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 물리학자 팅 연구팀, 2조원 들여 분광계 설치
ㆍ18년 만에 첫 단서 확인
우주를 구성하는 미지의 존재인 암흑물질의 단서를 과학자들이 찾아냈다. 미국 물리학자 새뮤얼 팅이 이끄는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한 분광계를 이용해 암흑물질이 있다는 단서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물리학리뷰지에 실렸고, BBC방송 등이 이를 인용해 3일 보도했다.
은하가 회전하는데도 천체들이 흩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것은 중력이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들의 중력만으로는 이 거대한 힘을 설명할 수가 없다. 1933년 스위스 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보이지 않는 어떤 물질의 중력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암흑물질’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물질이자 반물질인 거대질량소입자(윔프)로 추정된다. 반물질은 보통의 물질을 구성하는 양성자·중성자·전자 등의 입자가 아닌 반입자(반양성자·반중성자·양전자 등)로 된 물질을 말한다.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서로 소멸되면서 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팅 박사 연구팀은 소립자 250억개를 분광계로 끌어모아 관찰하고, 전자와 양전자 80억개가 충돌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암흑물질이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상쇄 과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팅은 “암흑물질의 입자는 수백 기가전자볼트의 질량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18년에 걸친 이번 연구의 주인공은 둘이다. 첫째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인 팅 박사다. 올해 77세인 팅은 입자물리학의 대가로, 197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2살 때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간 뒤 산둥반도에서 일본의 침공을 겪었다. 대만과 미국에서 공부하고 유럽으로 옮겨가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의 모태가 된 유럽핵연구기구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식에서는 중국어로 연설해 중국인들을 기쁘게 했다.
1965년 팅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알파전자기분광계(AMS)’를 만들어 암흑물질과 반물질을 연구하자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들여 우주공간에 실험장치를 설치하는 거대 프로젝트였다.
미 에너지부 후원으로 16개국 과학자 500여명이 제작한 AMS도 주인공이다. 네덜란드 유럽우주국 연구기술센터에서 만들어진 이 장비는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로 옮겨진 뒤 2011년 5월 엔데버호를 타고 우주정거장에 실려갔다. 무게 6.7t의 AMS에는 포획된 입자의 방향을 쫓는 항성추적기, 입자의 에너지를 추적하는 전자기열량계, 고에너지 입자의 속도를 재는 전이방사성검출기 등 8개의 측정모듈이 달려 있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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