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찰칵] 지난 5월 아프리카 나미비아로 출장을 다녀와서 사진을 정리하다가 흥미로운 사진을 발견했다.
나미브사막 들머리 마을인 솔리테르에서 찍은 선인장 사진이다.
요긴하게 쓸 사진도 아니어서 처박아둘 생각이었는데, 이 사진의 배경 하늘에 눈길을 끄는 뭔가가 있었다.
흰 색의 작은 물체가 찍혀 있었던 것이다. 흰 색 삼각형의 희미한 윤곽에 밑에는 음영이 드리워 있었다.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이게 혹시 유에프오(UFO) 아닐까?'
당시 선인장과 목책, 푸른 하늘이 어울린다고 생각돼 무심코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프리카 중에서도 나미비아는 유에프오가 자주 목격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솔리테르는
나미브사막 관광코스인 소수스플라이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간이식당·숙소·주유소 등을 갖춘
작은 휴게소 마을이다.
당시 솔리테르에서 머물 때 찍은 다른 필름들을 살펴봤다(당시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다).
또 한 장이 발견됐다. 고물자동차를 찍은 사진의 배경 하늘에도 흰 점 하나가 찍혀 있었다.
필름을 현상소에 맡긴 뒤, 함께 솔리테르에 갔던 일행들에게 당시 찍은 사진들에서 흰 점이 발견되는지를
물었다. 찾지 못했다는 답들이 돌아왔다.
스캔 받은 두 컷의 사진을 확대해 들여다보면서 유에프오일 거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사진을 옆으로 잡아늘려 컴퓨터 배경화면에 깔아놓고 보니 이건 영락없는 흰 색의 비행접시였다.
하지만 흥분에 싸여 가슴이 쿵닥거리려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사막의 모래언덕을 오르면서도
만나고 소수스플라이 숙소 풀밭에서도 보았던,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던 흰 나비. 혹시?
흰 물체를 크게 확대해 놓고 들여다봤다. 삼각형 모양이 날개를 아래로 접은 나비 모습과 닮았다.
음영은 두 날개 사이에 드리워 있었다.
주변에 간단한 설명과 함께 사진을 보여주니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비행접시를 아무나 찍나. 뭐 종이쪽지가 날아가는 거겠지."
"나비는 아닌 것 같은데."
"나비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꼭 나비라고 볼 증거도 없잖아."
"말하자면, 그게 바로 미확인비행물체(UFO)로군."
독자 여러분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글·사진 이병학 한겨레 여행전문기자
leebh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