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신이 사람으로 변하고, 사람이 귀신으로 태어난다면 결국 이 세간에는 사람이 먼저입니까, 귀신이 먼저입니까?
→ 여기에 대해서는 마땅히 두 방면으로 나누어서 말해야 할 것입니다. 먼 상고시절 이전에 혼돈이 처음 열리고 순박(醇朴)한 기운이 흩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먼저 인간이 있은 뒤로부터 뒤에 귀신이 있었고, 그 후세에는 귀신이 먼저 있은 뒤로부터 사람이 있게 되었습니다.
⊙ 선생의 전생에서부터 쌓은 그 근기가 이와 같고 또 보통사람보다 훨씬 뛰어나셨으니,아마 내세에도 역시 윤회생사(輪回生死)를 면제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 윤회생사를 뛰어 넘는다는 게 어찌 그리 용이할 수 있습니까? 즉 나의 내생(來生)에도 역시 면할 수 없습니다. 일찍이 같은 종사자에게 부탁하여 이에 대하여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가 이르기를, "당신의 내세에는 응당 반드시 하남과 남양일대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단 수십년 이내에 세상의 물정과 세태인사(世態人事)가 변천하여 아마 저승의 기록도 고쳐질 수도 있을 겁니다.
⊙ 저승의 관리들도 역시 인간세상을 바꿔 생을 받아 태어납니까?
→ 그렇습니다. 비유하자면 현재 공무원으로 있는 사람은 특히 높이 취직 하는 것이 무직자인 보통사람에 비해 쉬운 것과 같습니다.
⊙ 이 세상을 귀신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과 귀신이 함께 섞이어 사는 게 되고,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승과 저승이 둘로 동 떨어진 것인데 결국 그 경계를 어떻게 구분합니까?
→ 그 나눠진 경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그 분계가 없는 것 같기도 하여 이런 정황은 참으로 뚜렷이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 귀신이 인태(人胎)에 들어가는 것은 수태(受胎)시에 즉시 들어 갑니까? 아니면 출산시에 들어갑니까?
→ 두 가지 다 있습니다.
⊙ 여러 귀신들이 우글우글 왕성한 것은 오랜동안 저승에 떨어져 있어서 어찌하여 일찍이 빠져 나오지 않는 것입니까?
→ 사람은 적고 귀신은 많기 때문에 그에 배당하여 분배할 수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또 태어나는 집도 그 귀신과 원래 인연이 있어야지 바야흐로 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만일 그 사람이 생전에 교제가 넓어서 서로 아는 사이가 많다 보면 바로 그 사람 집에서 투태되기가 자연 쉬워집니다.
만약에 빈궁한 사람이 늙어 죽을 때까지 동구 밖까지도 나가보지 못해서 평소 사람들과의 교제가 극히 적으면 그 사람은 죽은 뒤에 귀신무리에 젖어들어 생을 받는 어떤 기회의 인연으로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오랫동안 기다려야 됩니다. 그리하여 인연이 있는 자를 만나면 이에 곧 생을 받아 투태하게 됩니다.
⊙ 불교를 배운 사람은 죽은 뒤에 극락세계에 태어나고 도교를 배운 사람은 통천복지에 태어 나지만 유교를 배운 사람들은 죽은 뒤에 어디에 가서 태어납니까?
→ 역시 하늘나라 천계(天界)에 태어납니다.
⊙ 귀신이 사람의 태에 들어갈 때(入胎)에 저승에서는 무슨 교훈(敎訓)이 없습니까? 가령 그들로 하여금 악을 돌이켜 선으로 향하라는 말 따위 말입니다.
→ 없습니다. 오직 새나 짐승의 태에 던져질 때에는 귀신으로 하여금 그 정황을 모르게 하고,또 남자 여자를 바꿔 만들 때에는 반드시 어떤 누각에서 좋은 경치를 구경케 한다든지 하여 그들로 하여금 그 속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갖게 합니다.
⊙ 귀신도 또한 소멸의 기한이 있습니까?
→ 예, 있습니다. 내가 본 옛 귀신은 멀리는 송나라, 원나라 때까지에만 이르고, 당나라 이상의 귀신은 절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선불(仙佛)이 된 분을 제외하고는 만고에 길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천년 이상 된 귀신을 보지 못했다는 말로 영혼도 수명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살아서 그 사람이 닦은 공덕에 따라 영혼의 수명도 정해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 사람은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의 이르는 동안에 용모가 점점 변하여 가는데, 귀신의 용모도 또한 나이에 따라 노쇠해집니까?
→ 귀신의 용모는 그 병들어 죽을 때까지는 똑 같습니다. 해가 오래 지났다고 해서 노쇠해지지 않습니다.
⊙ 저승에서도 염불하면서 수행하는 자가 있습니까? 염불을 하고 송경(誦經)을 한 사람은 이미 이런 공덕이 있는데, 저승의 모든 귀신들이 어찌 빨리 염불 송경을 하여 지옥에서 벗어나서 천당으로 오르기를 구하지 않습니까? 만약에 염불을 할 줄을 모른다면 어찌 다른 사람의 염불하는 것을 따라서 본받지 않는지요?
→ 한 번 저승에 도착하면 바로 그의 업력(業力)에 가로 막혀서 자연 그 염불하고 송경할 줄을 모릅니다. 즉 우리가 염불하고 송경을 하면 저들도 보고 들은 바가 없기 때문에 수행은 마땅히 이 한 입기운이 끊어지기 전에 해야지 한번 숨이 끊어지면 힘이 되기가 어렵습니다.
⊙ 귀신은 이미 형체가 없는 것(無形)을 볼 수가 있고 소리가 없는 것을 들을 수가 있다고 하였는데 어찌 우리들의 염불수행하는 것은 도리어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것입니까?
→ 자기의 업력에 가리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험삼아 비교하여 봅시다. 세간의 어떤 사람이 본래 신앙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굶주리고 추위에 핍박되어서 우리들의 염불수행에 대하면 역시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하여 곧 그로 하여금 우연히 보고 듣게 하면 그 사람의 욕심에 끌리고 얽매여서 그 신심(信心)이 일어나지 않고,또 신심이 견고하지 않아서 마침내 수행하지도 않고 염불 하지도 않습니다. 저 귀신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 그 염불송경이 그렇게 큰 공덕이 있다면, 유가의 경서를 읽는 것도 또한 공덕이 있습니까?
→ 예, 공덕이 있습니다.
⊙ 불교의 호법신(護法神)은 위다요, 도교의 호법신은 왕영관(靈官)인데 유교도 또한 호법신이 있습니까?
→ 모릅니다. 유교는 신도(神道)로써 설교하지 않기 때문에 호법신의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경전, 서적은 귀신의 가호를 받는 것은 역시 의심할 바가 없습니다.
⊙ 사람의 머리위의 빛깔은 무슨 색으로써 선과 악을 삼습니까?
→ 붉고, 희고, 누런 색을 좋게 여기고, 검은 색을 나쁘게 여깁니다.
⊙ 선생은 그 뒤에 어찌하여 저승판관 노릇을 하지 않았습니까?
→ 내가 원하지 않은 지가 오래 되었고, 그리고 여러차례에 걸쳐 휴직하기를 빌었지만 번번이 모두 허락을 받지 못했었는데 그 뒤에 동사자들이 금강경(金剛經)을 많이 외우도록 가르쳐 주어서, 그 법대로 시행했더니, 그 공덕이 쌓여 2천번 이상이 찼기 때문에 드디어 다시는 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출처 : 저승문답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