 어머니는 믿지 않았지만 샘이 온데 간데 없어졌기 때문에 그 이튿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샘이 사라진 부근을 철저히 수색한 후 그곳이 우범지역이기 때문에 샘이 어떤 범죄에 말려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레너드의 말을 일축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아홉 시경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 있는 어떤 교회 앞에 한 소년이 농구공을 들고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경관이 그 소년을 경찰서로 데리고 가 사정을 물었더니 소년은 자신의 이름이 샘이며 방금 전까지 친구와 농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곧 뉴욕 시경에 연락하여 지문을 대조해 보았다. 그 결과 그는 틀림없이 뉴욕에서 자취를 감춘 샘이라는 것이 판명되었다. 뉴욕과 케이프타운의 시차는 꼭 여섯 시간인데 뉴욕에서 사라진 순간 샘은 케이프타운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같은 실예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사건 자체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인간증발 현상(소멸이라고도 표현함)도 있다.
세계적으로 행방불명된 사람이 매우 많으며 대부분 부모의 권위에 반항하는 가출한 미성년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주 특별한 예의 인간증발이 있다. 자살이라든가 납치라든가 상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예가 특별히 예외적인 취급을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1975년 잭슨 라이트 부부는 뉴욕을 향해 자동차를 몰고 있었는데 링컨 터널 속에서 두 사람은 차를 멈추고 창에 쌓인 눈을 닦으려고 밖으로 나왔다. 이때 잭슨은 앞 유리를 닦았는데 뒷유리를 닦으러 간 아내 마사는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터널 속에서 말이다.
특이한 것은 1977년 4월 25일 칠레의 육군 대위 알몬도 발데스가 평행세계 속에 15분 간 들어가 있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그가 6명의 부하 앞에서 사라졌다가 15분 후에 다시 나타났는데 부하들은 그의 손목시계의 날짜가 5일이나 먼저 지나가 있었고 대위의 수염도 5일이나 깎지 않은 것처럼 덥수룩하게 길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그는 자신이 증발했던 15분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데(사건 자체가 진실이라고 가정할 경우) 그가 육군 대위인데다가 증인이 6명이나 되어 칠레에서 매우 유명한 사건이 되었으며 수많은 검사를 거쳤음에도 조작이라는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콜린 윌슨은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