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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대문명은 존재했는가?


* 이 글은 '과학동아 1997년 10월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입니다.

지금부터 4천년전 현재문명에 버금가는
높은 수준의 초고대문명이 존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낳은 모체가 과연 존재했을까?

오랫동안 이집트문명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두 논자의 상반된 주장을 통해 베일에 싸인 고대의 신비를 풀어보자.

 

 

 

2. 피라미드에 담긴 수치의 의미


주도면밀하게 작성된 설계도면 - 지구 크기 알고 있었다
맹성렬 /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박사과정

"찬성"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양 항해를 위해 선원을 모집할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선원들이 지구가 편평해서 멀리 나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천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이집트 신관으로부터 지구가 마치 둥근 도자기처럼 생겼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어떻게 고대 이집트에 지구 모양에 대한 지식이 전해왔던 것일까.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대피라미드가 건설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대피라미드에 적용된 것과 같은 초정밀 측량 기술로만
지구의 구부러진 정도를 감지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실제로 대피라미드 건설 시기에 지구의 형태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대피라미드 건축에 적용된 기본 단위가 지구의 크기를 반영하고 있을지 모른다.

대피라미드의 구조가 매우 정밀하다는 것은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주도면밀하게 작도된 설계도면대로 지어졌음을 의미한다.
또 이런 도면을 그리기 위한 측량의 기본 단위가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이집트 건축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대피라미드 건축에 '로열큐빗'이라는 최소 기본 단위가 적용됐다고 주장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대피라미드 밑변 둘레의 길이는 1천7백60로열큐빗이 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대피라미드 밑변 둘레는 9백21.46m이다.
이 값으로 1천7백60로열큐빗을 나눈 1로열큐빗은 0.52356m가 된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에서 평균적으로 사용된 1로열큐빗은 0.5236m이다)

그런데 이 값에 6을 곱하면 3.1413m가 된다.
원주율 3.1416과 불과 0.01%의 차이를 보여주는 값이다.
즉 1로열큐빗은 1m가 지름인 원의 6분의 1, 즉 60도에 해당하는 원주의 길이다.

그렇다면
근대에 프랑스 학자들에 의해 정해진 미터법이
대피라미드 건축과 어떻게 연관된 것일까.

1m는 지구의 극과 적도를 잇는
자오선 길이의 1천만분의 1이다.

이 사실은 대피라미드 설계자들이
지구의 자오선 길이를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었음을 증명해준다.

대피라미드의 설계도면을 살펴보면 또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대피라미드 설계에는 내부의 주요 시설과 통로의 연결마디를 결정하는데
서로 중심을 지나는 3개의 원이 사용됐다.

그런데 이 원들의 치수에는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된 또다른 단위인 '신성한 큐빗'이 적용됐다.
반지름은 60'신성한 큐빗'이다.

'신성한 큐빗'을 로열큐빗에 대응시키면 1백20'신성한 큐빗'이 1백46.182로열큐빗이므로,
1'신성한 큐빗'은 0.63784m다.

이 값은 지구의 적도 반지름의 1천만분의 1인 0.63770m와 0.02%의 차이를 보인다.

즉 고대 이집트인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물론
지구의 매우 구체적인 형태와 규격까지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로열큐빗과 '신성한 큐빗'이 숫자 '60'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60진법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사용됐다.

대피라미드의 설계자들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은 공통의 뿌리를 갖고 있으며,
이들 두 문명의 모체 문명인 초고대 문명이 존재한 것은 아닐까?



땅 경계 찾기 위해 발달한 기하학 - 경험적 지식에 머물러
이종호 / 한국 이동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반대"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 풍부한 기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 고고학자들은 기하학의 요람이 이집트임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이집트에서 기하학이 발달한 이유의 하나로 나일강의 범람을 제시한다.

범람기가 끝나 물이 모두 빠지면
나일강 연변은 상류에서 흘러 내려온 퇴적물에 의해 더없이 비옥한 땅으로 변한다.

그러나 홍수 때문에 잠겼던 경작지에서 물이 빠지고 나면,
농민들은 예전의 자기 땅을 정확히 되찾는데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물이 휩쓸고 간 탓에 자신의 땅을 알려주는 땅의 경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집트인들은 경계를 정확히 찾기 위해 측량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위해 측량술의 기초 학문격인 기하학을 발달시켰다.

하지만 피라미드를 만들 때 이집트인들이 사전에 알고 있던 기하학적 지식을 활용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하게 적용한 결과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피라미드의 경사각을 예로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집트에서 건설된 거의 모든 피라미드들의 경사각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1) tangent α = h/b = 17/18, 7/6, 6/5, 5/4, 14/11, 4/3, 7/5, 3/2, 14/9, 2/1
2) tangent β = h/d = 2/3, 14/17, 6/7, 8/9, 9/10, 1/1

만일 피라미드 건축에 높은 수준의 기하학적 지식이 적용됐다면
이렇게 다양한 경사각이 아니라 일률적인 값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대피라미드 건설 시기에 이집트인들이 알던 기하학은
경험적인 수치 단계를 넘어서지 않았다고 추측한다.

풀어야 할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면
가장 적절한 경험상의 지식을 적용하거나 변형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수학 수준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와 같은 대건축물을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근거로
피라미드가 특수한 문명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조회 수 :
471
등록일 :
2008.09.23
21: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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