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프로그램은 검증을 필수로 한다. 과학적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미스터리는 생명력을 지니기 때문. 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e채널 ‘미스터리 사이팅’이 그렇다.
이 프로그램은 미스터리를 그 자체로 인정한다. 회의적인 의견을 가진 전문가는 거의 배제된다. 인터뷰를 하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심령술사거나 미스터리를 인정하는 의사 정도다. 때문에 방송을 보다보면 과연 사실일까라는 의구심이 절로 든다.
14일 방송에선 환생을 경험한 한 부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미국 펜실베니아에 사는 신문기자 팀은 자신이 2차 대전 중 사망한 군인의 환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연히 최면을 통해 전생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 또한 자신의 전생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니 실제로 그런 인물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팀의 전생 인물은 윌리엄이라는 군인. 그는 2차 대전 중 사망했던 것으로 기록됐다. 실제로 팀의 얘기와 윌리엄의 삶은 일치했다. 놀라운 사실은 팀이 우연히 찾아 간 곳이 바로 윌리엄의 고향이었다고. 팀은 거기서 윌리엄의 가족들과도 대면했다.
이 소식이 이웃에 전해지자 윌리엄의 친구들이 팀과 만났다. 친구들은 팀에게 윌리엄이 전쟁에 참가하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해보라고 했다. 이때 팀은 ‘이번 전쟁에 참가하면 왠지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은 소름이 돋았다고. 바로 윌리엄이 남긴 말이었기 때문.
이 후 윌리엄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팀을 윌리엄의 전생이라고 어느 정도 인정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팀의 부인이 윌리엄의 첫사랑의 전생이라는 것.
방송에 따르면 2차 대전 중 윌리엄은 영국에서 근무했다. 이때 현지에서 만난 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이 여인은 윌리엄이 죽은 뒤 얼마 후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오래 살지 못하고 윌리엄의 뒤를 이어 사망했다. 이 같은 사실은 윌리엄의 가족들과 주변인들의 증언에서도 밝혀졌다.
팀의 부인은 최면을 통한 전생체험에서 자신이 당시 영국에 살았던 윌리엄의 여자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팀 또한 이를 받아들였다. 이들 부부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전생을 넘어 이승까지 영원한 사랑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팀은 윌리엄과 그의 여자에게서 태어난 아들을 찾기 위해 행방을 수소문 중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사실에 대해 방송은 사실 확인에 나서지 않았다. 오직 팀과 그의 아내, 윌리엄의 가족들, 심령술사 등 전생의 이야기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만 보여줄 뿐이다. 아무리 미스터리라 하더라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확인 절차도 없었다. 모든 미스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아마 ‘미스터리 사이팅’은 미스터리를 즐기는 듯 보였다. 어차피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일뿐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저 즐기라’고 말이다.[TV리포트 진정근 기자] gagoram@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