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계에 살아계신 조상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계에서의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다. 지상에서의 제삿날은 영계의 생일날과 같다. 비록 육신은 없지만 신명이 되어 천상 신명계에서 다시 살아가는 것이다.
조상님들은 천상에서 영혼의 모습으로 늘 후손들을 보살피며 살아가시다가 제삿날이나 명절날이 되면 직접 찾아오셔서 후손들이 차려주는 음식의 기운을 드십니다 .이것을 흠향(歆饗)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조상님이 돌아가신 날을 기일로 정해 해마다 제삿상을 차려놓고 대접해왔습니다.
사람에게는 혼(魂)과 넋(魄)이 있어 혼은 하늘에 올라가 신(神)이 되어 제사를 받다가 4대가 지나면 영(靈)도 되고 혹 선(仙)도 되며 넋은 땅으로 돌아가 4대가 지나면 귀(鬼)가 된다
보통 우리 민족은 4대까지 제사를 지냅니다. 돌아가신 조상님은 신(神)이 되어 4대까지는 후손들이 차려드리는 제삿상을 받고,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차원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제사는 결코 형식상의 예의만이 아님을 알아야겠죠.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 바로 조상님입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후에까지 계속 조상님을 잘 모셔야 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조상님이 바로 내 생명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어머니 아버지로 인해서이지만 그 부모님을 있게 해주신 분이 조상님입니다.
조상님은 자손을 태워주는 삼신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조상님 제사는 내 생명을 내려주신 조상님께 감사의 뜻으로 올리는 보은(報恩)의 예법이기도 합니다.
우리민족은 신명대접을 최고로 잘 하는 민족입니다
이러한 신도세계에 대해 밝았던 우리 민족은 그 어느 민족보다도 조상님 대접을 극진히 잘 해왔습니다. 조상님뿐 아니라 천지만물에 깃든 모든 신명들을 잘 대접해왔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새로 집을 짓거나 이사를 하면 그 집을 지키는 성주신에게 제사를 지냈고, 동네에서는 날을 잡아 당산제, 성황제를 모시면서 액을 끌러주시기를 기원했고, 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갈 때는 풍어제를 지내며 용왕님께 고기를 많이 잡아 무사귀환할 것을 기원했습니다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거나 어떤 행사를 준비할 때면 으레 기지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성공을 기원하는 모습은 아직도 많은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지자연에 깃들어 있는 자연신뿐 아니라 나아가 이 우주에는 이 우주를 통치하는 최고 주재자이신 상제님께도 제사[天祭]를 올렸다. 강화도에 있는 마리산의 참성단은 서기전 2333년에 조선을 개국한 제1세 단군 임금이 상제님께 천제를 올렸던 곳이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상제님, 조상님 그리고 자연신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를 넘어 영적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로 신명대접에 극진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들은 명절이나 제사 때 올리는 음식은 조상님 대접이라 하여 꼭 제일 좋은 걸로 구입해서 올렸고, 제수를 준비할 때도 목욕재계하여 정성을 다해서 준비했다.
정성껏 제사를 모시면 조상님의 가호로 결국 그 집안이 흥한다는 것은 부모님들이 많이 이야기를 하실겁니다.
오늘날에는 명절이나 제삿날에 대해 오랜만에 가족이 한데 모이고, 또 제사는 형식상의 예의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조상님은 지금도 내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또한 조상님은 내 생명을 있게 한 근본이기 때문에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