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조찬제 기자 | 입력 2010.08.13 21:41
페루 아마존 지역이 흡혈박쥐(vampire bats)의 공격에 의한 광견병(rabies)으로 비상이 걸렸다.
BBC방송에 따르면 페루 보건부는 최근 북동쪽 아마존의 아와준 원주민이 사는 우라쿠사 마을에서 500여명이 흡혈박쥐의 공격을 받아 광견병에 감염됐고, 그 가운데 어린이 4명이 숨졌다고 12일 밝혔다. 페루 보건부 관계자는 의료진 3명을 현장에 급파해 감염자 대부분에게 광견병 백신을 접종했다면서 일부는 문화적인 이유로 접종을 거부하고 있지만 며칠 안에 백신을 접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유류의 피를 먹는 박쥐에게 사람이 물리면 수개월에 걸쳐 뇌에 격심한 염증을 유발하는 광견병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광견병은 흔히 개에 의해 감염되지만 아마존 일대에서는 박쥐가 주 감염 경로라고 BBC는 전했다. 이 때문에 흡혈박쥐에게 물려 광견병으로 숨지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2005년 말 브라질 마란라우주에서는 흡혈박쥐 공격으로 1300여명이 광견병에 감염돼 이 가운데 2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박쥐가 사람을 공격하는 이유로 열대우림의 파괴를 든다. 박쥐는 야생동물이나 가축의 피를 먹고 살지만 산림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지면 인간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열대우림 안에 소 농장이 급증하면 충분한 먹이가 공급되면서 박쥐의 개체 수도 늘어나는데, 소가 사라지게 되면 인간을 공격한다고 주장한다. 현지 원주민들은 최근의 흡혈박쥐의 등장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페루 아마존 지역의 이상 저온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흡혈박쥐의 공격을 피하는 간단한 방법은 모기장 안에서 자는 것이지만 문화가 다른 원주민들에겐 이조차 쉽지 않다고 페루 보건부 관리들은 전했다.
< 조찬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