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動靜)의 문제
옛적에는 불가에서 앉아있는 것, 즉 가만히 있는 것을 정(靜)이라고 했고, 수행은 그런 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주역 「계사전」에 ‘적연부동(寂然不動) 감이수통(感而遂通) 천하지고(天下之故) - 고요히 움직이지 않다가 느끼어 드디어 천하의 일을 통한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때의 적연(寂然)도 정(靜)의 상태를 이른다.
그러나 이 정(靜)은 기실 동(動)이 극(極)하여 통일되어 일어나는 상황으로 실지는 동(動)의 최대의 상태이다. 동이 극에 이르면 순간 조용해지는 그런 고요함[靜]이다.
송대 성리학에서는 정(靜)을 중요시하지 않고 동지 때 일양(一陽)이 시생(始生)하는 것이 ‘천지의 마음을 보는 것’이라 하여 양기가 일어나는 것을 중요시하였다. 실지 몸은 가만히 앉아있고 엉뚱한 생각에 마음이 갇히면 몸이 급속도로 허약해진다.
예를 들어, 어린애들이 2시간 가량 운동하고 나면 그 다음날 벌떡 잘 일어나지만 2시간 동안 컴퓨터 게임 등에 몰두하면 다음날 잘 일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뇌인 양기를 모손시킴으로써 몸의 원기가 모손되고 따라서 몸도 쇠약해지기 때문이다.
옛적 신의(神醫) 화타는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지도리는 부패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육체는 움직여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동공을 함으로써 본인은 물론 제자들도 100세가 되어도 건강했다. 장삼봉도 진희이(陳希夷)도 동공을 했으며, 퇴계 이황도 도인(導引)에 힘썼다.
구결을 외우고 주문수행을 하는 것도 사실 동공이다. 가만히만 있으면 양기 즉 뇌(腦)를 쓰므로 원기가 상한다. 가만히 있을 때는 음으로 과거가 생각되므로 이 때는 참회반성을 하는 것이 좋다.
불가의 7조인 신회가 6조인 혜능이 항상 가만히 앉아있자 ‘무엇이 보이는가’하고 물었다. 이에 6조가 말하길 ‘나는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는데 보이는 것은 나의 허물이요, 안 보이는 것은 남의 허물이다’고 답한 적이 있다.
중국 불교 조계종은 가만히 앉아서 수행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선종은 깨달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자기가 부처이므로 절에 있는 불상도 중요치 않다. 우리 나라는 조계를 받아들였으나 주로 가만히 앉아있는 북방불교를 혼용했다 한다. 천지는 쉬지 않고 변하므로 순수한 정(靜)은 있지 않으며 동정(動靜)은 변화의 모습일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신(神)의 조화이다. 인간의 양신[火土]은 음형[水土]에 갇혀 있으므로 음형 내의 양신을 잘 보존 보양하여 중(中)의 조화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옛날에 진인은 휴식[息]이 있을 뿐 수(睡)는 없다고 하였다. 태모님께서도 수마(睡魔), 마신(魔神), 척신을 이겨야 한다고 하셨다. 신이란 정과 더불어서만 그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의 신(神)’인 의식, 즉 마음을 몸과 어떻게 간직하느냐에 있다. 천지부모의 마음을 얻으면 수행은 저절로 된다. 그것은 곧 천지일월을 받드는 것이요, 마음에 모시는 것이다.
불가는 마음만 강조하고 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주로 앉아있는 것에 치중하여 청령한 음신을 기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거꾸로 선가는 몸의 직접 단련으로 인체에 단(丹)을 맺고자 하여 동공을 강조하였다. 이는 마음이란 몸에 실려있기 때문에 동공을 통해 몸도 튼튼해지고 또한 무아지경에도 쉽게 이르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양신을 기른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혹자는 남녀가 교합하고 나서 사정이 되면 즉시 회음혈을 누르고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이것이 환정보뇌(環精保腦)하는 불로장생의 비결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절대불가하며 몸을 망치는 지름길임을 밝혀둔다. 역사적으로 이 폐단이 적지 않았다. 한번 궁을 떠난 정액은 몸으로 흡수되지 않으므로 발설치 않으면 패혈되어 폐색되고, 전립선이 붓는 등 아주 좋지 않은 질병으로 화한다.
정(精)을 갈무리하기 위해서는 교합을 삼가고, 혹 드물게 교합을 하더라도 아예 사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때로 해저(海底)혈 즉 회음혈은 곤륜 즉 머리의 백회혈과 짝이 되는 중요 혈이므로 수행시 힘을 주기도 한다. 이 역시 정의 누설을 방지하는 법 중의 하나이다.
정이란 온몸에 다 있으며 신장은 조절 기준이 될 뿐이다. 신장의 정수가 튼튼한 사람은 억만명 중 한 명 있을까말까 하다. 신장의 정(精)이 맑아지면 온몸의 모든 정(精)도 순수화(純粹化)된다고 봐야한다. 신장은 오직 보(補)만 있을 뿐이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