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처녀 귀신이 산다?
"국회에 처녀 귀신이 산다?"
한 여름 열대야와 장마가 겹친 가운데 최근 국회 귀신 괴담이 이슈로 급부상 했다. 국회 곳곳에 귀신 괴담이 난무하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싸늘함을 느끼게 한다.
올들어 국회 귀신이야기는 지난 5월에 나왔다.
한 국회의원 보좌진이 어느날 새벽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7층 사무실에서 철야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보좌관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책상 위에 다리를 걸쳐 잠시 눈을 감았다고 한다.
바로 그 때 누군가가 "집에 들어가 잠이나 자라"는 소리에 눈을 뜨는 순간, 칸막이 위로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한 여인이 사무실 내 다른 국회의원의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의원회관 7층에선 "왜 그런 이야기가 나돌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동산도 귀신 이야기의 단골로 등장한다. 의원 동상에는 사람의 모형을 한 조각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국회 종사자들에 따르면 저녁에 시커먼 사람 모형 조각을 보면 공포를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저녁이면 동산쪽으로 가는 것은 꺼린다는 것.
그러나 국회 귀신 이야기는 대부분 믿거나 말거나 식이다. 정치평론가 손주영씨는 "국회 귀신 이야기는 괜한 헛소문이다. 국회에서 귀신을 보았거나 소리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터가 음기가 서려 있어 싸늘한 느낌은 준다"고 했다.
국회의사당이 자리잡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는 예전에 '양말산' 불렸다. 양말산은 조선시대 궁궐 내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오직 왕 한 사람을 위하여 살아야 했었던 궁녀들의 공동묘지였다.
"여인들의 한이 많이 서려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까닭이다. 일부 풍수지리가들은 "한 많은 궁녀들의 무덤가에 국회의사당을 지었으니, 궁녀들의 원혼들이 아직도 국회의사당 주변을 맴돌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국회의사당 돔도 괴담에 한몫하고 있다. 매년 국회가 개원되면 국회 돔은 철거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다. 국회의원들은 "의사당을 위에서 보면 돔 때문에 상여 같아서, 처녀 귀신이 나타난다"며 돔 철거를 요구했고, 한때 철거하고 기와지붕으로 대체하는 것도 논의됐다.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사무처가 의사당 뒤편에 65톤이 넘는 거석(巨石)을 설치한 것도 이러한 지세를 누르기 위한 '남근석'으로 알려져 있다. 남근석으로 여성의 한을 누른다는 것이다.
글·사진=정병철 기자 [jb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