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작은 은하가 큰 은하의 중력에 의해 갈가리 찢겨 없어져도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던 블랙홀은 여전히 남아 활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MSNBC 뉴스가 15일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미국과 호주 과학자들이 다양한 파장의 망원경으로 관찰해 천체물리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이 블랙홀 연구는 초대질량 블랙홀과 은하들의 형성과 진화에 관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진은 지난 2009년 유럽우주국(ESA)의 XMM-뉴턴 X-선 망원경을 통해 특이한 블랙홀을 발견했다. HLX-1으로 명명된 이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2억9천만 광년 떨어진 은하 ESO 243-49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다.
이 블랙홀의 질량은 우리 태양의 약 2만배로 지금까지 학자들이 가까운 은하에서는 본 적이 없는 중간급 규모이다.
연구진은 이 블랙홀을 미항공우주국(NASA)의 스위프트 X-선 망원경과 허블 망원경의 근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파장에서 동시에 관찰한 결과 푸른 별들이 250광년 거리에 걸쳐 이 블랙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별에서 나오는 빛의 세기와 색깔은 다른 은하들에서 볼 수 있는 어린 성단의 것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처럼 어린 성단은 이웃 은하에는 흔하지만 HLX-1처럼 납작해진 원반의 바깥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면서 이는 중간급 질량 블랙홀이 과거에 존재했던 왜은하의 중심부에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왜은하에 있던 별들은 대부분 질량이 훨씬 큰 은하에 이끌려 갔지만 그 과정에서 블랙홀 주위의 가스가 압축되면서 새로운 별들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성단의 나이가 2억살 미만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별들의 대부분이 은하간 충돌 이후에 형성됐음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이들은 블랙홀 HLX-1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쩌면 은하 ESO 243-49의 중심부로 소용돌이쳐 들어가 이미 그 곳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과 합쳐지거나 은하 주위에 안정된 궤도를 잡고 그 곳에 머무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어느 경우든 이 블랙홀을 발견하게 만든 X-선 방출은 가스가 소진되면서 점점 줄어들어 X-선 파장에서는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연구진은 이 블랙홀이 지금까지 발견된 유일한 중간급 질량의 것이라면서 이런 희귀성은 이런 중간급 블랙홀이 짧은 시간 동안만 보인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