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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의 만남(神)
종교 떠나 제사 잘 모시면 후세에 은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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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식 사고방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바쁘고 번거롭다는 이유도 크지만, 종교적인 이유도 한몫한다. 어차피 제사나 차례도 조상의 은덕에 감사하자는 의미이니 추모회나 기도회로 대치해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사를 지내는 민족은 전 세계에 얼마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가 제사 지내는 풍습은 외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보이지 않는 영혼을 위해 온갖 정성으로 음식을 차리고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절을 하는 모습은 영혼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충격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인의 카르마(업보)다.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현대화되고 서구화되어도 죽으면 제사상을 받고 싶고, 또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마련.


 최근 한 40대 사업가의 구명시식에선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그 사업가는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구명시식을 연기했다. 그래서 다시 날짜를 잡은 것이 14일 후. 그런데 하필 그날은 돌아가신 부친의 제삿날이었다. 부친의 제사는 큰형이 맡고 있었는데 종교적인 믿음이 강한 사람으로 제사 대신 항상 기도를 드렸다. 결국 84년도에 돌아가신 부친은 단 한번도 제사상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형님이 제사상을 올리지 않아 늘 마음에 걸렸지만 장남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제사상을 올릴 수도 없어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중 구명시식 날짜가 하필 부친 제삿날로 연기된 사실에 매우 놀라워했다. 우연도 그런 우연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구명시식 당일, 그는 지방 중소도시에 살고 있던 터라 서울을 향해 급하게 차를 몰았다. 토요일 고속도로 정체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


 그런데 막히던 고속도로가 한산했다. 차량이 좀 많았을 뿐 어느 정도 속력을 내며 계속 달릴 수 있었던 것. 꽉 막히는 토요일 오후였지만 서울 시내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라디오에서는 막히는 구간이 많다고 방송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차가 잘 빠져 무사히 잠실 법당까지 시간 맞춰 올 수 있었다. 그는 의식을 기다리면서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버지께서 일부러 일을 이렇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의식이 시작되자 검은 어둠 속에서 부친 영가가 나타났다. 언뜻 보기에도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영가의 모습은 생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에서 결정 난다. 잘 살고 잘 죽은 영가는 한 눈에 좋은 인상을 풍기게 마련. 여기에 자손이 정성껏 모시기까지 하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그런데 부친 영가는 허름한 차림새에 어두운 표정. 살아서 얼마나 근심 걱정이 많았던지 볼은 깊숙이 패여 있었다. 후손들이 정성껏 상을 올렸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20년 동안 단 한번도 제사를 올리지 않은 탓에 기력 하나 없이 구명시식에 초혼됐다.


 부친은 생전에 청계천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했다. 당시 청계천의 삶이 그러하듯 참 먹고 살기 힘들었다. 게다가 작은 공장에 여러 번 화재가 나는 바람에 번번이 망했고, 가족들은 늘 가난에 지쳐 있었다. 영가는 그때 일을 회상하며 한탄했다.


 '내가 조상을 잘못 모셨기 때문에 나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구나. 너는 반드시 잘 모시도록 해라'라고 아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설마 자신이 제사상을 받지 못하게 될 줄은 몰랐던 모양. 그는 죽으면 끝이 아니라며 죽은 영혼에게 잘 하면 산 사람이 고스란히 복을 받는데 왜 이렇게 쉬운 일을 안 하려 하느냐며 행태를 꼬집자 아들은 이제부터라도 제사상을 거르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20년 만에 처음 받은 제사상 앞에서 한동안 목이 메여 눈물 흘렸던 영가를 떠올리며 제사만큼은 종교를 초월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증산도 도전 말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증산께서 말씀하시기를 “선영신을 잘 받들고 지극한 정성을 다하면 소원성취할 것입니다.” 하시니 수월이 “조상신이 참으로 있습니까?” 하고 여쭈거늘, 말씀하시기를 “허허 무슨 말씀을. 있고 말고!” 하시니라. (도전 1편 18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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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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