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NASA·미 항공우주국)의 ‘케플러연구팀’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09년부터 2년에 걸친 조사끝에 지구로부터 약 600광년 떨어진 태양계 밖에 인간의 거주가 가능한 별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 별의 이름은 케플러-22b로 명명됐다.
태양계와 흡사한 ‘케플러-22계’에 속하는 행성이란 의미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크루즈분교(UCSC)와 카네기연구소 연구진이 지구로부터 약 20광년 떨어진 곳에 지구처럼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지닌 행성인 ‘글리제 581g’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지만,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최첨단의 우주연구 기술력을 갖춘 나사가 ‘슈퍼지구’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천문학자인 제프 마시 UC버클리대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류역사상 획기적인 발견”이라면서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집(지구)과 유사한 별들을 찾기 위해 우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AP통신 등은 그동안 유럽 연구팀도 ‘슈퍼지구’가능성이 있는 별들을 학계에 보고한 적이 있지만, 케플러-22b처럼 지구와 매우 흡사한 환경을 갖고 있는 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케플러-22b는 지구와 놀랍도록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케플러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바에 따르면 지구의 대양과 비슷한 엄청난 크기의 바다가 액체상태로 존재하며 토양과 바위도 풍부하다. 태양과 흡사한 중심별을 가운데 두고 일정궤도를 돌고 있으며, 1년 주기가 지구의 365일과 비슷한 290일이다.
특히 중심별로부터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생명체 거주가능영역(Havitable Zone)’, 일명 ‘골디락스 영역’에 존재하고 있어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골디락스 영역’이란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마리의 곰’에서 주인공 소녀 골디락스가 곰들이 끓여놓은 죽들 중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죽을 맛나게 먹은 데서 비롯된 용어다. 중심별에서 너무 가까운 행성은 기온이 너무 뜨겁고, 너무 떨어지면 지나치게 차가워 생명체가 살기 적당치 않다. ‘케플러연구팀’의 부책임자인 내털리 바탈하 박사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케플러-22b에 지구의 바다처럼 완전히 물에 덮여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 그 이상을 의미한다”면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고 말했다.
나사는 태양계 밖에 생명체가 살 만한 지구크기의 행성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지난 2009년 지름 2.7m, 길이 4.7m의 원통형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델타-2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천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17세기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을 딴 이 우주망원경은 제작비용만 약 6억달러가 들어간 나사의 야심작이다.
연구팀은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3일만에 지구로부터 600광년이 떨어진 케플러-22계의 ‘생명체 거주 가능영역’에서 케플러-22b를 찾아냈으며, 이후 검증과정을 거치는데 약 2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또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지난 2년간 태양계 밖에서 ‘슈퍼지구’후보를 무려 2326개 찾아냈고 이중 139개를 걸러낸 다음 케플러-22b를 최적의 후보로 꼽게 됐다고 밝혔다. 1광년은 빛이 1년간 이동하는 거리로, 약 10조km에 해당한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