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몸을 빌어 환생한 최천선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혼은 신명계로 올라가 생활하다 다시 환생을 하기도 한다. 물론 어머니 뱃속에서 달수를 채워 태어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죽자마자 남의 육체를 빌려 다시 태어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이런 환생을 차시환생(借屍還生)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한때 중국에서도 차시환생의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어 화제가 되었다. 다음은 1916년 2월 26일자 중국 〈신주일보〉(神州日報)에 보도된 사실이다. 중국 산동성에 최천선(崔天選)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무식한 석공이었다. 이 사람이 서른두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만 병이 들어 죽어버렸다. 장사를 지낼 준비를 다 마친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시체는 관 속에 들어갔고, 다음 날이면 영원히 땅 속으로 묻힐 운명이었다. 그날 밤, 관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의 기척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귀신이 장난치는 것은 아닌가 하여 가족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관속을 가만히 보니 시체가 멀뚱멀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죽었던 우리 아들이 다시 살아났다!” “우리 아버지가 살아났다!” 영영 이별한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다시 눈을 뜨자 그 부모, 부인, 자식들은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데 최천선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식구들을 알아보기는커녕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다 보니 정신착란이 되어서 그러나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 동안 최천선은 기운도 차리고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가족들의 기대와는 달리 최천선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할 소리만 하고,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했다. 본인도 무척이나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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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주위에 붓과 벼루가 있는 것을 본 최천선은 종이 위에 글을 써나갔다. 능숙한 솜씨로 글을 써나가는 모습에 가족들의 눈은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최천선은 본래 일자무식(一字無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글 내용을 보니, 자신은 중국 사람이 아니고 안남(베트남)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베트남은 말은 다르지만 글자는 한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글로써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했다. 내용을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았다. “나는 안남 어느 곳에 사는 유건중(劉建中)이라는 사람입니다. 나는 병중에 있었는데 병을 치료하기 위해 땀을 내야 했고, 어머니는 두터운 이불을 내게 덮어씌워 줬습니다. 난 그렇게 땀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깜박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여기 이렇게 와 있었습니다.”유건중의 육체는 죽어 버리고 영혼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신명계로 가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 산둥으로 온 것이었다. 한편 최천선이 기력을 완전히 회복하자 가족들은 중국말을 조금씩 가르쳐 주었다. 여러 달이 지나자 최천선은 중국말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고향을 잊지 못하고 자꾸 안남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의 사례는 중국 전역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중국 북경대학에서 데려가 여러 가지로 정신감정을 해보았지만 전혀 이상이 없었다. 북경대학에서는 그가 말한 안남에 조사단을 보냈다. 조사결과 과연 유건중이라는 사람이 살다가 죽었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가 말한 전생의 일이 모두 사실이라는 게 밝혀졌다. 최천선이라는 사람이 죽었다 깨어났으나 안남 유건중의 혼이 최천선의 몸을 빌려 환생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지극히 희귀한 일이라고 하여 이 사람에게 내내 연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출처 : 김영기의 『빙의는 없다』 (유스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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