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란 무엇인가? 한편 다중인격장애와 비슷한 증상이지만 분명히 다른 질환인 ‘빙의’ 현상이 있다. 빙의란 어떤 알 수 없는 영적(靈的)인 힘이 환자에게 침투하여 삶의 전반이나 특정 증상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환자들은 흔히 “내 안에 다른 누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조종할 수 없다” “누군가 내 머리속에서 얘기한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때로는 환각과 악몽에 시달리고, 강박적 망상이나 우울 증상도 자주 나타나며,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초현상이나 초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무당이 신들린 상태도 일시적인 빙의라고 할 수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현재의 진단 기준에 따라 이런 환자들을 모두 뇌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정신분열증의 일종으로 진단하여, 주로 약물로 치료하고 있다. 사실 정신분열증상도 빙의 증상과 흡사하기 때문에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빙의환자들은 정신분열증 치료로 잘 낫지 않아 골치아픈 환자로 취급되기 쉽고, 이들의 묘한 증상과 주장은 정신과 의사들에 의해 무조건 환각이나 망상으로 취급되고 일방적으로 묵살당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좌절감은 그만큼 더 깊어진다. 결국 정신과 의사들을 믿지 못하는 환자들은 자기를 낫게 해주겠다는 각종 사이비 종교나 수련단체, 믿을 수 없는 치료자를 찾아가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큰 피해를 보기 쉽다. 그렇다면 이들이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대로 귀신이 들렸기 때문일까? 유엔 산하의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정한 국제질병 분류에도 ‘빙의’라는 진단명은 정식으로 있지만 빙의의 실체에 대해서는 구명된 것이 없다. 빙의 상태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해 기존 심리학계는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갈등이 그런 형태의 상징과 증상으로 왜곡되고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일 뿐 귀신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이론만으로는 설명도, 치료도 안 되는 환자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 문제다. 이론이 아무리 그럴 듯해 보여도 결과가 없다면 그 이론은 무용지물이다. 더구나 영혼이나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증명할 방법조차 없는 상황에 ‘그런 것은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다중인격장애를 치료하는 과정에 환자의 내면에 숨어 있는 ‘작은 인격’들을 불러내 얘기해보면 자신이 ‘환자에게서 떨어져 나온 일부분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존재’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다중인격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런 주장은 대개 정당한 이유없이 일방적으로 무시해버린다. ‘외부에서는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다’ 라는 편견과 선입견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환자 속의 또다른 존재가, 환자 내면에서 분리된 다중인격인지 외부에서 들어온 빙의인지를 객관적으로 밝혀 낼 방법이 없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다중인격을, 내면에서 떨어져 나온 다중인격과 같은 이론과 치료방법으로 해결하기는 무척 어렵다. “다중인격 치료는 무척 까다롭고 복잡하여 아무리 능숙한 치료자라도 최소한 2~3년의 치료기간을 필요로 한다”라는 것이 현재 다중인격 치료에 대한 정설이다. 그러나 이런 심리학 이론을 모두 무시하고 환자 내면에서 얘기하는 다중인격의 주장에 따라 치료 방향을 정할 경우 아주 짧은 기간에 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