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서울 동대문을 ‘動大門’이라고도 불렀다. 움직이는 대문이라는 것이다. 땅에 터를 잡은 건축물이 움직인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예부터 동대문은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한쪽으로 기운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에 대한 야담이 몇 개 전해진다.
광해군 말년에 동대문 문루가 북서쪽으로 기울어졌다. 사람들은 변고의 징조라며 쑥덕거렸는데, 과연 얼마 후 인조반정이 일어나 광해군이 쫓겨났다. 그런데 반정군은 한양의 북서쪽인 홍제동에서 기병해 세검정을 거쳐 북서문(彰義門)을 통해 들어왔다. 동대문은 몸을 움직여 나라의 격변을 예언한 것이다. 임오군란 때도 동대문은 변란을 예고했는데, 이번에는 남동쪽으로 기울어졌다. 군란이 일어나자 민비는 변장을 하고 동대문을 빠져나가 장호원에 피신했다. 장호원은 동대문의 남동쪽 방향이었다.
동대문이 움직인다는 것은 옛날 얘기만이 아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되기 전에도 동대문이 동남쪽으로 기울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잠실 올림픽경기장은 동대문의 동남쪽이다. 호사가들이 지어낸 것인지는 몰라도, 풍수가들은 동대문을 거론할 때 이런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동대문 현판이 서울의 다른 문과 달리 ‘흥인지문(興仁之門)’의 네 글자인 것도 풍수와 관련이 있다. 풍수가들이 볼 때 동대문이 위치한 곳은 땅이 낮고 지세가 약했다. 그래서 현판의 글자 수를 늘려 지세를 보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대문이 움직인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