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들] 노스트라다무스 - 케이시 - 남사고...
주지하다시피 예언가로서 가장 유명한 이는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그의 추종자나 연구자들은 그가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출현, 무솔리니의 최후, 20세기 말 이슬람 근본주의의 창궐 등을 정확히 예언했다고 말한다. 노스트라다무스는 4줄 짜리 시를 사용한 예언 1000개를 10개의 세기로 나눠 남겼는데, 해독하기 어려운 애매한 표현들이 많다. "서유럽 깊은 곳에서 한 아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태어날 것이며, 그의 말은 거대한 군중을 선동할 것이다" 식인데 후대 사람들은 그가 '히스터'라 이름 붙인 이 인물을 히틀러로 보고 있다. 그런 그가 예언서 10장 72편에서 "1900년 90의 9년 7의 달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 오리라"고 남겨 놓아, 20세기 내내 '1999년 지구 종말론'의 공포(?)를 자아냈다. 태양과 달, 목성과 화성이 지구를 십자 모양으로 포위한다는 이른바 '그랜드 크로스' 해석까지 나왔었다. 완벽히 어긋난 예언이 되고 말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 맹신자들은 "1999년을 지나고 7의 달"이라며 2000년 7월에 '희망'을 걸고 있기도 하다. 지구의 운명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에드가 케이시(1877∼1945)도 빼놓을 수 없다. 잠자는 동안의 무의식을 통해 불치병을 치료해 주는 등 기이한 행적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10년 '뉴욕 타임스'에도 등장하는 등 1930년대에 '기적의 인간'으로 불리며 미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인물로서, 그의 예언 1만4000여개의 내용이 버지니아에 있는 한 도서관에 계속 보관 중이라고 한다. 소련의 공산주의 붕괴를 정확히 맞춘 그가 인류 운명과 관련해 남긴 예언의 핵심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아메리카 대륙의 대도시와 일본 전체가 바다 속에 잠기는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는 것. 그는 자신의 모든 예언이 1958년에서 1998년까지 40여년에 걸쳐 빠짐없이 이뤄지고 이는 90년대에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했는데, 이 또한 '다행히' 빗나갔다. 동양권에도 이들에 필적할 예언가가 있었다. 조선 명종 때의 철인 격암 남사고(1509∼1571)가 바로 그다. 주역을 깊이 연구하여 천문 지리에 통달했다는 격암은 지난 94년 일본어로도 번역된 '격암유록'을 통해 수많은 예언을 후대에 남겼다. 파자('이'자를 분해해 '목자' 식으로, 한자의 자획을 나누거나 합하는 것) 은어 속어 변칙어 등으로 씌어 있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못지 않게 해석하기 어려운 이 책은 1944년 충남의 한 은자에 의해 필사본으로 정리되어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 중이다. 격암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아관파천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사건을 똑 떨어지게 맞추었다고 한다. 가령 조선의 국운과 관련해 '오백이칠사시말'의 표현이 있는데, 이는 500년 운에 7곱하기 4, 즉 28명의 임금으로 조선 왕조가 명운을 다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20세기 현대사에 대한 예언 중에는 '신증이씨십이년 유수성중인하생'이 나오는데, 이는 "새로 등장한 이씨 정권이 12년을 가는데, 흐르는 물소리처럼 원성이 그치지 않으니 백성들이 어떻게 살려는가"로서 1948년 정권을 잡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꼭 12년 만인 60년 권좌에서 내려오게 됨을 뜻한다고 풀이한다. 격암 또한 "열 집에 하나만 남는 '하늘의 질병'이 내려오는" 지구 대변혁기를 예언한 바, 그나마 '고맙게도' 인류를 구원할 진인이 출현할 것이므로 이 "후천 개벽의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