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 두뇌활동 영상화 시스템 개발중…“꿈 읽어낼 것”
꿈은 잠에서 깨어나면 사라지는 신기루일 뿐일까?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앞으론 꿈을 저장하고 분석하는 게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연구팀이 인간의 두뇌활동을 지금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기록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꿈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7일 과학저널 <네이쳐> 최신호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대학의 모런 서프 박사는 피실험자들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2개의 영상을 보여준 뒤 두뇌가 어떤 영상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거나 지우는지를 관찰해, 인간이 생각하는 관념이나 대상에 따라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단위인 뉴런이 활성화되는 부위도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피실험자의 이같은 두뇌 자극을 전기적 신호로 바꿔 컴퓨터 영상으로 기록한 뒤,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모아 분석하면 피실험자의 마음을 읽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이를테면, 마릴린 먼로와 마이클 잭슨의 사진을 차례로 본 피실험자는 각각의 사진에 따라 활성화하는 뉴런도 다르며, 그 뉴런의 자극은 컴퓨터 모니터상의 커서의 움직임으로 변환된다.
이번 실험은 깨어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연구팀은 앞으로 잠든 사람의 두뇌 활동을 모니터링해서 축적한 영상을 심리학자들과 공동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꿈을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신분석 성과에 따르면, 인간은 평소 자신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끊임없이 생각하거나 신경을 쓰고 있던 것들이 잠재의식에 쌓이게 되며, 꿈은 그런 잠재의식이 발현되는 한 형태다. 그러므로 깨어있는 피실험자가 특정 인물이나 영상을 보거나 관념을 떠올렸을 때 두뇌에서 활성화되는 특정 부위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축적해 놓으면, 역으로 피실험자가 수면 상태에 있을 때의 두뇌활동을 모니터링해서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근거로 꿈의 내용을 추론하는 원리다.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의 영역이었던 ‘꿈의 해석’에 신경과학과 첨단기술이 공조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 시스템이 실현되면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생각만으로 이메일을 쓰거나 문서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두뇌활동을 실제로 ‘꿈 저장 장치’로 옮기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난제들도 많다. 임상심리학자인 로드릭 오너 박사는 두뇌활동을 영상화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흥미롭지만, 복잡한 서사 구조를 가진 꿈을 모두 해석하기에는 실질적 도움이 안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특정 관념이나 객체에 조응하는 두뇌의 활성화 부위를 일일이 확인하고 영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도 방대한 작업이다.
또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구축의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 피실험자의 두뇌활동을 정밀하게 모니터하기 위해선 전극들을 두뇌 깊숙한 부위에 이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프 박사는 그러나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센서 기술 덕분에 전극을 이식하지 않고도 두뇌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해 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BBC 뉴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