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문명 최고(最古)의 달력이 들어있는 고대 벽화가 과테말라에서 발견됐다고 BBC 뉴스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10일 보도했다.
미국 고고학 연구진은 과테말라 북동부의 마야 유적지 술툰에서 화려한 채색 벽화와 함께 7천년 이상의 미래를 상형문자로 기록한 달력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마야 달력들은 2012년까지만 기록하고 있어 종말론 소동의 불씨가 돼 왔다.
그러나 서기 800년 경 궁중 서기가 참조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새로 발견된 달력은 매우 복잡해 숫자 5를 뜻하는 줄과 숫자 1을 뜻하는 점 등으로 이루어진 6개월 단위의 시간이 최고 250만일까지 순환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이 달력은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천문학적 사이클이 수학적으로 한데 결합돼 한 곳에 나타난 최초의 것이다.
마야 문명은 약 4천년 전부터 중앙아메리카에 자리잡고 융성해 왔으나 15세기 이후 스페인의 침략으로 쇠망했다.
35m 높이의 피라미드 등 수천 개의 건축물들이 밀집한 약 30㎢의 술툰 유적지는 1912년에 처음 발견된 후 1920년대와 1970년대 학자들의 노력으로 구조가 대강 드러났으나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아직 미발굴 상태이다.
마야인들은 건물을 개축할 때 원래 건물의 지붕을 부수고 그 위에 새로 집을 짓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웬일인지 이번에 발굴된 건축물만은 지붕이 그대로 남아있고 그 안에 이웃 건물들의 잔해가 채워져 있어 벽화가 거의 상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됐다.
연구진은 이 유적이 약 1m 두께의 흙으로 덮여 있었던 덕분에 오랜 세월 우기와 벌레들, 식물의 덩굴과 나무 뿌리 등으로부터 지켜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로 세로 2x3m에 아치형 지붕이 얹혀 있고 돌 벤치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것으로 미뤄 회합 장소였던 것으로 보이는 이 방의 동쪽 벽에는 검은 옷에 가톨릭 주교의 관(冠)처럼 생긴 모자를 쓴 실물 비슷한 크기의 앉아있는 인물 여러 명이 그려져 있는데 이들은 모두 북쪽 벽을 바라보고 있다.
북쪽 벽에는 이들보다 화려한 주황색 옷을 입고 청옥 팔찌를 낀 서기로 보이는 인물이 술툰의 왕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향해 손에 든 철필을 내밀고 있다.
푸른 깃털이 달린 붉은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아 있는 왕 뒤에서는 다른 인물이 살짝 내다보고 있다.
연구진은 "앉아있는 주변의 인물들은 왕이 신의 역할을 대행하고 자신들이 그런 의식에 참여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에서는 철필을 든 인물의 중요성이 유독 강조되고 있는데 연구진은 이에 대해 이 방이 기록실로 사용됐으며 마야의 서기가 진행중인 작업과 관련된 더 복잡한 구조물의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벽화만큼이나 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동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상형문자판으로 이 그림은 화성과 금성, 월식 등 다양한 천문 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계산 과정의 메모와 수정으로 보이는 붉은 표시 등도 눈에 띄는데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아마도 칠판처럼 사용됐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마야 달력의 날짜를 가리키는 수는 18진법과 20진법을 사용한 복잡한 것으로 기존 달력들을 현대식으로 풀면 2012년에 끝이 난다.
연구진은 그림 속 인물들이 숫자로 덮어 씌워진 것을 보면 벽화가 완성된 후에 달력이 덧붙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마야인들은 시간을 일련의 순환으로 기록했고 이 중에는 `바크툰'이라 불리는 400년 주기도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알려진 마야 달력들이 13번째 주기에서 끝나고 있어 2012년 종말설의 근거가 됐지만 마야인들은 달력이 13번째 바크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달력에는 24 바크툰까지 집어넣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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