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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물속에 든 염소가 범인이다."에서 발췌

죠셉 M. 프라이스 지음 / 박정수 옮김

 

동맥경화증의 질병 과정으로 나타나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원인이 콜레스테롤에 있지 않다면, 지방을 피하는 식이요법으로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예방할 수 없단 말인가? 그렇다. 그렇다고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증 발생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거나 식습관이 별다른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에 기여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이므로 식습관의 변화는 어느 정도 질병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흡연이나 운동 같은 다른 '요소'들도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

다만, 나는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낮은 음식물을 섭취할지라도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대한 면역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피우는 사람보다 발병률이 낮기는 하지만, 여전히 심장마비나 뇌졸중은 일어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물론 식습관을 바꾸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이 책은 기존의 콜레스테롤 이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도 시중에는 동맥경화증이 단순히 천연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이 함유된 정상적인 음식을 먹은 결과일 수 없다는 내용의 책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런 저서들은 동맥경화증이나 심장마비 혹은 뇌졸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분명히 말하지만 나에게는 대안이 있다. 그리고 나의 독창적인 염소 이론을 뒷받침하는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도 있다.

돌이켜 보면 동맥경화증과 그로 인한 질환들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연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거의 한 세기 동안 무시되어 왔다. 특히 20세기 의학이 ‘잘 보이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에 유치한 수준의 콜레스테롤 이론을 받아들이고 다른 가능성을 모두 배제했다는 것은 비극이다. 의사와 의학연구자들은 기막힌 방법으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콜레스테롤 이론에 합당하지 않은 것은 모두 무시하거나 왜곡했다.

그러므로 고전적인 콜레스테롤 가설(지금까지 ‘이론’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은 전형적인 ‘집단망각’의 개념에 속한다.

심장마비나 뇌졸중처럼 중요하고 널리 퍼져 있으며, 기본적으로 불치의 병이나 다름없는 질병이 100년 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80~90년 사이에 뭔가 변화가 있었지만 의학자들이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이런 근시안적인 태도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동맥경화증에 대해 이성적이고 생산적인 사고를 억제한 장애물은 동맥경화성 질병이 인류와 그 나이를 함께한다는 개념을 무조건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동맥경화성 질병은 역사가 100년 이하이고, 지금도 근대 서구문명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질환의 원인을 근대 서구문명에서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선조들의 삶과 현대인의 삶을 구분하는 잣대로 가장 먼저 떠롤리는 것은 ‘스트레스’다. 여기서는 스트레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관심대상이지만, 여기서는 스트레스를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겠다. 만약 현대인이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다면, 항상 느닷없는 공격에 대비해 총을 지니고 다녀야 했던 개척시대의 사람들은 어땠을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화살이 가슴을 괸통해서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심장마비로 죽지는 않았다! 그래도 당시의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 활동적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수많은 노인이 뇌동맥이 막혀 노쇠한 식물인간으로 수년간 누워 지내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엄청난 짐을 지우다가 떠난다.

물론 당시의 수명은 40년밖에 안 되었고 현재 나타나는 ‘퇴행성질환’에 걸릴 만큼 오래 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사실을 살펴보자.

미국에서 지난 한 세기동안 수명이 연장된 것은 영유아의 사망률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따져 당신의 현재 50세라면 1900년에 50세였을 당신의 증조할아버지의 수명보다 단 몇 개월이 더 길뿐이다. 역사상 어느 때를 보더라도 오래 살았던 사람은 많았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똑같다.

 

다음으로 우리는 체내 필수물질 부족이라는 가능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현대 서구문명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하는 질병이 영양결핍 때문이라는 것은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논리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독’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이는 적당량이 있을 때는 해가 없는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면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콜레스테롤 이론은 이 범주에 속한다. 왜냐하면 음식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지방을 섭취했을 때 그것이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이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중독’을 다른 물질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과연 타당성이 있을까?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인류 역사상 아주 독특한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매년 수십 가지의 새로운 화학합성물이 나타나고 그것이 필연적으로 인체 내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유사 이래 인체는 지속적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왔다. 음식물뿐 아니라 대기와 수질오염이 유해한 환경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수천 년간 인체는 생존을 위해 그러한 환경에 적응해 왔고, 천연 독을 어느 정도 처리할 수 있는 효소시스템을 발달시켰다.

이러한 적응 과정은 일반적으로 수백 세기에 걸쳐 진행된다. 그런데 지난 몇 십 년 사이에 완전히 이질적인 화학물질들이 놀라울 만큼 많은 형태와 양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러므로 1세기도 되지 않은 동맥경화증처럼 최근에 생겨난 질병을 연구하는 사람은, 그것이 그 종(種)에게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이거나 적응할 시간 및 능력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중독의 결과일 수 있음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만약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는 만성중독증 때문에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그 근원을 찾아야 할까? 화학물질이 인체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밖에 없다. 직접 피부를 통해서, 숨을 쉴 때 공기를 통해 폐로 혹은 음식이나 물처럼 소화관을 통해서 들어가는 물질에 의해서다.

중독물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특정한 징후나 관측은 궁극적 진실의 방향으로 인도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가설이나 이론은 이러한 발견을 무시하거나 부인하고 심지어 그 존재마저 부정한다. 우리가 ‘집단사고’와 위원회 의사결정과정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거의 대부분 개인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어느 위대한 교육자는 ‘위원회’의사결정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오늘날에는 아무리 뛰어난 연구 결과도 ‘같은 분야 학자의 심사위원회’기 승인하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러한 벽에 부딪친 창의적인 개개인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돈 버는 쪽으로 돌려버린다. 개인에 대한 보상은 즉작적이고 분명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많은 것을 잃는 셈이다. 하지만 사회는 그러한 손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지금까지 관상동맥 심질환과 관련하여 물 혹은 물속의 성분에 대한 연구 결과나 실험 기록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온 무기질의 농도가 높은 물일수록 관상동맥 심질환이 적게 나타났다는 것과, 물의 세기는 심질환 및 혈관질환을 제외한 다른 어떤 질병과도 연관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쯤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요점을 간단명료하게 밝히겠다.

"동맥경화증(특히 죽상동맥경화증)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심장마비, 뇌졸중의 구체적인 원인은 정수 처리된 물에 살균제로 첨가되는 염소에 있다."

우리의 건강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염소가 만성질환의 원인인 것이다. 현대의학에서 염소는 신성시된다. 그렇게 인정을 받고 널리 쓰이는 염소가 이 시대의 가장 주요한 질병인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원인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가? 염소와 불소가 전혀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염소의 사용을 반대하는 사람은 불화물 첨가를 반대하는 ‘정신 나간’시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니 어는 의사나 의학 연구자가 자신의 명성과 미래를 걸고 이 이론을 받아들이여 하겠는가. ‘염소’와 ‘불화물’, ‘염소’와 ‘염화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반인에게 혼란을 일으켜 오명을 뒤집어쓸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그러나 해가 없다고 생각하던 화학물질이 심각한 질병의 원인으로 판명 난 것은 근대의학 역사상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 조산한 아이들 사이에 수정체뒤 섬유증식(retrolental fibroplasia)으로 알려진 질병으로 눈이 멀게 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났다. 몇 년 후, 그것은 인큐베이터 속에 생명유지를 위한 산소 농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슨 근거로 염소가 동맥경화증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심장마비 및 뇌졸중의 원인이라고 말하는지 알고 싶은가?

상수도를 정화하기 위해 염소가 실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890년대에 염소처리는 폭넓은 호응을 받았고, 1930년대에는 유기물을 죽이는 것이 물을 사용하는 시점의 유기불순물과 화학적으로 반응하는 데 필요한 양 이상의 잔류염소가 남아있는 것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만성질환이 진행되는 데는 10~20년 정도가 걸린다는 사실로 볼 때, 결국 상수도 염소 처리가 도입된 것과 심장마비가 시작되고 증가한 것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염소 이론에 비춰보면, 19세기 영국에서 포화지방이 매우 높은 식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심장마비가 왜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에스키모인이 주로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는 데도 불구하고 왜 심장마비가 알려지지 않았으며, 지금도 중국인 농부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대부분의 원시인과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남부 흑인이 심장마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야생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동맥경화증이 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 사이에서는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영국에서는 19세기까지 마시는 물을 염소로 소독하지 않았다. 과거에 에스키모인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지방의 양이 엄청났지만 마시는 물은 눈 녹은 물로 순수했다. 마시는 물에 들어 있는 염소는 원시인 사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며,최근까지 사하라사막 남부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에도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에 중국인은 땅에 오수를 버리고 오염된 물과 지저분한 음식을 먹어서 뱃속에 벌레가 생기는 가난한 사람들로 알려졌다. 서구인 역시 오수를 강에 버린다. 그리고 그 오수가 희석된 물을 상수도로 가져가 걸러내고 염소를 넣는다. 물 때문에 벌레가 생기지는 않지만, 다른 것이 생기는 것은 확실하다. 로세토 주민은 산에서 흐르는 물을 직접 마셨다. 하지만 그들이 큰 도시로 이사를 가서 도시 거주자들처럼 염소로 소독한 물을 마시면 똑같은 위험에 노출된다.

자연은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 규칙을 어기면 그 결과로 얻는 것은 고통뿐이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 역시 염소로 소독한 물을 마시고 동맥경화증이 나타나고 있다.

 

심장마비 발병률이 매우 낮은 일본인도 하와이로 이사를 가서 염소로 소독한 물을 마시기 시작하면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케냐의 마사이족은 대부분 미국인만큼 콜레스테롤을 섭취하지만 염소로 소독한 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그 결과, 이들에게는 심장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폴 더들리 화이트 박사는 5백 명의 가난한 아일랜드 농부에게서는 관상동맥 심질환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염소로 소독한 물을 먹은 아일랜드계 사람들에게는 이 질환이 넓게 퍼져 있음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고위직 임원들은 통계적으로 부하직원에 비해 심장마비 발생률이 낮다. 그 이유는 이들이 보다 질 좋은 물을 마시기 때문이다. 저빌 쥐는 마른 먹이에서 필요한 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물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덕분에 만성적인 염소중독으로부터 안전하다.

 

센물(hard water;칼슘이온이나 마그네슘이온을 많이 함유한 물)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관상동맥 심질환이 덜 발생하는 이유는 염소와 물에 함유된 이온들이 반응을 일으켜 생물학적으로 해가 없는 염화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센물 속의 이온성분이 다른 생물학적반은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던 특정 인구단위 내에 있는 전화기수와 심장병에 의한 사망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전화기가 1900년 초에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두가지 이상의 일이 동시에 발생한다고 해서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두 가지 이상의 일이나 발견 사이의 상관관계만을 토대로 인과관계를 유추하려는 경향은 주의해야 한다.

미국 [의학협회저널]에 실린 ‘한국전에서 사망한 미군의 관상동맥질환 발병기전’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면, 사망자의 평균 나이는 22.1세였으며 그들 중 75퍼센트가 동맥경화증의 징후를 보였다고 한다. 이 결과에 대해서는 수년간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결국 젊은남성사이에 관상동맥질환이 생각보다 넓게 퍼져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나는 이 해석과 결론이 의심스럽다. 한국전에 참전한 사람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한국에 있던 미군이 마신 물은 염소 소독이 너무 강해 거의 마실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당시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동년배 남성은 전쟁에 참전한 남성에 비해 관상동맥질환이 훨씬 적었다고 한다. 한국인 의사들은 당시 한국인 사이에 심장마비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염소로 소독하지 않은 물을 마셨다’는 것과 관계가 있다.

 

한국전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전에서 사망한 군인도 사후 검시 연구를 했는데, 관상동맥질환이 좀더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는 극도로 더운 나라에서 군인들이 엄청난 양의 염소로 소독한 물을 다량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군인들에게 공급된 물은 최소한 5ppm(백만분의 1)의 잔류염소를 함유하도록 되어 있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전쟁이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을 때 우리가 마셨던 물에는 최소 기준량의 염소만 들어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나중에 설명하려고 하는 동물실험에서 사용된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별다른 의심 없이 염소로 소독한 물을 마신 군인들에게서 나타난 증상은 나의 실험 대상이었던 동물에게서 나타난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염소의 섭취량과 동맥경화증 발현 속도 및 정도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

 

수술이나 부검을 통해 얻는 표본 추출물을 살펴본 결과, 합성혈관이식편(데이크론 천으로 만들어진 인조혈관)에서 동맥경화증이 나타났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로 부드러운 고무나 금속 표면에 ‘유석’이라는 퇴적물이 쌓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두 경우 모두 염소가 있는 표면 위에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함유한 액체가 흘러가면 표면에 퇴적물이 생긴다. 이는 죽종 형성에 있어서 혈관 내벽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퇴적물에 대한 인체의 반응 때문이라는 ‘퇴적물 이론’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증거가 된다. 하지만 퇴적물 이론은 동맥경화증의 기본 발생원리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단지, 물리적인 측면에서 퇴적물이 어떻게 쌓이는지만 설명했을 뿐,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예는 음식물로 지방을 섭취하는 것과 동맥경화증 사이에는 크게 관계가 없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한다. 그렇다고 음식물로 섭취한 지방이 혈중 콜레스테롤수치와 동맥경화증 발생에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동맥경화증이 발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관여한다. 특정한 식이요법, 운동, 흡연등도 어느 정도 중요성을 띤다. 적어도 마시는 물에 함유된 염소에 노출된 상황에서 동맥경화증이 진행되는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어떤 병인학(病因學)에서든 1차 인자는 그 질병의 전반적인 발현에서의 유일한 원인을 말한다. 이것은 필수적인 원인으로, 예를 들어 결핵균이 없는데 결핵이 발생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1차 인자 외에도 결핵의 발현에는 여러 가지 다른 원인이나 영향이 있다는 것도 알려져 있다. 따라서 1차 인자는 결핵균이 없으면 어떤 환경에서도 결핵이 발생할 수 없는 것처럼 필수적인 것이지만, 결핵균이 있을 때도 결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그것이 충분한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동맥경화증의 경우, 1차 원인은 염소다. 따라서 동맥경화증은 어떤 환경에서도 염소가 없는 상태에서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킬 만큼 심한 정도로 나타날 수가 없다. 그러나 염소만으로는 충분한 원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폐경기 전의 건강한 여성은 염소나 다른 요소에 노출될지라도 동맥경화증이나 그 후유증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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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4
12: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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