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지구 대재앙’은 예언 아닌 과학 |
아포칼립스 2012/로렌스 E 조지프 지음, 강미경 옮김/황금나침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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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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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만년 전, 10㎞ 너비의 혜성, 또는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직경 175㎞에 이르는 구멍을 만들었다. 그 충격으로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에 있는 종의 70%가 절멸했다.
’ ‘64만년 전,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대규모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100만㎥에 이르는 화산재가 공중으로 흩어졌고, 미국 대륙 전체가 최소 1m 두께의 재로 덮였다. 그 재가 흩날리는 바람에 곳곳에서 10년 넘게 햇볕을 구경하지 못했다.’ 지구의 대재앙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사례들이다. 과학과 종교와 역사를 근거로 2012년 지구에 엄청난 재앙이 닥친다는 신간 ‘아포칼립스 2012’도 이런 사례를 드는 것은 같지만, 최신 과학의 성과에 보다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책을 쓴 이는 제임스 러브록 등과 함께 지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정의한 ‘가이아 이론’을 처음 소개한 자연과학 저술가 로렌스 E 조지프. 책이 지구의 종말 날짜를 2012년 12월21일 24시로 보고 있는데는 유사종교의 예언을 보는 느낌이 없지 않다. 마야의 천문학자들이 몇 세기에 걸친 관측 결과와 장기 계산법으로, 2012년 동지인 12월21일을 기해 인간 역사의 새로운 시기가 열린다고 했다는 것이다. 마야의 학자들이 달과 금성의 궤도를 1000년 단위로 하루까지 정확하게 계산하고, 태음월의 길이를 29.53020일로 잡아 현재의 태음월인 29.53059일과 비교해 34초의 오차밖에 내지 않은 최고의 시간학자라 하더라도, 이런 유의 예측에는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날짜 예언에 ‘주역’과 힌두교 경전, 기독교의 ‘성경’까지 마음대로 해석해 동원한 것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책에서 지구 종말이 임박했다며 제시하는 과학적 근거는 훨씬 정교하고 설득력이 있다. 1940년대 이후, 그 중에서도 특히 2003년 이후 마지막 빙하기 이래로 1만1000년 만에 태양이 그 어느 때보다도 사납게 행동하고 있으며, 그것이 2012년 쯤에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지구의 자기장에 큰 구멍이 생겨 북극과 남극의 자극 위치가 뒤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점, 태양계가 행성의 대기를 불안하게 만드는 성간 에너지 구름층에 진입했다는 점, 지구상에 6200만~6500만년 주기로 발생했던 대규모 멸종의 순환주기가 도래한 점, 60만년 주기로 폭발했던 옐로스톤 화산의 다음 폭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런 과학지식을 근거로 저자는, 마야문명의 흔적인 과테말라와 지구의 자기장을 관찰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헤르마누스 자기 관측소, 1963년 화산활동으로 탄생한 아이슬란드 쉬르트세이 섬 등지를 발로 누비며, 지구 종말의 징후들을 포착한다. 하지만 책은 종말론 숭배집단이 그렇듯이 머잖아 지구에 엄청난 재앙이 도래할 것이므로, 각자 살아남거나 죽음을 초월하기 위해 대비하라는 식의 주장은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대재앙이 있을 때마다 그랬듯이, 머잖아 인류가 겪을지도 모르는 재앙도 지구의 멸망을 향해 질주해온 인류의 위대한 각성이 이루어지거나, 보다 새롭고 차원 높은 문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지구에서 발생할 재앙을 단지 자연의 탓이 아닌 인류의 탓도 큰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한 인간의 노력을 강조한 것도 가이아 이론을 소개한 저술가의 책답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