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정말로 존재할까, 아직도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람이 죽어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을 제대로 알아도 인생의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죽음이 다가옴을 시시각각 인식하고 있는 삶과 죽음을 망각한 채, 마치 현재가 전부인 것처럼 사는 것은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그런 의문을 생동감있게 풀어주는 글이 있다.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들의 영혼이 찾아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친구가 때려죽인 정황을 설명한다. 영혼의 존재를 체험적으로 드러낸 글이라 소개한다. 이 글은 얼마전 신문에 실린 차길진 법사의 글이다.

【서울=뉴시스】후암미래연구소 대표 = 영혼이 존재할까. 오래 전에 구명시식을 올렸던 한 중년 부인의 경우도 반신반의하고 나를 찾았다. 구명시식에 과연 영가가 나타날까. 20대 젊은 나이로 죽은 아들을 위해 구명시식을 지냈는데, 그 내용을 실제로 밝히기가 주저될 정도로 적나라한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그 부인의 아들은 교통사고로 얼마 전 죽었는데 꿈에 나타나서는 무엇인가 자꾸 말을 하려고 하고 왠지 편치 않은 표정으로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그 젊은 아들이 사망한 후 시체를 잘 수습하여 장례를 지내주었으며, 49재까지도 정성들여 지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꿈속에 나타나자 결국 아들의 영혼을 불러보기로 작정한 어머니의 모성으로 구명시식을 하기로 했는데, 의외로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이곳 법당의 부엌 쪽으로는 어느 정도 넓이의 정원이 있다. 신심(信心)이 두터운 보살 한 분이 공양간 일을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떠들고 야단법석이 난 것이다. 평소에 그 보살은 영안(靈眼)이 열려 곧잘 영혼의 모습을 보곤 했는데, 이날 그 보살이 모자를 눌러쓰고 정원을 거닐고 있는 청년을 본 것이다.

인상착의를 대조한 결과 사망한 아들의 모습과 같다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결국 아들의 영혼은 구명시식이 열리기 전에 이미 와서 주위를 맴돌며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법당에는 동참자들이 많았기에 이 장면을 모두 목격하여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바로 아들의 죽음이 교통사고가 아니라 어떤 흉기에 의한 타살이라는 점. 이것은 사실 이미 아들의 시신을 화장하고 난 후라서 경찰에서도 어떻게 처리할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구명시식 도중 나타난 아들의 영혼은 똑똑히 “나는 결코 사고사가 아닌 타살을 당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날 아들의 영혼이 나타나 전한 메시지는 바로 다음과 같다. “나는 결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다. 바로 나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친구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그는 일부러 사고를 내서 차를 망가지게 한 후 나를 흉기로 때려서 살해했다. 경찰은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은 사고에다 그 친구도 약간 다쳐 있어 나의 죽음에 대해 단순한 교통 사고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 친구가 나를 죽인 것은 모두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꾸어줬던 2만 달러의 돈을 갚을 길이 없고, 또 내가 최근 들어 그 2만 달러의 돈을 돌려달라고 여러 번 재촉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들의 영혼이 나타나서 전한 내용을 식구들에게 이야기하자 처음에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내가 아들이 전한 내용 중에서 아들이 가지고 있는 8만 달러의 돈 중에서 2만5000달러는 노래방, 1만8000달러는 비디오가게에 꾸어줬다고 하는데 확인해 보라고 했다. 그들은 결국 아들이 누구에게 얼마를 꾸어줬는지 모르다가 내가 일러주는 대로 그들을 찾아가 물어보니 역시 아들로부터 이들이 돈을 꾸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만5000달러를 받은 노래방에서는 아들과 보통 사이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고, 비디오가게에서는 아들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일 안에 이를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세 번째는 바로 아들의 영혼이 나타나 자신의 말을 안 믿을지 모르니 “나만 아는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말한 다음 자신의 방 책상 서랍 어디에 쓰지 않은 벨트가 있으니 그것을 나에게 주겠다는 것이었다.

아들의 메시지를 받고 내가 부모들에게 이야기하니 그들은 도대체 무슨 벨트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집에 가서 아들의 영혼이 일러준 책상 서랍 구석에서 아주 새 것인 남성용 벨트를 찾아냈다. 바로 그의 부모가 아들에게 선물한 벨트였다. 부모들은 아들의 영혼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이 때문에 꿈에 자꾸 나타나는 등의 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믿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진실은 더욱 불편했다. 그 젊은 영혼은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그 살해한 친구의 몰락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그가 당신을 살해한 만큼의 고통과 비극을 반드시 과보로 받을 것”이라고 일러줬다.

또한 구명시식을 하면서 왜 아들이 그러한 길을 가게 됐는가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되었다. 바로 ‘부모들의 불화’가 그 젊은이를 사망으로 몰아간 근본 원인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아본 결과 젊은 아들이 가지고 있던 8만 달러, 곧 여기저기 꾸어주고 이자를 받고자 했던 거금은 바로 어머니가 가지고 있었던 돈이었으며, 이 돈은 세탁소를 하고 있는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한 푼 두 푼 저축해서 모았던 것이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어머니 자신이 모은 8만 달러의 돈을 자식에게 주어 쉽게 이야기해 사채놀이를 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좋지 않은 친구에게 돈을 꾸어주고는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목숨까지 빼앗기는 참사 아닌 참사, 비극 아닌 비극이 생기고 만 것이다.

나는 모두 욕심과 불화가 가져온 젊은이의 죽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젊은이의 벨트를 선물로 받았다.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 준 선물이 아닌 영혼의 세계에서 준 선물이었다.

영혼은 존재하는가. 여자가 남자, 노인이 청년의 몸으로 영혼이 서로 뒤바뀌어 일어나는 해프닝을 소재로 한 영화가 심심찮게 개봉되곤 하는데 이런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미국의 첨단 병원에서 일어났다.

50대 여성이 심장 질환으로 위급한 상태였다. 심장기증자도 드물 뿐더러 부작용이 없는 심장을 찾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다행히 어느 뇌사자로부터 체질에 딱 맞는 심장을 기증받게 되었고, 수술 후 여인은 기적적으로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그런데 얼마 후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에게 긴급 비상회의가 소집되었다. 그 자리에서 상기된 얼굴의 환자 가족이 환자의 기묘한 행동을 털어놓는 게 아닌가.

“평소에는 입지 않던 청바지만 즐겨 입더니, 침실 벽에는 온통 10대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갑자기 생전 타본 적도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세요. 아무래도 예전의 그녀가 아닌 것 같아요. 수술의 후유증인가요?”

의료진은 혹시나 해서 심장 기증자의 생전 신상을 파악하다가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생전에 19세였던 남성 기증자도 청바지를 즐겨 입었고, 취미가 스타들의 사진 수집이었다. 또한 오토바이를 즐겨 탔다는데 뇌사도 오토바이 사고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두 알게 된 의료진은 큰 혼란에 빠졌다. 정신적인 현상은 모두 뇌에서 관장하고 인성은 유전자에 의해 전해진다는 것이 의학의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뇌를 이식한 것도 아니고, 수정란 이식으로 신생아가 태어난 것도 아니고, 단지 장기 하나만 바꾼 것일 뿐인데 사람 전체가 뒤바뀌어 버리다니. 도저히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육체 너머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심장이 뛰고 있을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하기 시작했다.

나와 만나는 분들 중에는 영혼의 존재를 의심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나는 굳이 영혼의 존재를 증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 자체가 영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혼의 존재가 영혼이 없다고 믿으면 없게 되고, 있다고 믿으면 있게 되는 것이다.

영혼의 DNA는 있는가. 영혼은 증명 가능한 것인가. 예전에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나를 찾아 묻고자하는 바도 이것이었다.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로 대답하였다. 그는 한 마디도 녹음하지 못했고, 수첩에 한 글자도 적지 못했다. 자신의 질문에 침묵으로 대답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며 훗날을 기약했다. 만약 그가 소리 너머의 들리지 않는 언어를 알아들었던들 빈 수첩을 가지고 돌아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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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60호(1월1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