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마야력 기원전 3114년8월 시작 2012년 12월21일 끝
“7세기 마야 파칼 대왕의 ‘왕권강화’ 동기 깔린 역법”
서기 2012년, 올해는 지구 종말의 해인가?
‘종말론’은 늘 있어왔고, 해프닝으로 끝났다. 대개의 종말론은 종교적 신념이나 점성술, 문명 비관론에서 비롯한다. 올해 종말론은 남미의 고대 마야 문명이 남긴 달력이 근거다. 마야력은 서양력으로 기원전 3114년 8월에 시작해 2012년 12월21일 동지에서 5125년의 시간이 끝난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마야 달력에 ‘왕권 강화’라는 정치적 동기가 깔려 있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 출신의 문화천문학자인 알론소 멘데스는 마야 달력이 고대 마야제국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영적 산물이라고 해석했다.
마야력으로 올해는 13번째 박툰의 마지막 해다. 박툰은 마야문명의 시간 단위로, 1박툰은 약 394년 3개월이다. 마야의 우주관에 따르면, 우주 만물의 창조 주기가 13박툰이다. 그러므로 마야 달력의 2012년은 ‘종말에 대한 묵시록적 암시’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 단계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그럼 왜 창조 주기가 13박툰일까?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하늘의 달력’ 프로젝트 팀원이기도 한 멘데스는 마야 문명의 최전성기를 이끈 키니치 하나브 파칼 1세(서기 603~683)가 자신의 생년월일에 맞춰 우주의 시간을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멘데스는 “마야인들이 과거뿐 아니라 미래를 말할 수 있게 고안된 달력을 창조했다”며 “파칼 대왕은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신격화하기 위해 마야의 창조신화를 손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야 문명은 오리온좌의 움직임을 정밀관측했을 만큼 천문학이 뛰어났다. 치아파스주 팔렌케 지역의 마야 문명 유적에 새겨진 “새집을 짓는 데 13박툰이 걸린다”는 구절도 ‘우주의 재구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란다.
이런 점에서 파칼 대왕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네이스를 자신의 선조로 삼았던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기원전 63년~기원후 14년)와 다를 게 없다고 멘데스는 촌평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