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호두까기 인간'의 주식은 풀
美 유타대 연구진, 견과류였다는 기준 추정 뒤집어
(서울=연합뉴스) 강인한 턱과 큰 치아를 가진 특징 때문에 고고학자들 사이에 `호두까기 인간'이라는 별명으로 불려 온 원시 인류의 치아에서 이들이 견과류가 아닌 풀을 주식으로 삼았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ABC 뉴스가 2일 보도했다.
미국 유타 주립대 연구진은 190만~140만년 전 동아프리카에 살았던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Paranthropus boisei) 유골 22구에서 나온 24개의 치아 법랑질을 분석한 결과 예상과 달리 견과류가 아닌 풀과 사초(莎草: 골풀과에 속하는 풀들의 총칭) 특유의 탄소 동위원소가 발견됐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나무와 나뭇잎, 견과류, 관목류, 한랭성 초본류는 모두 C-12를 선호하는 C3형 광합성에 의존하는 반면 열대성 초본류와 파피루스 같은 사초들은 C-12와 이보다 무거운 C-13을 모두 사용하는 C4형 광합성을 한다.
P. 보이세이는 약 230만~120만년 전 인류의 직계 조상과 공존했던 영장류인데 유난히 큰 턱과 치아 때문에 견과류나 씨앗 등 딱딱한 먹이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진은 P.보이세이가 지금까지 연구된 인류의 조상이나 친척 중 어느 집단보다도 풀을 많이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솔직히 우리는 인류 족보의 먼 가지 끝에 소(牛)와 맞먹는 초식 영장류가 달렸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P.보이세이의 두개골은 1959년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협곡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크기와 모양, 마모도 등을 근거로 이들에게 `호두까기 인간'이라는 별명이 붙여졌지만 최근 이의를 제기한 학자도 있었다.
연구진은 "우리는 지금까지 잘못된 렌즈로 이 원시 동물을 관찰해 왔고 그 결과 이들의 생물학과 생태 및 진화에 관한 이해를 크게 왜곡했다"면서 "다른 종들에 관한 결론들도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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